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니처럼 살기 싫은데
박혜림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시선 강탈이다.

보통 '난 엄마처럼 살기 싫은데'라는 문구가 익숙한데,

언니처럼 살기 싫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연애, 결혼, 육아, 경력단절 자칫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주제에 대해

미리 몇 년 좀 살아본 언니로써 허심탄회하게 동생에게

조곤조곤 조언해주는 느낌의 책이다.


목차를 열어보면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

동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고민하는 주제에 대해 나와있다.




결혼이라는 것, 아이는 꼭 가져야하는지,

경력단절이 되는 것은 싫은데...

애는 누가 봐주나?

결혼 생각이 없는데 이런 내가 잘못된 건가 등등

여러가지 고민은 모두가 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이를 가질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생각을하는 내가 이기적인가싶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다.

아이를 가지는 것은 엄마가 될 그 자신의 생각과 결심이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문구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흔히 '가난하면 아이는 갖지 말아야한다,

아이에게 제대로 해주지 못할 거면 안 낳는게 낫다'라는 

생각을 많이들 할 것이다. 나 또한 그렇고...

일단 가난보다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의 대물림'을

아이에게 전달해 주는게 가장 안좋다는 의미의 내용인데

이 또한 공감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형편이 되지 않으면

되도록 아이는 낳지 않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자수성가,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은

요즘에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그래서 마냥 덮어놓고 '괜찮을 거야, 희망을 갖고 아이를 낳아봐'

라고만 바라볼 수 없다.

가난은 어린 아이에게 포기하는 것, 좌절하는 것,

패배감을 가장 먼저 알려주기 때문이다.

나 또한 겪어봤던 일이라 아직까지 이런 생각은 완고하다.





혹여나 언젠가는 나에게도 닥칠

시월드와 명절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에 대한

하나의 팁을 얻은 기분이다 ㅋㅋ



전반적으로 가볍게 읽기는 좋았으나

뭐랄까 내가 원하는 대답을 속시원히 얻지는 못해서

가려운 등을 덜 긁은 느낌이다.


명문 미대에 예쁘고 날씬하고 아이큐도 높아서 

좋은 남자를 만났던 여자,

이혼 후 히키코모리가 되어 게임만 하고

부모님을 실망시킨 여자

자신을 알아주는 좋은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고 

워킹맘으로 행복하게 그러나 때로는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여자


처음에 각기 다른 여자들을 소개하길래

저자가 만든 가상의 인물이거나 주위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위의 여자들은 모두 저자 한 명의 이야기였다.

'겁내지 않아도 돼, 나도 처음엔 무서웠었어.'라고

친한 언니가 다독여주는 느낌이다.

그러나

뭔가 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제대로 풀어내진 못한 느낌이라

조금 아쉽기도 하다. 저자는 창업이 성공해서 그나마 경력단절의 늪을

남들에 비하면 비교적 훌륭하게 극복한 케이스라고 보여진다.

(저자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을

함부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만약 경력단절이라면

거기에 아이까지 있다면

답은 '창업이나 프리랜서 같은 직업일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막막함이 느껴진다.


나보다 몇년 더 인생을 산 언니의 조언을 듣는 느낌이라 좋기도 했다.

결혼 상대는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완벽해지는 사람을 만나라는 말이

깊게 와 닿았다. 나의 결핍을 채워주고 나도 상대방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완전한 만남....


그러나 왜 결혼을 해야하는지, 경력단절의 공포감,

왜 아이를 낳아야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답이 되지는 못했다.

인생에 모범답안이 어디있겠느냐만은

오늘도 내 고민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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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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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챕터가 시작될 때마다 비슷하지만 다른 문장으로 시작한다.(4,5,8장만 예외)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를 압축하고 있다.'
'삼십오 년 동안 나는 폐지를 압축해왔다.'
'삼십오 년 동안 나는 내 압축기에 종이를 넣어 짓눌렀고, 삼십오 년 동안 이것이 폐지를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어왔다.'
'삼십오 년 동안 나는 내 압축기로 폐지를 압축해왔고, 언제까지나 그렇게 일할 거라 생각했다.'

한탸의 일인칭 고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왠지모를 신비롭게 빠져드는 주문을 외는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다. 매일 맥주에 절어 곧 파괴될 운명에 처한 책더미 속에서 진리를 찾는 것을 유일한 낙을 삶는 한탸는 뜻하지 않게 직업으로 인해 교양을 쌓게 된다. 매일 같이 더러운 지하에서 책을 압축하는 행위는한탸에게 진리를 찾는 신성한 행위와도 같다. 제 2차 세계대전, 사회주의 등 혼돈의 시기를 겪는 동안 한탸는 지하에서 책을 압축하고 파괴하며 진리를 찾는 행위를 35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해낸다. 그러나 한탸의 행복도 끝이 난다. 현대화가 되며 부브니의 거대한 압축기를 보는 순간 한탸는 자신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고, 자신의 진리를 추구하는 행위도 곧 끝이 나리란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결국 한탸는 새로운 작업장에서 백지를 꾸려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고민하던 그는 결국 자신이 사랑하던 책과 운명을 함께하기로 다짐한 뒤 압축기 속으로 들어간다.


132페이지의 소설은 한탸의 시선을 따라가며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사유하는 것들에 대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사고하는 것, 인간적인 것은 한탸가 압축기 속으로 들어감에 따라 모두 사라지고 끝이 나는 것일까?
한탸가 압축기 속에서 압축되는 동안 한때 사랑했던 집시 여인의 이름이, 기억 속에 사라졌던 이름이 떠오른다. 일론카.
한탸의 마지막은 마치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세네카의 마지막 모습과 흡사하다.
비극적으로 끝나는 것같지만, 한편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짧지만 강렬한 책, 손에 드는 순간 멈출 수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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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알고 싶은 영어책 : 순한 맛 - 수백만 영포자가 믿고 배우는 유진쌤 기초 영문법 바른독학영어(바독영) 시리즈 1
피유진 지음 / 서사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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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주황색 표지와 함께 눈에 쏙 들어오는 제목이다.
'나 혼자만 알고 싶은 영어책'
그리고 순한맛이란다. 
영포자들을 위한 책이란 느낌이 표지와 제목에서부터 확 다가온다.
그동안 영포자를 위한, 기초자들을 위한 영어 책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나 또한 이 책 저 책 안 사서 본 책이 없었고,
꾸준히 해야하는데, 하다가보면 지루하고
명사,동사니 관사니 시제니 하는 것들이 머리아파 그만두기 일쑤였다.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라는 것을
명료하게 알려준다.

이 책을 활용하기 위해선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 부분을 반드시 숙지해야한다.
아무 생각없이 책을 펼쳐들었다간 이건 뭔가? 
알록달록한 그림들을 가지고 어쩌란 건가 싶을 것이다.
퀴즈렛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자세하게 나와있고,
저자의 유투브 채널을 활용하여 공부할 수 있다.



목차의 내용조차 흥미롭다.

찬찬히 읽어보면 평소 영어 공부를 하다가 고민했던 부분들이 빠짐없이 담겨있다.


각 챕터마다 사용법이 나와있다.
책의 서문정도로 여기고 넘기면 안된다.
실제로 하라는대로 해보니 굉장히 도움이 된다.

역시 선생님 말씀은 잘 들어야 한다.


제일 처음 공부할 것은 '월을 영어로 어떻게 말하는지'익히는 것.
긴장하고 책을 펴들었던 사람들도

'아 이정도는 나도 알지! 해볼 만하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는 포털사이트 어학사전에서 각 단어를 검색하고
미국버전 영국버전 영어 단어를 듣고 열번 씩 따라했다.
예문은 일단 사전에 나와있는 예문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적고 읽어봤는데, 아무래도 포털 사이트에서
예문 음성듣기를 하면 알파고가 기계음으로 빠르게 
말을 하는 느낌이라 강세나 억양을 캐치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기존의 영어 초보자들을 위한 책에 비하면 굉장히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이다.
그리고 솔직하게 당장 효과가 나오는 책이 아니라고 밝힌다.
영어 실력은 무엇을 하든 학습자가 꾸준히 공부해야 오른다.
정말 명사 동사가 뭔지 발음 기호는 어떻게 읽는지, 
하라고해서 하긴 하는데 그 다음 진도라던가 
어떤식으로 학습을 진행해야 할지 모르는 초보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보통 새해 연초에 영어공부를 계획으로 세우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작심삼일로 끝난 적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 책과 함께 영어 실력이 쑥쑥 자라는 경험을 나포함 모두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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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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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게 문예출판사에서 진행했던 가제본 도서 먼저 받고 서평을 올리는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이라는 문구가 신선했다.

히틀러와 먹는다는 생존의 가장 밑바닥이고 기본적인

행위가 무슨 관계가 있는걸까,

'도대체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걸까' 궁금증을 자아냈다.



검은색의 단조로운 책표지 디자인이 매우 마음에 든다.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부터
'아 이 책은 내 취향이다!'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좋은 책은 첫 문장만 읽어도 느낌이 오는 법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음식에 독이 들어있는지 미리 먹어보는 
음식 감별사로 끌려간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마고 뵐크라는 생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고 했는데,
읽는 내내 나는 책 속의 여성들과 함께 웃고, 불안했으며, 절망했고 울었다.
생존을 위한 행위인 '먹는다'는 행위가 아이러니하게도
독을 먹고 죽을 수도 있다는 죽음에의 위협에 맞닿아있었다.
왜 여자들로만 구성되어 있을까? 생각해보니
여성이 남성보다 생존에의 능력이 조금 더 뛰어나다한다.
이 때문에 실험체로 여성의 몸이 적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늘 권력자들은 그들의 자리를 지키기위해 영생을 꿈꾼다.
조선시대의 왕들은 기미상궁이 있었고,
권력자, 독재자들은 늘 음식 감별사를 옆에 두고 있다.
히틀러도 이와 다르지 않게 그의 생존을 위해 음식 감별사를 선정한다.
책 속의 여성들은 히틀러의 희생양이 된다.
위대한 총통을 위해 이 한 몸 바치는걸 아까워하지 말라며...

주인공 로자의 남편 그레고리는 결혼한 지 1년도 안되어 자원입대를 한다.
베를린 공습으로 어머니를 잃고 로자는 시댁이 있는 시골로 내려가게 된다.
남편 없는 도시뜨내기 외지인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히틀러의 음식 감별사로 발탁되어 동부전선으로 끌려가게 된다.
언제 독을 먹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말 그대로 죽을 것같이 두려웠지만,
동시에 향기로운 음식 냄새에 살고자하는 그들의 본능은 꿈틀거렸다.
그곳의 모인 열 명 남짓의 여성들은 제각기 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다.
히틀러의 광신도, 미혼 또는 과부, 전장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 등...
전장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로자는 어떤 이유에서든 죽을 수 없었다.
부디 이번에 내 차례가 비켜가길 바라며, 독이 없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다.
크리스마스에 휴가를 나온다는 남편은 어느 날 실종된다.
로자는 차라리 빨리 죽어버리길 소망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죽고자 하는 살고 살고자 하는 자는 죽는다고 했던가 이 마저도 로자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상황은 날이 갈 수록 나빠지고, 로자는 두려워하던 나치 친위대 장교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로자가 심적으로 의지했던 동료는 유대인으로 추방당하게 된다.

저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요. 게다가 1933년에는 저는 고작 열여섯 살이었어요.
히틀러를 뽑은 건 제가 아니라구요. 그러면 아버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일단 용인하면 그 정권에 대한 책임은 네게도 있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각자가 속하는 국가 체제 덕분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은둔자조차 말이다. 알아들었니?
네게는 정치적 죄악에 대해 면제부가 없다, 로자.

12년 동안이나 독재 체제하에 살면서도
우리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인간은 무엇 떄문에 독재에 순응하는가?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 우리의 변명이다.
나는 고작해야 내가 씹어 삼키는 음식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을 뿐이다.
음식을 먹는 무해한 행위 말이다.

로자는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였다.
히틀러의 생존을 위해 기여하면서도
늘 죽음에 노출된 피해자.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나왔던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
나는 누군가에게 차별을 하는 존재, 강자의 입장일 수있다는 것...
훌륭한 독일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로자는 늘 이중적인 지위에 죄책감을 느꼈다.


히틀러를 위해 일하고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모든 독일인의 의무였다. 
하지만 요제프는 내가 총이나 폭탄이 아니라 
독이 든 음식을 먹다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조용한 죽음이었다.
영웅이 아니라 개 같은 죽음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여자에게 영웅적인 죽음은 어울리지 않는다.


여자의 지위는 유대인이든 독일인이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서도 물건 또는 상으로 주어지는 상품,
모르모트 동물과 같은 취급이었구나 새삼 생각이 들었다.
박멸해야 할 바퀴벌레냐 아니면 
늙고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는 몸이 되면 가차없이 버릴
사냥개의 신분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어쨌든 총통은 그뿐 아니라 가축을 도살하는 것이 
너무 잔인한 행위라 고기를 먹을 수 없대"
"한 번은 저녁 식사를 하던 도중 손님들에게 
자기가 도축장에 갔을 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어.
뜨끈한 피 웅덩이 속에서 철벅이던 장화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말이야.
불상한 디트리히는 음식 접시를 밀어버리더군. 
그 친구 정말이지 감수성이 예민하다니까?"


도축당하는 동물들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과
순수 아리아 혈통이 아닌 유대인들을 학살하는 것,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기의 국민을 음식감별사로 쓰는 데
일말의 거리낌 없는 행동...
인간의 신념이란 정말 무서운 것같다.
어떤 방향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선과 악이라는 것이 선택된다.

조금 더 서치해보니 주인공 로자인 실존인물 마고는 
시련을 더 겪게 된다.
종전 후 음식 감별사 중 유일하게 생존했지만,
소련군에게 끌려가서 14일동안 강간을 당하고 
영영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레고리는 극적으로 살아남아 로자와 다시 재회했지만
3년간의 결혼생활 후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별하게 된다.

가해자들의 입장을 정당화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이라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공평하거나 자비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삶이냐 죽음이냐, 선이냐 악이냐...
선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악이 되고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가게 되고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나의 행동이 옳지 않는 체제를 유지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설사 내가 원치 않았더라도 말이다.
악의 시대에 난 생존하기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지금 선이라고 생각하는 행위가 과연 선인가?
생존과 선과 악에 대한 의미에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

+
영화나 드라마 화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간만에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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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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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페이지 조금 넘는 얇다면 얇고 굵다면 굵은 이 책 한 권의 무게는 너무나 무겁게 다가온다.

평소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에서 내가 차별적인 생각과 언어를 쓰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기도 하다.


p.97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는 비하성 언어와 각종 표현들은 일상이라서 더욱 풀기가 어렵다. 

늘상 반복되어온 탓에 익숙해진 데가가 워낙 비일비재하여 일일이 대응하기도 어렵다. 

특히 유머로 던진 말에 정색으로 하고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유머와 놀이를 가장한 비하성 표현들은 그렇게 '가볍게 만드는 성질'때문에 

역설적으로 '쉽게 도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4장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는 이유편을 보고 

얼마 전에 이슈가 되었던 김숙 상처주네 화법이 떠올랐다.

그동안 유머로 치부하면서 무례하고 비하적인 표현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만나왔던가

잘못되었다 죽자고 달려들면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유머를 다큐로 받아들인다'고 표현한다.

부당한 표현을 맞닥뜨렸을 때 굴하지 않고

 잘못된 것은 잘못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올해 나의 목표였다.

과연 나는 그런 사람이었을까?


p.110

능력주의 체계는 편향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다. 

능력주의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간과한다.

사람은 누구나 개인적 경험, 사회 경제적 배경 등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든 편향된 관점을 가지기 마련이다. 

어떤 능력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 그 능력을 어떤 방법으로 

측정할 것인지와 같은 판단은 이미 편향이 작용된 결정이다. 

이렇게 선택된 방식으로 능력을 측정할 때 출제자의 편향이 응시자 중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p.112

무슨 능력을 측정할지 정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에게는 편향이 있고, 

선정된 평가방식이 다양한 조건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기 어렵다. 

게다가 평가에는 오류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한계를 고려할 때 

어떤 한가지 평가 결과로 사람의 순위를 매겨 결정짓는 것은 위험하다. 

게다가 그런 평가기준으로 인격적인 대우를 달리하거나 

영구적인 낙인을 부여함으로써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것이야말로 불공정하고 부정의한 일이 아닐까


p.139

실제로 우리는 꽤 자주 누군가에게 경고를 보내기 위해 거리에서 시선을 사용한다. 

거리를 걸을 때 누구에게 시선이 머무르는지

생각해보자. 남성 두명이 손을 잡고 걸을 때, 여성이 노출이 많은 옷을 입었을 때, 

지저분한 행색의 사람이 지나갈 때 등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그들을 따라간 적이 있지 않은가? 

거리는 모든 사람의 공간이어야 하지만 모두에게 똑같이 허용된 공간이 아니다. 

거리에는 사람과 행동을 규율하는 규칙과 감시체계가 있다. 

즉 거리는 중립적인 공간인 듯 보이지만 그 공간을 지배하는 권력이 존재한다. 

익명의 다수가 시선으로써,말이나 행위로써, 혹은 직접적인 방해나 법적 수단을 통해 

그 거리에 어울리지 않는 불온한 존재들을 단속하는 데 동참한다. 입장할 자격 없이 

공공의 공간에 침범한 사람, 거리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을 추방하거나 교화시킨다. 

이런 익명성과 편재성 때문에 '낯선 존재'인 소수자들이

느끼는 일상의 시선 혹은 감시의 압박은 삶을 만성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내가 누군가가, 어떠한 것이 싫다라고 표현을 할 때 

과연 단순히 개인의 호불호를 표현한 것인가 아님 이 또한 편견에 편승하여 누군가를 차별하는

결과를 이룬 것이 아닐까...'싫은 것을 싫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권력이다'라는 문장에 뼈를 맞은 듯했다. 

이성애자가 동성애가 싫다고 하는 것과 동성애자가 이성애가 싫다고 말하는 것의 무게 차이가 있듯 

나는 한편으로는 사회적 약자이지만, 또 누군가를 향해 권력을 가진 위치에 놓일 수 있고, 

언제든지 나는 차별을 하는 위치에 있을 수 있다. 

특히 난민을 다뤘던 내용에 많이 공감을 했다. 나 또한 '난민=대부분 극이슬람주의 남자들'

이라는 생각에 난민 수용에 고려를 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더 엄격한 절차를 통해 반드시 도움을 주어야 하는 약자들은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성폭행을 일삼고, 여자알기를 똥으로 아는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들이라고

생각했던 무리에 힘없는 여자와 노인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외면하고 있지 않았을까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유행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썼던 단어가,

 화가나서 표현한 욕이 누군가를 향한 차별적인 언행이

아니었을까...다시 한 번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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