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상스러움 - 진중권의 엑스 리브리스
진중권 지음 / 푸른숲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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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궈횽아만의 촌철살인이 담긴 책...
신랄하게 까대는 시원스러움이 느껴졌달까...
읽는 내내 웃음과 공감을 많이 했던 책...

종교와 예술은 가상을 만든다. 정상인은 가상과 현실의 차이를 안다.
하지만 정치가 예술이 되고, 예술이 유미주의가 되고,유미주의가 미적 종교가 되고
그 종교가 광신에 빠질 때 가상과 현실의 경계는 흐려지고 착란이 시작된다. 이 착란이
정치성을 띠는 곳에서, 정치와 종교와 예술이 만나는 그 가상현실의 교차로에서, 번쩍 이시마의 니폰도는 섬광을 뿜는다.오, 정치의 예술화, 국가의 종교화,애국적 情死, 그 아름답고 
숭고한 개죽음. 이게 우익적 죽음이다.


개인이 아니라 가족을 사회의 최종 단위로 보는 것은 전 세계 우익의 공통점이다.
가령 극우파 정당의 사무실에 가보라. 그 벽에는 종종 화기애애한 가족의 사진이
걸려있따. 이것이 이들의 이상이다.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과 가족주의는 전혀
다른것이다.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은 보수주의이나, 그 가치를 너무 중시하다가
성원의 개별성까지 지워버리는 가족주의는 분명히 전근대적 현상이다.


한국 자유주의의 세 얼굴. 얼마나 다른가? 이 중 현대적 기준에 따라 "진정한 자유주의자"라 부를 수 있는 건 공병호도 아니고, 복거일도 아니고, 오직 고종석씨 뿐이다. 진짜 자유주의자라면,'자유'라는 말로 경제적 자유 이상의 것을 의미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교양이다.
또 시장을 만능 '해결'로 보는 수준을 넘어 동시에 그것을 '문제'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상식이다. 평등을 자유와 대립시켜놓고, '골라골라'야바위를 하는 수준을 넘어 '정의'라는 이름으로 평등의 문제의식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줄 알아야 한다. 그게 현대적 자유주의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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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식모들 -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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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식모들의 짧은 역사를 비밀스런 구전으로 전하는 건
멍청한 개그일 것이다. 더 이상 세계는 어둠을 닮은 바바리코트를
입고있는 비밀의 문화로 유지되지 않는다. 지하에서 불법 유인물을
등사 잉크로 찍어내던 이들이 존재하던 독재정권 시대가, 구전된
목소리의 유물을 간직한 마지막 시기일 것이다. 현재는 폭로의 시대
로 접어들었다. 과거 진실한 비밀이 차지했던 자리를 지금은 진실의
겉옷을 입은 거짓말이 대신한다. 언어와 이미지 모두 믿을 수 없는
세계에서 사람들은 살아간다. 사람들은 구강만이 아니라 안구에도
메가폰을 설치했다. 눈을 깜빡일때마다 이제 이미지들은 조작되고
왜곡되지만 아름다운 곡선을 지니게 된다. 김완선의 <가장무도회>
처럼 진실은 회색 빌딩 사이로 숨어버린지 오래다. 신부는 순결한
흰색 드레스를 입고 자정의 파티에 참가하고 혁명은 리바이스
청바지의 상표처럼 소비된다. 착취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자선사업
프로그램 선글라스에 의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살인과 폭력은 보복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합리화의 꼭지점일뿐이다.
보복은 좀 더 떨어진 자세에서 도도하게 눈을 내리깔고 상대의 무너진
가치관을 비웃는 것이다. 그런 의도로 볼 때 그녀들은 순수하게
보복을 즐겼다.


수상한 식모들은 허망한 열기를 믿지 않았다.
진짜 보복은 열기를 동반하지 않는다고 그녀들은 생각했다.
열기를 동반한 보복은 광기에 지나지 않았다.
"진짜 보복은 요리와 비슷한거야"
지씨는 보복에 대해 그리 말했다.
"잘 만든 요리처럼 다양한 재료와 긴 기다림, 그리고 혀끝에 닿을 때처럼
절정이 필요하지. 아름다움이 없는 보복은 그저 야만에 지나지 않아."



알코올은 피의 흐름을 빠르게 하는 가솔린.
알코올은 시인의 심장을 만들어버린다. 무의미하게 나열되는 언어들,
감상적으로 흘러가 낙서 이상의 역할은 못하는 고백들,
혀가 꼬여 낭독으로 변해버리는 일상적인 대화들.
짧게 반짝이다 사라지는 물새 쇄골의 머리카락과 목덜미와 눈동자.



시간은 결코 모든 짐을 던져놓고 앞으로만 옮겨가는게 아니다.
반지하방에서 걸려있는 뾰족한 식칼시계는 말한다.
잊혀졌다고 생각하겠지만, 시간은 언제나 당신을 노리고
제자리를 맴돈다. 당신의 상처와 고동치는 심장을 겨냥하면서...


하지만 하얗게 염색하자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껍질만 살짝 바꿔도 사람들은
본질을 잊어버려요. 원래 우린 다들 형광등 같은
존재 아니겠어요?



2006년에 읽은 책 별다른 기대없이 볼만한 책이 없나하다가 구입한책..
발상도 독특하고 문장력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TV드라마나 소설속에서 흔히 등장하던 식모....
이 식모들에게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여 흥미로운 내용으로 전개를 한다.
밥풀떼기 식모들이 사실은 엄청난 재주를 가지고 있던 음모자들이었다는 것...
아무생각없이 바라보던 대상을 새롭게 재창조하여 재조명하는 재미...
한번 내 주위에 평범하게 바라보던 것들을 나도 재조명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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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니스트
로버트 슈나이더 지음, 안문영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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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주받은 음악천재의 이야기를 그려낸 소설...
뭔가 잔뜩 기대했었는데, 내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해서였을까...
뭔가 번역체가 매끄럽지 못한 것도 한 몫했고...뭔가 뭔가 몇퍼센트 부족하다는
느낌을 자꾸 지울 수 없다.


펠트베르크 오르간 축제중에 내가 엘스베트를 내 진심의 절반만 가지고
사랑했다는 생각이 떠올랐어. 그래서 하나님이 나한테 엘스베트를 거부
하신거야. 내 애정은 그저 뜨뜻미지근했으니까. 소위 내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거짓말과 어중간한 마음을 쌓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어.
 그의 입에서 말이 떨리면서 흘러나왔다.순수한 마음을 지닌 남자라면,
어떻게 한 여자를 평생 사랑한다고, 그러나 낮동안만, 그리고 아마도 한
생각이 지속되는 동안만 사랑한다고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겠니?
그건 진실이 될 수 없어.왜냐하면-이건 너도 알아야해-사람은 자는 동안은
사랑을 하지 않기 때문이야. 잠을 잘때는 죽어있는 상태가 되는 거야.
그래서 잠과 죽음을 형제라고 일컫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었어.
말하자면 잠자는 시간은 낭비이고, 따라서 죄악이야. 한 인간이 잠으로
낭비한 시간은 그가 죽은 뒤에 연옥에서 보낼 시간에 그만큼 더해지게 돼.
그래서 나는 남아 있는 삶을 깬 상태로 다시 살기로 결심한 거야. 그리고
이 깨어있는 새로운 삶은 나에게 엘스베트의 사랑과 천국에서의 영원하고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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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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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단에 뽑혀서 읽게된 책...
처음 제목만 보고 든 생각은 '난 사형감이군...'
이 책은 노희경과 주변 사람들간의 다양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책의 첫머리의 글...
나에 대한 보호본능...상처받을까봐...내가 더 다칠까봐 두려운 마음에 주저주저하던 나날들..
저 글귀를 읽고 순간 뜨끔했다. 상처받고 다치고 뭉개져도 그 순간만큼은 죽도록 사랑해야
나중에 내 인생에 후회가 없겠지....?모르겠다. 아직도 난 보호본능이라는 껍질안에서 부유하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상처 받았다는 입장에서
상처 주었다는 입장으로 가는 것.
상처 준 걸 알아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나는 나의 열정을
쓰다듬어 준다.


남의 상처는 별거아니라
냉정히 말하며
내 상처는 늘 별거라고
하는, 우리들의 이기.


사람들은
사랑을 하지 못할 때는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을 할 때는 그 사랑이 깨질까봐
늘 초조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우린, 어리석게 외롭다.



마음에 드는 구절들이 어찌나 많던지...뻔하고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진실이지만,
망각하며 살아가는...난 그동안 나 자신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상처들을 남에게 주며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것일까...화려하지는 않지만 무언가 내 가슴을 뭉근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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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필요해 웅진 푸른교실 9
박정애 지음, 김진화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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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가 있어서 늦게나마 받아 볼 수 있었던 책...
오랜만에 읽는 동화책이라 단숨에 쉽게쉽게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 은애는 어릴적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매일같이 동네 언니들에게 얻어 입는 옷, 너무 커서 몇번은 소매를 접어서 입던 티셔츠...물려입는 것이 싫지는 않았지만, 매일같이 작은 몸집에 비해 커다란 옷을 입고다니는게 불만이었었다. 바자회에서 남이 입던 옷을 싼가격에 구입해서 커다란 옷을 뒤집어 입고 다니는 은애를 보니 어린시절이 생각났다.
어릴적 학교에서 누구나 볼 수 있었던 아이들의 모습과 행동에 웃음이 나왔다. 어느 반에나 있던 잘난척하고 이기적인 아이, 꾀죄죄한 모습의 친구... 어릴적에는 아무생각없이 생각하는 대로 말을 내뱉고, 자의든 타의든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 어린마음에 난 얼마나 남에게 상처를주고 상처를 받고 살았을까...
책 속에서는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먼저 다가가고 칭찬하라고 말한다.
이건 어린아이들에게만 통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훌쩍 커버린 지금에도 분명 통하는 쉽지만 어려운 방법...
나이가 먹어 갈 수록 인간관계에 좌절하고, 인간관계만큼 어려운게 없다고 생각하는 요즘... 웃는 얼굴로 자기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열린마음으로 타인을 받아들이는 자세...쉽게 말할 수는 있지만 진심으로 행동하기까지의 용기, 자세가 어려운 일...
주인공 은애처럼 열등감에서 벗어나서 당당한 자세로 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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