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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환담 - 아홉 작가의 한국 설화 앤솔러지
곽재식 외 지음 / 달다 / 2022년 3월
평점 :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었다가 신박한 소재와 재치있는 내용구성에 감탄하게된 책. 한국 설화 또는 역사적 인물을 작가들 만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모든 이야기가 다 재미있지만, 특히 단군신화와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한 SF단편인 '파종선단', 단종과 세조의 이야기를 고양이 세계로 풀어낸 '단동이'(처음에 읽을 때 상상도 못했었다.) 권율과 이항복,장영실 그리고 신립의 민담 등을 섞어 만든 '구서담', 죽령 산신 다자구 할머니 설화를 바탕으로 풀어낸 '내가 만난 신의 모습은' 이라는 단편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특히 전혜진 작가의 '내가 만난 신의 모습은' 작품은 소재나 내용구성이 특히나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 관군을 도와 산적을 물리쳤던 다자구 할머니가 한국전쟁때에 나타났다면?'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단순히 설화만 반영한 것이 아닌 국가로부터 자행된 폭력, 식민지배와 해방 그리고 분단의 아픔, 격변기 속에서의 소시민들,주목받지 못한 죽음들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짚어주는 이야기였다. 다자구 할머니라는 산신을 통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역사 속에 휘말려 고통받던 이 땅의 생명들을 이야기 속에서나마 위로를 해준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360페이지 남짓한 소설은 매우 흡입력이 있어 앉은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민화와 전설을 좋아하고, 새로운 이야기에 목마른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