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식모들 -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상한 식모들의 짧은 역사를 비밀스런 구전으로 전하는 건
멍청한 개그일 것이다. 더 이상 세계는 어둠을 닮은 바바리코트를
입고있는 비밀의 문화로 유지되지 않는다. 지하에서 불법 유인물을
등사 잉크로 찍어내던 이들이 존재하던 독재정권 시대가, 구전된
목소리의 유물을 간직한 마지막 시기일 것이다. 현재는 폭로의 시대
로 접어들었다. 과거 진실한 비밀이 차지했던 자리를 지금은 진실의
겉옷을 입은 거짓말이 대신한다. 언어와 이미지 모두 믿을 수 없는
세계에서 사람들은 살아간다. 사람들은 구강만이 아니라 안구에도
메가폰을 설치했다. 눈을 깜빡일때마다 이제 이미지들은 조작되고
왜곡되지만 아름다운 곡선을 지니게 된다. 김완선의 <가장무도회>
처럼 진실은 회색 빌딩 사이로 숨어버린지 오래다. 신부는 순결한
흰색 드레스를 입고 자정의 파티에 참가하고 혁명은 리바이스
청바지의 상표처럼 소비된다. 착취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자선사업
프로그램 선글라스에 의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살인과 폭력은 보복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합리화의 꼭지점일뿐이다.
보복은 좀 더 떨어진 자세에서 도도하게 눈을 내리깔고 상대의 무너진
가치관을 비웃는 것이다. 그런 의도로 볼 때 그녀들은 순수하게
보복을 즐겼다.


수상한 식모들은 허망한 열기를 믿지 않았다.
진짜 보복은 열기를 동반하지 않는다고 그녀들은 생각했다.
열기를 동반한 보복은 광기에 지나지 않았다.
"진짜 보복은 요리와 비슷한거야"
지씨는 보복에 대해 그리 말했다.
"잘 만든 요리처럼 다양한 재료와 긴 기다림, 그리고 혀끝에 닿을 때처럼
절정이 필요하지. 아름다움이 없는 보복은 그저 야만에 지나지 않아."



알코올은 피의 흐름을 빠르게 하는 가솔린.
알코올은 시인의 심장을 만들어버린다. 무의미하게 나열되는 언어들,
감상적으로 흘러가 낙서 이상의 역할은 못하는 고백들,
혀가 꼬여 낭독으로 변해버리는 일상적인 대화들.
짧게 반짝이다 사라지는 물새 쇄골의 머리카락과 목덜미와 눈동자.



시간은 결코 모든 짐을 던져놓고 앞으로만 옮겨가는게 아니다.
반지하방에서 걸려있는 뾰족한 식칼시계는 말한다.
잊혀졌다고 생각하겠지만, 시간은 언제나 당신을 노리고
제자리를 맴돈다. 당신의 상처와 고동치는 심장을 겨냥하면서...


하지만 하얗게 염색하자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껍질만 살짝 바꿔도 사람들은
본질을 잊어버려요. 원래 우린 다들 형광등 같은
존재 아니겠어요?



2006년에 읽은 책 별다른 기대없이 볼만한 책이 없나하다가 구입한책..
발상도 독특하고 문장력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TV드라마나 소설속에서 흔히 등장하던 식모....
이 식모들에게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여 흥미로운 내용으로 전개를 한다.
밥풀떼기 식모들이 사실은 엄청난 재주를 가지고 있던 음모자들이었다는 것...
아무생각없이 바라보던 대상을 새롭게 재창조하여 재조명하는 재미...
한번 내 주위에 평범하게 바라보던 것들을 나도 재조명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