굴욕을 대하는 태도 - 역사를 움직인 16인의 굴욕 연대기
공원국.박찬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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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16명의 인물을 통해 보는 삶의 고난과 굴욕을 대하는 법에 담긴 책이다.  이 책에 나온 인물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 '자기 삶을 사랑하는 태도, 자기 자신을 굳게 믿고 나아가는 힘'이 있었다. 나는 특히 누군가에게 무시받거나, 당했다고 느꼈을 때 깊이 화를 내고 좌절한다. 누구든 그러겠지만, 복수는 꿈도 꾸지 못하는 내 자신에 환멸감을 느끼는 때도 있었다.  어떻게 해야 담대하게 마음을 먹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진흙 속 연꽃과 같은 평정을 갖지 못하는지 늘 괴로워했다.


하늘이 이러한 사람들에게 중대한 임무를 맡기려고 할 때는 


반드시 그들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들의 근육을 아프게하고 


그들의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 몸에 가진 것이 없게 해서 


그 행동을 실패하게 해 그들이 해야할 일과 어긋나게 한다. 


이것은 마음을 분발하게 하고 성질을 참을성 있게 해, 


그들이 이제까지 해내지 못하던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맹자 <고자 告子>


모든 삶의 고난은 모두 하늘이 그 사람을 크게 쓰기 위함이라는 것, 내가 설사 큰 사람이 아니더라도 왠지모르게 위안이 되는 구절이다.  굴욕을 받아들이 되 냉철한 분석을 통해 후약을 도모했던 범려, 열보 나아가기 위한 한보 후퇴의 굴욕을 참아냈던 최명길, 그리고 후한 광무제가 특히 내 마음에 와 닿는다. 특히 나는 범려의 융통성을 배우고 싶다. 스스로 굽히는 것이 지는 것이 아닌 후일 크게 일을 도모하기 위함이라는 것 이것을 늘 알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신을 당하거나 부당한 일을 당할 때 차오르는 분노를 다스리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줄 아는 사람은 일시적인 굴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깊게 다가온다. 범려는 구천을 도와 월나라를 일으킨 후 홀연히 떠난다. 그는 제나라와 여러 나라를 떠돌며 큰 부자가 되는데, 물건이 흔할 때 사서 귀할 때 파는, 그 시기를 포착하는 능력이 있었다 하니, 현세에서 주식을 해도 큰 부자가 되었을 것같다는 실없는 상상을 했다. '때를 아는 것' 이것이 큰 굴욕을 이겨낼 수 있었던 여러 요인 중 하나이다. 적절한 때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공부를 잘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여러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여러 상처와 굴욕은 모두 내가 '때를 아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라 여겨야겠다. 



최명길에 대해서는 평소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역사 드라마 속에서도 주화론을 펼쳤던, 청나라에 협력하는 간신배처럼 그려지기도 했던 사람. 하지만 그는 백성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실리주의자였다. 나는 늘 실리를 중시하며 백성을 먼저 사랑했다는, 거기다가 능력치가 뛰어난 이단자들에게 더 마음이 간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온 여자들과 이혼하겠다는 사대부들에게 최명길은 이렇게 말한다. "니들보다 더 훌륭한 유성룡, 이원익, 이덕형, 이항복, 성혼도 임진왜란 때 끌려갔다 돌아온 사람들을 다시 자리잡게 했는데, 니들이 뭐라고 반대를해?"  성리학이 최절정이던 시기에 꽤나 현대적인 발상이 담긴 발언이다. 최명길은 임금과 백성이 큰 굴욕을 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작은 굴욕을 감내했다. 그게 그가 하는 실학이었다. 어떤 이들은 명분과 의리를 주장하며 백성의 고난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고고한 선비정신을 잃지 않는 것에 몰두할 뿐이다. 전쟁이 끝나자 전쟁을 하자고 주장했던 이들을 헐뜯으며 서로 자기 자리를 공고히 하려는 위정자들에게 그는 꾸짖는다.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합쳐 사회를 다시 재건해야 한다고... 진짜 위정자라면 백성을 위해 고개도 숙이고 굴욕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외에도 대조영, 야율대석, 황종희, 주더, 노인, 홍범도, 진나라 문공, 후한 광무제, 두보, 이달, 이장곤, 이익, 정도전이라는 인물들에 대해 그들이 어떻게 굴욕을 견디고 나아갔는지 다루고 있다. 모두들 자기의 때를 기다리며 인내할 줄 아는 이들이었다. 꿈을 잃지 않고, 현재 내가 딛고 서있는 곳이 작은 판이 아닌지, 지옥같은 마음 너머에 넓고 큰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음을 알고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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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에 끝내는 한글영어 발음천사 - [발음강의 CD 제공] 한글만 알면 영포자도 익히는 유일한 영어발음기호 1004단어 파닉스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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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어를 처음 배웠던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방과 후 활동으로 처음 접한 영어, 그때 익혔던 단어는 Bathroom. 뭐가 뭔지도 모르는데 그냥 선생님이 읽어주는 단어를 듣고 따라했던 기억이 있다. 꼬부랑 글씨와 물건과 영어단어의 연관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터라 금방 그만두게 되었고, 그 다음으로 다시 영어를 접한 것은 10살. 모두들 어디서 미리 배워왔는지 잘만 영어수업을 따라가서 혼자 주눅들고 더더욱 영어를 피하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대학생 때 다시 열심히 공부해서 그래도 지금은 기본적인 회화라도 할 수 있으니, 사람일이란 역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어린 시절 내가 영어단어를 읽지 못하고, 어렵게 느꼈던 것은 영어의 자음과 모음이 어떻게 연결되어 소리나는지 원리를 몰랐기 때문이다. 원리를 모르니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니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져서 영어읽기를 포기한 것. 저번에 읽었던 영한대역 단편소설의 저자가 만든 쉽게 영어발음을 익힐 수 있는 책을 이번에 읽어보았다. (TOP10 영한대역 단편소설 리뷰) 


영어는 기본으로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가끔 영어단어를 못 읽거나 읽기 어려운 단어를 보면 부끄러움을 느끼게된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다. 원어민들도 처음 보는 단어는 읽기 어려워하는법. 이 책의 목적은 완벽하게 영어를 읽는 것이 아니라 영어단어를 봤을 때 대략 어떻게 읽으면 되겠다는 감을 잡는 능력을 키우는데 목적이 가장 크다. 즉 영어발음의 원리를 이해하고 큰 줄기를 잡을 수 있게 하는 것!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공부법이 상세하게 나와있다. 어떤 발음기호가 오느냐에 따라 강세가 달라지는지 부끄럽게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런 설명이 나왔다고 해서 발음 기호를 읽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냐? NO! 한글로 영어발음을 읽는 연습을 시켜주는 책이다. 처음에는 한글로 영어발음을 어떻게 읽는다는 것인지 의아했다. 그러나 책의 구성을 보고나서 이해하게 되었다. 한글발음(소리)를 먼저 영어로 표현해보고, 그 다음 영어발음을 한글로 읽을 수 있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서 모음 자음의 연관성을 자연스럽게 터득하는데 가장 큰 효과가 있다.




​CD를 활용해도 되고, 무료 강의도 다운받을 수 있어 여러모로 활용하기 편리한 책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단계별로 차근차근 영어단어 읽기에 접근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알파벳 쓰기를 익히고, 다음엔 영어 발음 규칙들을 직접 써보면서 이해한다. 그 다음 단어를 통해 자음과 모음의 기본 발음, 앞뒤 자음에 따라 다르게 소리나는 모음, 소리가 나지 않는 묵음, 약모음, 강모음, 이중모음, 쌍자음 등의 발음 원리를 배운다.  요즘 어린이들은 파닉스는 기본으로 떼고 학교에 입학한다던데, 영어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성인까지 아울러 도움이 될 것같다. 





날 = nal day[데이]  가다 = ga-da go[고우]

이렇게 적어가면서 공부하는데, 날 nal 잘 jal -a가 '아'발음이 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반드시 아발음만 있는 것은 아닌데, 상세한 발음의 차이는 후반부에 잘 나와 있다.)


​책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어떻게 영어단어를 공부해야할지 난감하다 하는 분들은 무료강의를 꼭 같이 보길 추천한다. 책의 구성을 보면서 늘 느끼지만 이번 책도 정말 친절하게 다 만들어서 독자에게 떠먹여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뜬금없지만 조선시대 영어교재 아학편이 생각났다. 한글로 소리나는대로 영어단어를 표기하여 가장 원어민 발음에 가깝게 발음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책이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일본식 영어 교육이 들어오면서 이전의 방법이 사라진 것이 안타깝다. 

아무튼 영어단어 발음의 원리를 쉽게 이해하여 영어단어 읽기의 장벽을 없애주는 친절한 책이다. 




*이 책은 출판사의 제공으로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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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아서 잘 살겠습니다 - 어느 페미니스트 부부의 좌충우돌 성장기
차아란 지음 / 텍스트칼로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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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페미니스트 부부의 좌충우돌 성장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평범한 대한민국 90년생 여성의 에세이이다. 페미니즘에 국한된 것이 아닌, 권위주의 사회에 던져진 요즘 세대들의 현실, 작가가 평생 여자로써, 비정규직으로써 겪어온 차별 내용이 잘 담겨있다. 일종의 ‘한 사람의 성장기’라고도 볼 수 있다.



남아가 선호되는 시절, 남아선호사상에 과도하게

몰입한 나머지 옥중 태아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낙태를 선택함에 거리낌 없던 부모들, 그리고

몰래 낙태해주며 돈을 벌던 의사들,

나와 동생은 그런 세상에 여자아이로,

무사히 뱃속에서 살아남았다.

P. 13


나 또한 무사히 살아남은 남녀성비불균형 세대로써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요즘 청춘들이 고민하는 진로, 직장 문제가 담겨있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작가의 일상에서 겪는 이 모든 문제들이 아주 평범한 일상이지만, 페미니즘 이슈와 맞닿아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혼을 하자 정규직 전환이 무산되는 일, 여자는 여자다워야하며 조신해야하고 직장내 성희롱에도 그저 웃어넘어갈 수 밖에 없던 현실 등

K장녀인 저자는 성차별적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강남역 페미사이드를 통해 페미니즘을 접하고 이를 삶의 방식으로 선택한다. 가부장제 사회가 선택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갇힌 결혼제도에 의구심을 가지고 고민하던 저자는 자신과 같은 사상을 공부하고 공유하는 반려 J를 만나 고심끝에 부부가 되기로 결심한다.

특히 저자가 결혼식 준비를 하며 들었던 생각이 내 생각과 같아 더 와 닿았다. 나는 늘 결혼식에서 신부가 꽃처럼 보이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아버지에게서 남자로 넘겨지는 꽃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는 저자의 생각이 나의 생각이다. 결혼식에서도 ‘나’를 잃고 싶지 않다. 그저 예쁜 꽃이 아니라 신랑과 동등한 존재로 결혼하고 싶다.

MZ세대 부부의 이야기이지만 낀 세대를 포함하여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내는 모든 세대가 공감할 이야기가 담겨있다. 페미니즘을 입에 담으면 죄악시 되는 요즘, 이 책은 페미니즘이 무겁고 어려운 주제가 아니라 부부의 가치관으로 삼아 알아서 잘 살겠다고 세상에 외친다. 나 또한 한국사회에서 결혼이라는 제도로 나 자신이 지워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런 불안에 상관없이 나는 나대로 잘 살겠다고 당당히 외치며 걸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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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10 영한대역 단편소설 - 토플·편입영어·공무원 영어단어 빨리 외우는 법
Mike Hwang 옮김 / 마이클리시(Miklish)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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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야심차게 영어 소설을 읽겠다 다짐하고 사 모은 책은 연말이면 뽀얗게 먼지가 쌓여갔다. 어려운 구문, 단어 찾기의 번거로움, 읽어도 이해가 안 되서 느끼는 좌절감 등이 영어소설읽기의 실패 원인이었다. 이번에 만난 책은 짧고 흥미로운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일단 부담감이 덜했다.





나는 3권의 시리즈 중 단편소설을 먼저 집어들었다. 틈틈히 출퇴근하거나 운동하러 가는 지하철안에서 읽기 좋았다. 크기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정도였고, 무게도 적당해서 들고다니기 용이했다. 단편모음, 가방에 들어가는 크기, 무겁지 않음 이 세 가지만으로도 출퇴근 시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이 아까운 직장인, 학생들이 활용하기 좋은 책이다.




 저자의 네이버 카페에 관련 자료(mp3,기타 관련 영상 등)가 많아서 유용했다. 특히 영어소설을 읽다보면 어떻게 읽어야할지 난감한 단어들이 있는데, 원어민이 읽어주는 음성 파일이 있어 귀로 듣고, 눈으로 보니까 훨씬 이해가 쉽고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카페에 굳이 가입하지 않아도 책을 구매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음성파일에 접근할 수 있어 이 점도 좋았다. 어떤 책들은 반드시 해당 카페나 사이트에 가입을 해야만 음성파일을 활용할 수 있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는 첫 회독때는 귀로 원어민 음성을 들으면서 읽고, 두번째 회독 때는 원어민 음성을 들으면서 번역된 부분을 읽고 세번째 때는 귀로만 듣기를 했다. 다 짧은 단편이기에 3회독씩해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장편이었으면 아마 하다가 때려쳤을지도…)



 저자가 세심하게 만들었다고 알 수 있는 부분은 책의 곳곳에 나타나있다. 주제별, 난이도별,최신순서 등 저자가 추천하는 방향에 따라 읽어보는 것도 재밌다. 나는 영어쪼렙이기에 쉬운부분부터, 그리고 호러를 좋아하기에 무서운 주제의 소설을 읽었다.






각 작품마다 저자가 평가한 평가항목이 재미있다. 그리고 주요한 단어, 꼭 알아야할 영단어도 매 작품 앞에 정리되어 미리 한번 쓱 읽고 본문을 읽으니 머릿속에 한번 더 어려웠던 단어가 들어오는듯했다.



특이한 것은 한국어 버전은 직독직해라 물 흐르 듯 읽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영어 직독직해! 주요 영단어와 같은 라인에 해당하는 한국어 단어가 위치해서 바로바로 살펴볼 수 있어 이 또한 다른 영어책과 차별화되어있다. 간간히 주요 문법 설명이 필요한 구문은 줄로 표시를 해 놓았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이 부분은 안넣어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책에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넘치는 듯한 느낌이다. 이것 외에도 이미 충분히 영어 독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단편이 끝날 때마다 저자가 개인적으로 평가한 내용들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이다. 전반적으로 영어단어를 소설을 통해 부담없이,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소설에 나오는 모든 단어를 익히려면 적어도 3회독에서 많게는 20회독은 해야 익숙하게 그 단어가 뇌리에 박힌다고 한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친절하게 독자에게 다 떠먹여주는, 세심하게 만들어진 영어단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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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 병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리단 지음, 하주원 감수 / 반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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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을 가진 환자의 입장에서, 정신병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는 일반인이 봐도 이해가 쉬울정도로 친절하게 쓰여진 정신병에 대한 아주 정확한 길잡이&에세이 느낌의 책이다. 정신질환이 심한 독자의 경우 책을 온전히 다 읽어내지는 못하겠지만, 이제 막 정신질환이 시작되었거나 이 병을 이겨내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는 환자들이 보면 도움이 될 것같다.


저자는 극심한 우울증과 조증, 성격장애로 수년간 고통속에서 살아왔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방법, 의사와 대화를 하는 방법, 내가 먹는 약에 대한 정보, 사회생활을 어떻게해야하는지 복귀를 하는 방법 등 다방면에 걸쳐서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래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에 그동안 출간된 여러 정신질환 관련 도서보다는 더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정신병이라하면 흔히 우울증이나 조현병을 대표적으로 떠올린다. 나도 일하면서 수많은 정신질환 환자들을 만났었다. 누가 자신의 머릿 속에서 전파로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는 사람도 만나봤고, 독립운동가 중 한명은 역적이니 죽여야한다며 한시간 넘게 나를 노려보던 사람도 만났었기에 정신병이라하면 성가시고 이상하고, 나와는 거리가 먼 것, 나를 귀찮게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이 책을 읽고나서 조금은 이런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언제라도 나도 정신병의 세계에 들어갈 수있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겠다는 것...


우리가 약물 치료를 통해 얻고자 하는 상태는 결코 약물 치료 이전의 100퍼센트 상태나 약물의 도움을 받아 120~130퍼센트의 생산성을 달성하는 각성 상태가 아닌, 80~90퍼센트의 조금 낮은 상태라는 사실입니다. 약 복용의 주된 목표는 그  사람을 다시 총명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돌려놓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삽화 발생을 줄이고자 하는 예방적 차원의 접근이 큽니다.


*삽화(episode) : 정신병으로 인해 영향을 받아 수행능력에 손상이 있는 상태가 유지되는 기간을 말한다. 증상이 극심하게 나빠지거나 악화되는 불특정한 기간이 찾아오면 그것을 삽화라고 할 수 있다.


p.34-35



나 또한 약을 먹고 치료를 받으면 100퍼센트 예전의 건강했던 사람으로 돌아간다고 막연히 착각하고 있었다. 약과 치료는 그 상태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것, 이러한 점을 모르는 이들은 심지어 환자 자신도 기대치가 크기에 약이나 병원 치료가 효과 없다고 생각하면 바로 치료를 중단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또하나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것은, 특히나 누군가가 우울하다고 할 때 사고방식을 바꾸면 이 모든 것을 타개할 수 있다고 믿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우울증은 자신이 조절할 수 없다. 가능범위 밖에 있는 것으로 우울증을 물리치기 위해 힘을 짜내지 말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울증에 효과가 있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적합한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이 외에도 자살 시도자와 우울증이 극심한 이들을 대할 때 어떻게 대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방법인지도 알려줘서 조금 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괜찮을 것이다라는 말, 과도한 관심이 아닌 그들의 자살시도를 얕잡아 대하지 않는 것, 자살 시도 직후부터 시작된 비현실감을 충분히 겪어낼 시간을 주는 것, 묵묵히 옆에서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강력범죄가 반드시 조현병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님에도, 현재 보도되는 사건들은 가해자가 조현병 전적이 있다는 사실만 알려지면 마치 사건의 모든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처럼 여긴다. 그들이 정신질환자이기 때문에 범죄가 잘못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범죄란 정신질환이라는 마지막 퍼즐이 충족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p.120


우리가 뉴스매체를 걸러서 봐야하는 것이 이런 부분이다. 이러한 편견이 쌓이고 쌓여서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를 더 어렵게 만드는 하나의 커다란 장벽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싶다.


정신병은 환자도 그 주변사람도 피폐하게 한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이것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꽤 세심하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 질병관리 프로젝트를 위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1. 장기간 진료를 봐온 정신과 2. 내원이 용이한 가정의학과 3.식습관 관리. 정신병을 관리하는 주체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은 바로 지금보다 더 나아진다는 것이 아닌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잊지 않기. 그리고 자신을 위로하러 오는 사람들을 밀어내지 말것. 연대의 힘을 믿고 의지할 것을 당부한다.



휴식은 환기의 성질을 가진다. 내 안에 팽팽하게 차 있던 긴장이 이완되고, 통증들이 완화되고 눈을 뜨면 머리가 맑은 그 기분, 너무나 답답했던 자신의 짐짝들을 그래도 어찌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되는 마음이 바로 제대로 휴식을 취한 후의 상태라 볼 수 있겠다.


p.202


휴식은 환자뿐만아니라 非환자들에게도 중요하다. 이 외에도 회사에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여러 복귀 방법들은 꼭 환자가 아니어도 도움되는 내용이다.



언어의 문제, 병자들은 자신의 상태에 부합하는 기호와 언어를 가지고자 하나 정합한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는 문제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은 우리의 고통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생략) 자신은 지금 역어(譯語)로 말한다는 것. 모든 고통은 번역어로서 존재한다는 것.그러므로 자신은 평생 이 기분과 고통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없을 거라는점.(생략) 자신이 표현하는 죽음에 무게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욱 죽음을 자조하며 우스꽝스럽게 말하지만 경박해보일 뿐이다.(생략)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겨진, 은신한 마음을 순서와 형태를 비틀어 새어 나오게 하는 것.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이 목적한 바를 알리는, 혹은 그와 유사한 의미의 전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p.290-293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어떻게든 전달하고자 한다. 자해든 기록이든 어떤 것이든간에. 하지만 언어를 잃어버린 그들은 언어와 언어사이를 부유하는 상태이다. 여기에 끼워넣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비트겐슈타인은 세계는 언어를 통해 설명될 수 있고 우리가 아는 언어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세계를 보여주며 우리가 언어를 통해 알 수 없는 세계는 보여줄 수 없는 세계라고 한다. 언어를 잃은 환자들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려했기에 혼란의 세상에 빠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안개로 쌓인 언어, 그 안개를 벗기고 자신의 현 상태를 찾으려하는 것 그것이 치료과정인가 싶다.


저자의 경험을 풀어내어 정신병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그동안 저자가 겪었을 수많은 좌절과 아픔의 밤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누군가 내 주위에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들이 병과 맞서 버티는데 조금의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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