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아서 잘 살겠습니다 - 어느 페미니스트 부부의 좌충우돌 성장기
차아란 지음 / 텍스트칼로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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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페미니스트 부부의 좌충우돌 성장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평범한 대한민국 90년생 여성의 에세이이다. 페미니즘에 국한된 것이 아닌, 권위주의 사회에 던져진 요즘 세대들의 현실, 작가가 평생 여자로써, 비정규직으로써 겪어온 차별 내용이 잘 담겨있다. 일종의 ‘한 사람의 성장기’라고도 볼 수 있다.



남아가 선호되는 시절, 남아선호사상에 과도하게

몰입한 나머지 옥중 태아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낙태를 선택함에 거리낌 없던 부모들, 그리고

몰래 낙태해주며 돈을 벌던 의사들,

나와 동생은 그런 세상에 여자아이로,

무사히 뱃속에서 살아남았다.

P. 13


나 또한 무사히 살아남은 남녀성비불균형 세대로써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요즘 청춘들이 고민하는 진로, 직장 문제가 담겨있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작가의 일상에서 겪는 이 모든 문제들이 아주 평범한 일상이지만, 페미니즘 이슈와 맞닿아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혼을 하자 정규직 전환이 무산되는 일, 여자는 여자다워야하며 조신해야하고 직장내 성희롱에도 그저 웃어넘어갈 수 밖에 없던 현실 등

K장녀인 저자는 성차별적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강남역 페미사이드를 통해 페미니즘을 접하고 이를 삶의 방식으로 선택한다. 가부장제 사회가 선택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갇힌 결혼제도에 의구심을 가지고 고민하던 저자는 자신과 같은 사상을 공부하고 공유하는 반려 J를 만나 고심끝에 부부가 되기로 결심한다.

특히 저자가 결혼식 준비를 하며 들었던 생각이 내 생각과 같아 더 와 닿았다. 나는 늘 결혼식에서 신부가 꽃처럼 보이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아버지에게서 남자로 넘겨지는 꽃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는 저자의 생각이 나의 생각이다. 결혼식에서도 ‘나’를 잃고 싶지 않다. 그저 예쁜 꽃이 아니라 신랑과 동등한 존재로 결혼하고 싶다.

MZ세대 부부의 이야기이지만 낀 세대를 포함하여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내는 모든 세대가 공감할 이야기가 담겨있다. 페미니즘을 입에 담으면 죄악시 되는 요즘, 이 책은 페미니즘이 무겁고 어려운 주제가 아니라 부부의 가치관으로 삼아 알아서 잘 살겠다고 세상에 외친다. 나 또한 한국사회에서 결혼이라는 제도로 나 자신이 지워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런 불안에 상관없이 나는 나대로 잘 살겠다고 당당히 외치며 걸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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