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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기울어진 미술관의 부제는 그림 속 권력 이야기이다. '권력' 이라함은 부자, 남성, 백인으로 대표적으로 그룹 지어볼 수 있는 현 시대의 주류인 사람들이 갖는 것이다. 저자는 권력에 따라 같은 그림도 다르게 해석되는, 결코 평등하지 못할 해석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존에 출간되는 여러 그림과 관련한 인문학 도서와 달리 이 책에서는 그림과 관련한 작가의 기존의 통념과 다르게 생각하는 인간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인다.
자궁혐오, 성녀vs창녀, 공간의 제약 등 뿌리깊은 여성차별의 역사는 그림을 통해서 단적으로 볼 수 있다.
존 에버렛 밀레이의 눈먼 소녀라는 그림에서부터 미국의 어글리법, 장애인 차별 그 중에서도 여성 장애인은 사회적으로 어떤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었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헬렌켈러는 예쁘니까 괜찮아', 장애와 순결함의 조합은 대중에게 환영받을 수 있었다. 혹자는 21세기인데 이제는 이런 야만적인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얼마 전 있었던 지하철 장애인 시위를 바라보는 여러 사람의 시선을 통해 주눅 들고 불쌍한 존재, 동정 받는 존재여야만 하는 장애인들이 자신의 소리를 내고 행동하자 '니가 감히?' 라는 반응을 보이던 사람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어글리 법이 없다고 할 수 없는가 다시 고민하게 된다.
얀 스테인의 의사의 왕진, 헨드릭 혼디위스의 몰렌베이크의 무도병 여자들 그림을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한 혐오의 역사는 그 형태는 달리하지만, 아주 오래전 옛 사람들이 가졌던 그릇된 인식은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여성의 안에는 이성을 잃게 만드는 증기가 가득 차있어 차가운 강물에 처넣어야 병을 고칠 수 있다던 어처구니 없던 처방부터 현재 '저 사람은 생리때문에 예민해'같은 호르몬에 장악되어 컨트롤을 못하는 여성이라는 그릇된 관념으로 그동안 여성들은 사회가 규정한 박스안에 스스로 갇혀야만 했다. 여성의 몸은 안과 바깥 모두 통제당하고 오해받아야 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은 1920년 주세죽이 잡지 신여성에 기고한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단발을 주장하는 것이 하등 새 사상이나 주의를
표방함이 아니오. 또한 일시 신유행에 감염되어
기분으로나 양풍, 중독으로서 주장함이 아니외다.
실생활에 임하여 편리하고 또한 위생에
적합한 여러가지 이점을 발견한 까닭입니다.
남자들이 양복을 입은 것은 편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외다.
여자의 단발도 역시 그렇습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에서
단발을 주장합니다. 또 단발로써 많은 편리를
얻는다는 것을 더욱 말하여 둡니다.
p.128
백년 전 모던걸들은 남성들이 원하는 모습이 되지 않는다하여, 단발을 했다는 것으로 마녀사냥을 당해야 했다. 백년 전 그녀들이 단발을 주장하는 이유가 편하기 때문에 숏컷을 했다는 그녀들의 이유와 같다는 것을 보면 여성의 시간은 백년 전 그 자리에 멈춘것일까하여 서글퍼진다. 숏컷을 했다는 이유로 조리돌림을 당하는 현 시대의 모습이 백년 전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에 통탄할 따름이다.
하워드 밀러의 우리는 할 수있다! 그림은 여러 매체에서도 나왔었고, 디자인으로도 많이 활용되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다. 세계2차대전 당시 남성들의 빈 자리를 대신하여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하게 되었고, 그때 이것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포스터, 전쟁이 끝나자 여성들은 '너희들은 임시노동자였으니 이제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가부장제 사회의 메세지를 받고 내쳐지게 된다. 이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는 '왜 여성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더 나은 섹스를 하는가'라는 책도 함께 읽어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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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peach0605/222558870284
에두아르 마네의 버찌를 든 소년 그림에 대한 뒷이야기가 특히 충격적이었다. 마네에게 심하게 혼난 소년은 자책을 하다가 자살했다는 이야기, 그러나 가난했던 가족은 아이가 목을 맨 밧줄을 팔아서 돈을 벌 궁리만 했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어린이라는 존재는 인간의 역사속에서 얼마나 무시받았는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를 강요당한다. 부족한 인간이라며 나중에 크면 알게된다. 너는 가만히 있어라 라는 요구를 받다가 특수한 상황에서는 어른다움을 강요받는다. 어린 나이에 데뷔했던 보아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는 표현을 썼다는 것으로 어린이답지 않다며 질타를 받았던 것만 봐도 어린이는 독자적 정체성을 부정당한다. 아동혐오는 유독 요즘 시대에 더 심해지는 것같다. 특히 노키즈존. 지금은 노키즈존이지만 이것은 앞으로 세분화되어 차별의 세분화를 불러올 것이다. 우리도 어린이였다. 어른의 기분권때문에 아이들이 제한당하지 않는 세상이길 소망한다.
이 외에도 뒤틀린 권력에 복종했던 화가들과 그림부터 선전도구에 저항하는 예술가들까지 차별과 저항이라는 기울기를 왔다갔다하며 그림에 담긴 진짜이야기를 보라고 말한다. 의문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하니포터 4기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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