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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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 교수가 출간하는 책들은 나의 관심분야라 새로운 책이 출간되면 꼭 읽어보고는 한다. 이번 책은 고고학 여행이라는 제목답게 역사에 문외한이라도 흥미를 붙이고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기초안내서같은 느낌이다. 고고학이라고 하면 먼 옛날, 캐캐묵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고고학은 오랜 시간 공들여 과거를 관찰하고 또한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추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1. 죽은 이를 위한 사랑의 흔적


2. 불에 깃든 황홀과 허무


3. 술, 신이 허락한 음료


4. 신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5. 마음을 울리는 소리 없는 음악


6. 빛바랜 유물에 숨어 있는 화려함


7. 지난 세월의 향기


8. 발해인들도 돼지고기를 좋아했을까


9. 중국 황제도 반한 고조선의 젓갈


10. 몸에 새겨진 시간의 기억


11. 파괴와 복원, 고고학 발굴의 패러독스


12. 고고학을 꽃피우게 한 제국주의


13. 전쟁 속의 고고학


14. 문명은 짧고 인생은 길다


15. 그들은 왜 유물을 위조했는가


16. 고고학자의 시행착오와 해프닝


17. 황금 유물을 둘러싼 운명들


18. 고고학이 밝히는 미래


에필로그. 어디에도 없는 혹은 어디에나 있는




목차만 봐도 흥미롭기 그지없다.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으로 향한다. 저자는 삶과 죽음 전반에 걸친 고고학 유적과 유물을 음악, 음식, 무덤 등 세부 주제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죽음은 이야기하는 것이 터부시 되었지만, 우리 삶의 여정의 한 부분이므로 필연적으로 언급할 수밖에 없다. 옛 사람들의 무덤 양식을 살펴보면 떠나보내는 이에 대한 살아남은 자들의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박물관에서 그냥 스치듯 보고 지나가는 무덤출토 유물등에도 애틋한 이야기가 담겨있음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p. 30


그런 의미에서 무덤은 죽은 자가 다시 태어나는 제2의 자궁과 같은 곳이다.(중략)독무덤은 전 세계적으로 어린아이가 죽으면 넣어서 묻는 풍습으로 널리 퍼져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의 관을 항아리 모양으로 만들었을까. 항아리는 곧 어머니의 자궁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죽어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듯 몸을 구부려서 넣는 독무덤만큼 무덤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는 유물도 없다.



평소 박물관에가서 넋놓고 유물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독무덤을 보고는 왜 하필 항아리일까 의문을 가졌었는데, 이렇게 풀이될 수 있다니! 예전 사람들은 새는 하늘의 정령이라고 믿었으니 항아리를 곧 알이라고 봐도 될 것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시 알 속으로 들어가 하늘로 올라가 재생하기를 바라는 기원이 담긴 무덤형태가 아닐까? 




P. 105


역사 기록에 따르면 발해의 음악은 당시 일본과 중국에도 널리 퍼졌다. 발해의 사신이 전한 음악은 일본 도다이지에서 공연할 정도이고,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송나라에서는 발해의 음악이 너무 유행해 이를 강제로 금지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도대체 발해의 음악에는 어떤 매력이 있어서 이렇게 주변 나라의 사람들을 매혹시켰을까 궁금했다. 구금이 등장한 것을 보니 발해는 초원, 중국 그리고 고구려의 여러 음악을 조화시켰던 건 아니었을까. 비록 과거의 음악은 복원하여 듣기 어렵지만, 그들이 이루었던 문화의 힘은 지금도 느낄 수 있다.



음악, 맛, 향기는 시간에 취약하다. 때문에 고고학에서 밝히기 가장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고고학에서 빛바랜 유물과 지금은 알수 없는 소리를 추적해가는 과정은 흥미롭기도하고 영겁의 시간을 읽어내는 학문이라는 생각에 매력적이다.




P. 210


우리에게 일본 제국주의의 문화재 침탈과 그 영향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 주변의 유적과 문화재에는 그들이 남긴 흔적이 너무나 크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일본의 제국주의에 동조한 학자들을 비판하면 ‘그들의 연구 성과는 좋다’ 혹은 ‘인격적으로는 훌륭하다’는 식의 일본 측 의견을 대변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사실 우리가 비판해야 할 것은 개개인 학자의 성격이나 인격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바로 국가 권력에 앞장서서 다른 사람을 억압할 때에 그에 암묵적인 동조를 하고 따라갔던 그 모습을 비판해야 한다.



고고학은 아이러니하게도 발굴과 동시에 파괴하는 학문이다. 제국주의가 세계를 재패했을 때 특히 고고학은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신라시대 유물이나 백제 유물 등이 제대로 소중하게 발굴되지 못한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특히 일본은 고고학을 통해 한국은 미개한 국가로 왜곡하는 것에 꽤 공을 들여 작업했다. 이 때문에 현재 한국의 고고학자들은 일제강점기때 잘못 정리된 유물과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재정리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바뀌는 것들이 더 많아지리라 기대한다.



P. 9


고고학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바로 유물을 통해 죽어 있는 과거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고학적인 연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그 유물들이 원래의 기능을 잃고 땅속에 묻혀야 합니다. 즉, 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죽고 난 다음에 고고학자들은 다시 그들을 꺼내어 부활시킵니다. 생동감 있는 삶의 모습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죽어야 하는 셈입니다.



고고학은 과거를 살펴보지만 미래를 지향하는 학문이다. 고고학을 통해 우리의 미래가 한층 더 나아가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을까?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문득 궁금해진다. 고리타분한 고고학이라는 학문을 재미있고 친근하게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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