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심리학 -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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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를 믿지 않는다하여도 매년마다 토정비결을 보는 사람들도 있고, 재미삼아 타로카드점을 보는 사람도 있다. 

'나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까?'라는 명제는 현재를 살고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명리학까지 섭렵하여 내 존재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게 첫 걸음을 떼도록 도와주는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정신의학과 명리학의 교감은 마치 좌뇌와 우뇌로 구성된 우리의 뇌를 하나로 이어주는 구조인 뇌량이 창의성과 연관된 것처럼, 한 개인에 대한 가장 창의적인 분석을 가능케하는 만남이라고 말한다. 


정신의학과 심리학, 명리학은 내가 깊이 관심가지고 관련 서적들을 많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찝쩍거려보는(?) 수준의 분야였다. 두 분야의 만남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역시 나같이 생각했던 분이 또 있었던거다!

혹자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정신과 의사가 공부해서 진료하는데 써먹는다고 타박을 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명리학은 서양의 성격학과 비슷한 개념이다. 그러니까 동서양의 적절한 만남인 것이다.

저자가 말했듯 두 학문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하게 해준다. 내안의 모순을 어떻게 다스려야할지 서양식, 동양식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정신의학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균형잡지 못한 생각, 감정, 행동을 고쳐나가는 것이고 명리학은 그러한 방법을 자연에서 배워나가는 것이다. 


p.42 

안분지족을 깨닫는 것이든 인간관계에서 기대치를 줄이는 것이든 결국 '삶은 결핍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의 관점을 바꿔 있는 그대로를 수용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p.47

인간처럼 현재 이 시점에 살지 못하는 존재는 지구상에 없다.

인간만이 끊임없이 과거를 돌아보면서 자기 행동의 의미를 찾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해한다.

성경에서도 끊임없이 "내일 일어날 일을 걱정하지 말라"라고 하지만 우린 언제나 내일 일을 걱정한다. 그렇다고 내일 일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말이지 일 분 일 초 후의 일도 알지 못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래서 道란 100퍼센트 '현재 이 시점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지도 모른다.


정신의학에서 정신분석과 상담을 하는 이유도 과거 자신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 이유를 알아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유독 나는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늘 불안해하는 나를 두고 엄마께서는 현재 하고 있는 것에나 집중하라고 타박을 하셨었는데,그러한 내용들이 명리학에 담겨있었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우리는 늘 미래나 과거에 대해서는 대단한 것, 중요한 것이라고 인식하지만 현재에 대해서는 유독 소홀히 생각하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여 일하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대책없는 사람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니었나 싶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은 나의 과거와 미래를 소중히하는 것이고, 이것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인생이 된다. 찰나에 집중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닌데,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다고 걱정하고 있던 꼴이다.


'타고난 사주를 바꿀 수는 없지만, 인간의 자유의지로 자신의 팔자는 고칠 수 있다. 그러니까 희망을 갖고 인생을 사랑하고 살아가라' 가 이 책의 요지이다. 

관상이든 사주이든 다 사람이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바로 자신의 운명은 결국 자기가 개척하는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다. 명리학 용어는 유독 어렵고 개념도 어려워서 관련 서적들을 보면 혼동스럽다. 이 책은 각 개념의 기본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한다. 많은 것을 담기엔 부족하지만, 관심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기초개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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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정병호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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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덕분에 예전에 비해 책을 읽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동안 읽어야지하면서 쌓아뒀던 책들과

재미있는 신간은 왜 이리 많이 쏟아져나오는지...

이번 책도 바로 이런 시기 덕분에(?) 만난 흥미로운 책이다.

문화인류학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북한이야기

처음에는 북한관련이라니까 굉장히 딱딱하고

 지루한 정치적 이야기만 가득한건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수필형식+학자의 시선+북한이야기가 담겨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왜 항상 대북지원을 할 때마다 북한은 늘 거만한 태도였는지,

왜 김부자 삼대세습이 가능했는지 등

역사적 문화적 맥락으로 그 이유를 설명하고있어

북한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전에 1도씨 인문학이라는 책에서 봤던

RADI-AID라는 단체와 관련된 글을 읽었을때 받았던 충격(?)이

다시 한 번 생각났다.

  

1. 모금은 부당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기반으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

2. 우리는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학교와 TV,미디어에서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기를 원한다.

3. 미디어는 존중을 보여라

4. 원조는 정말로 필요한 것에 기반을 두어 행해져야 한다.

"좋은"의도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북한과의 관계도 이같은 점을 주시하고 있어야 했음을 잊고 있었다.

국경없는 의사회도 결국 정치적 이해에 따라

 수많은 북한 어린이들을 저버리고 북한땅을 떠났다.


쌀이 주식인 사람들에게 영양비스켓은 과자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아기들이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이유식 및 우유가 부족함을 알고

관련 공장을 지어주려 우리나라 대기업들과 논의한다.

하지만 '돈이 되지 않는다, 수지가 안맞는다' 등을 이유로 비웃음만 당했다.

결국 중국의 또우창을 만드는 공장에 아이디어를 얻어

북한 아기들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공장을 세우게 되었고 이는 수많은 목숨을 살리게 되었다.


아이를 위한 우유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만드는 것

정말 상대방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조사한 결과이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것들은 다 북한 군인에게 간다' 등

그동안' 북한 전쟁에 쓰인다 도와줄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고산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저자도 안타까워한 부분이긴 하지만

모든 것은 위대한 수령님의 선물로 포장되어 배포되는 것이

나 또한 안타까웠다. 이것이 중간에서 빼돌림 당하거나

손상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장 정확하게 돌아갈 방법임을 알지만,

그래도 북한 체제 유지에 이용되는 느낌이라 찝찝함을 지울 순 없다.


역시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무조건적인 도움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영원한 우방국은 없으며 자국의 이익에 따라 행동함을

새삼스럽게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내용이다.



'북한 체제는 곧 무너질 것이다, 북한 사람들도 이 같은 폭정을 참지는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해도 늘 북한은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 것같아 의아했다.

저자의 설명을 보니 북한은 꽤나 체계적으로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기위해

전 국민을 교육시키고 있었다.

하나의 커다란 종교집단같은 느낌이랄까?

유일신 사상, 절대왕정, 기독교의 메시아의 개념을

김부자에게 적용시켜 활용하는 모습은 경악스럽기도 했지만,

그만큼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릴때부터 세뇌당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통일이 되었을때

과연 우리 사회와 잘 융합될 수 있을 것인가?

분단의 세월만큼이나 서로 융합해가는 과정은 그만큼 오래 걸릴 것같다.


북한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유일하게 잘했다고 생각하거나 부러워하는 점이다.

'독립유공자 대우와 친일파청산'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에 있는 동포들을 챙기는 것'

예전에 고려인들에게 교과서를 주고 관심을 보였던 것은

북한이었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어린마음에 왜 우리는 저렇게 신경써주지 않으면서

무조건 한민족이라고, 우리 편을 들으라고 강요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우리가 내부적으로 반공이념하에 살아가고 있었을 때

적어도 북한은 대외, 대내적으로 자기편들을 만들어가는 활동들을 했고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무조건 안좋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도 경각심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이 외에도 불평등의 구조와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동안 정치적으로만 생각하고 서로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 사회도 차별, 계급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듯

북한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북한과의 통일을 말하지만, 과연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준비가 되었는지

제대로 생각하고 이해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굉장히 유쾌하고, 그리고 쉽게 북한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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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 - 동굴벽화에서 고대종교까지
전호태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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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굉장히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평소 종교,철학,민속신앙 등에 관심이 많아 이런 주제를 위주로 책을 읽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코로나로 회사 집만 겨우겨우 반복하는 나에게
유일한 낙은 음주독서!
포스트 잇으로 인상 깊은 부분은 표시까지 하며 아주 열심히 읽었다.

이 책은 역사학자인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통해 의식의 흐름대로

구석기부터 샤머니즘,음양오행론,불교,도교,유교까지
역사와 문화를 전반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만약~이라면?'이라는 물음을 통해 각 시대의 유물과 연계되어
쉽게 선사시대와 역사시대에 대해 설명한다.
 

 

구석기 문화 : 생각의 시작


학창시절 학교에서 '구석기=뗀석기'식으로
무조건 시험에 나올 것만 달달 외웠던,
때문에 도구의 발명이 대단한 거 같긴한데,
뭐가 그리 엄청나게 대단하다는 것인지 썩 와닿지는 않았었다.
구석기는 그저 외울 것많고, 지루하고 헷갈리는 시기였을 뿐이다.

 

돌을 손에 쥐고 사용하다가 나뭇가지를 매개로 사용하는 것도
기억, 경험, 연구 개발의 과정을 거쳤다고 봐야해.
뗀석기로 쓰기에 적당한 재질의 재료 돌을
찾아내는 것도 간단한 일을 아니었겠지
어떤 돌이 더 단단한가도 알아야 하고,
어떤 돌이 조각내서 떼어내기에 적합한가도 알아야 하니까 말이야.

 

뗀석기를 통해 머리를 자꾸 쓰게 되고 이것이 설계능력도 키우고,
결국 문명을 만들어 내는 위대한 첫 걸음이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것들이 발전해서 고대의 주술적 미술을 발달시켰고,
이는 상상력의 힘을 길러주게 되었다. 상상력은 종교를 만들었고,
집단을 모이고 유지시키는 힘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상상력'이란 과연 인간의 전유물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고래들은 방언도 있고, 노래도 부른다고 하는데
'상상의 힘'이 인간만 가지고 있다는 전제는 너무 오만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인간이 상상력의 힘을 바탕으로 현재처럼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시작은 누가 먼저였는가에 따라, 찰나의 차이를 통해
인간이 먼저 발전한 게 아닐까?
실없는 상상을 하게 된다.

 

최초로 출현한 신과 관련해 가장 주목할 것은 불을 사용한 일이야.
사람과 짐승을 나누는 가장 큰 차이는 불을 쓰느냐 마느냐거든.
불로 무언가를 익혀 먹는다는 발상을 하고 실제 그렇게 한 건 사람밖에 없어.
불로 어둠을 밝히고 차가워진 몸을 데우는 것도 사람뿐이야.

 

인간은 동물들처럼 털이 많아서 추위를 피할 수 없고,
폭발적인 속도를 내며 달릴 수 없고,
집단의 상태가 아닌 개인이 자연에 내던져지면
바로 죽을 수 있는 가장 연약한 존재였다.
가장 연약했기에 상상의 힘을 만나, 불을 만나 생존할 수 있었다.
가장 연약한 존재였기에 살아남을 수 있던 아이러니함을 볼 수 있다.

 

고대의 신들은 모두 여신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이전에 읽었던 '알파벳과 여신','여신을 찾아서', '여성 관음의 탄생'이라는 책을 통해
심화된 내용을 읽었던 터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곰 신앙과 관련하여 궁금증이 있다.

왜 인간은 곰을 가장 먼저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일까?

 

 


신석기문명 : 토기와 무덤

​​여신의 가르침과 축복을 토기에 새겼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빗살무늬 토기에 새겨진 v자 모양이 여성의 성기를 의미하고
이는 곧 여신상징이었다는 내용이 떠올랐다.
이전에는 단순히 그냥 저렇게 새기고 싶어서 새겼나보다 생각했던 것이
하나 하나 의미가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니
고대의 세계는 생각보다 더 심오하고 흥미롭다.

 

지난번에 그릇에 새를 그리겠다고 했더니
신당 할미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사실 무언가를 새로 그리려면 신당 할미도
신의 말씀을 들어야 했다.
...
신당 할미 말씀으로는 우리의 어머니 신은
새가 되어 오시기도 하고
다른 짐승의 모습으로 오시는 때도 있다고 한다.

 

왜 여신은 '새'로 형상되는 것일까?
알=자궁, 재생을 상징하기 때문에
새=여신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청동기문명 : 신과 인간의 만남, 종교와 권력

 

​왜 청동은 제사에 주로 활용되고 신성시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냥 그런 거라니까
시험에 나온다니까 그렇게 알고 문제를 풀었을 뿐이다.
이제서야 왜 그런 의미를 지녔는지 조금 알 것같다.
구하기 힘들고 다루기 힘든 청동은
그 시대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신의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악한 것이 아무리 멋지게 차려입어도 소용없다.

영웅의 모습으로 가마 앞에 서 있어도 정체가 금방 드러난다.
우리 사이에 잠시 섞여 있어도 거울에 본래 모습이 비치면 달아날 수 밖에없다.
아주 강한 것들은 거울을 흐리게 하지만 어차피 자신을 감출 수 없으니
우리를 훼방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드라큘라나 마녀, 귀신이 거울에 비춰지지 않거나
거울은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피한다는 속설도
이런 오랜 믿음이 전해져 내려오며 변형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암각화 : 문명과 사람

 


​바위신앙은 요즘도 찾아볼 수 있는 오래된 신앙이다.
새삼 그 기원이 예전 암각화를 그리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생각하니
정말 엄청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위는 변치 않는 굳건한 약속의 상징이자

영원한 생명의 표지로 생명을 주는 신이 머무는 곳이라는
설명이 그럴 듯하다. 내가 고대인이었어도 그렇게 믿었을 것같다.

바위 그림을 그리는 것은 신께 드리는 말씀이

영원히 울리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발상이었다.


바위그림이 있는 한 신은 사람과의 대화를 잊지 않으며
바위그림이 있으면 신은 그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다.
이런 설명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말, 신념이 모여 결국'절대자'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구석기때부터 아주 오랜 세월 모인 집단의 집념, 원념이
절대자라는 의식, 존재를 만들고
이 절대자는 신도들의 믿음과 기도가 있어야
영원히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言의 힘, 생각의 힘'은 예상보다 엄청나다고 한다.
바위신앙도 바로 그런 것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거석신앙이 왜 발달했는지 항상 궁금했었다.
돌탑을 쌓고 기도하는 것, 큰 바위나 큰 당간지주를 세워
믿는 것 등...돌이 신들의 싸움에서 패한 옛 신들의 뼈라니...
그래서 생명이 깃들고 신앙의 대상이 되다니...
생각할 수록 신기하고 흥미롭다.

'여신을 찾아서'라는 책에서 봤던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고인돌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나라기도 하다.
한반도 고인돌의 역사는 신석기까지 소급되는데
마고할미가 바로 거석문화가 낳은 여신이라는 것이다.
암각화,거석 신앙은 여신 신앙의 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윷판이 하늘 별자리에서 비롯되었기에 주춧돌 위에 윷판을 새기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운다는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철기시대의 역사와 문화

 


해의 아들이기에 황금빛 알로 태어난 주몽,
신라의 혁거세 등 영웅들의 시대인
철기시대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얼마전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내용이 생각났다.
​아주 드문 확률로 태반 째로 태어나는 아기들이 있는데,
아래 짤방과 같은 모습이라고 한다.
고대인들이 봤을 때 이러한 모습이 신비롭고,
알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할 만 하지 않았을까?

 

 

 

 

고대인들은 옥을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신이 준 생명의 기운이 더해진다고 믿었다고 한다.

또 옥은 불로불사의 의미를 담고있으며,

신선들이 즐겨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어르신들도 관절에 좋다고 옥가락지를 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청동기때부터 이어져온 믿음이었다니...

 

 

 

삼국시대의 건국이야기

 

 

​역사적 서술과 신화의 만남에 대해 다시한 번 생각하게 된 챕터이다.

고구려,백제, 신라의 건국 신화와 역사적 사실의 절묘한 조화

왜 백제만 알에서 태어난 영웅이 나타나지 않고,

역사적 사실처럼 건국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백제는 어찌되었든 부여의 전통 계승자이고,

 때문에 백제의 건국신화는 부여를 따르는 것이라는 발상은

알면서도 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샤머니즘 음양오행론 불교 도교 유교

 

 

각 개념만으로도 책 한 권씩은 넘게 나올 수 있는 이야기를

핵심만 간추려서 이해하기 쉽게 담아 놓았다.

하늘 위, 먼 북쪽은 조상신들의 세계라고 믿었다고 하는데,

황제의 자리도 북쪽이고, 북극성이 모든 별의 기준으로 믿는 이러한 관념은,

왜 북쪽이 높은자리이며 조상신의 세계라고 믿는 것일까?

 

음양오행론은 유교에서 언급을 회피하거나 침묵하는 사안에 대해서

논리적 이해를 가능케하며 샤먼이 신의 답변을 제시하는 등으로

왕권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막는 방도로 이용했다니...

예상치 못했던 개념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 정토라는 개념은 하나인 줄알았는데

종류가 많다니..예전에 즐겨듣는 공포라디오에 출연했던

무속인이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서양과 동양 사람들은 각자 가는 천국이 다르다는 이야기...

정토가 여러개면 이 또한 천국의 다른 버전일까?

파면 팔수록 심오하고 어렵고 알 수없는 신비한 개념이다.

 

신선신앙과 도교는 조금 구분을 해서 보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기전 내 머릿속에서는

도교=신선신앙이 깊게 자리잡아있었기에 읽으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속인들이 모시는 신에도 도교의 신들이 많던데,

우리나라에 자리잡으면서 기존 문화와 융합을 통해

이리저리 섞여버려서인지 몰라도

각각 구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싶기도 하다.

 

 

간만에 이리저리 상상할 수 있고,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각 개념들은 어렵다면 굉장히 어려운 개념인데

하나의 이야기처럼 가볍게 흐르듯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 철학, 문화, 종교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입문 기초서같은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여신을찾아서

#여성 관음의 탄생

#알파벳과 여신

#이중톈 중국사 1 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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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원종우 지음 / 아토포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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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개 챕터로 구성된 가볍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SF단편 모음집이다.

제목부터가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는 책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세대차이

있을 법한 미래의 모습이라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보게 된다. 먼 미래 지구의 자원이 모두 고갈되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나설 때 몇 세대를 거치다보면 목적도 잃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우주선 내의 한정된 자원은 고갈되고 새로운 아노미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은하철도 999가 문득 생각나는 단편이다. 2030년에는 북극의 빙하가 모두 녹을 것이고,

이미 지구의 환경을 되돌리긴 늦었다는 기사를 본 뒤라 그런지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같아 기분이 묘하다.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불교의 空사상, 중도사상이 떠올랐던 단편이다. '공'은 근본적으로 실체가 없고 비어있는 잠재력의 근간을 뜻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을 바탕으로 작가가 재구성한 단편인데, 고양이는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는데,이런 고양이는 현실에 존재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내용이다. 실험을 통해 양자의 실체적 특징들은 모두 참여 관찰자의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유한 실재나 고유한 존재가 없다는 의미는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의 특징이다.고양이의 시선으로 어려운 과학 개념을 풀어낸 재치있는 단편이다.



유로피언

어릴 때 과학의 날에 주로 그려냈던 '해저도시'가 떠오른 단편이다.

미지의 세계, 미지의 생명체와의 만남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디스토피아적인 결말은 지구침공일테고, 유토피아적인 결말은 본문의 내용과 같은 친선일테다.



인형들의 천국

여러 단편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다. AI인공지능이 발달하고 기계가 인류와 지구 생명체를 대신한 미래의 모습이다.철저한 계산을 통해 인류와 생명체들은 지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모든 것이 자로 잰듯 완벽한 기계 사회 기계들은 불교의 사성제를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정당성을 말한다. 외계인 함장은 텅 빈 기계들의 쇼윈도 세상은 미래를 위해 없애야 한다 다짐하고 지구를 폭파시킨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지구의 기계들이 선제공격을 할 수 있었음에도 몇 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다. AI 마이사는 자의식이 없다 단언하는 기계였지만, 과연 자의식이 없는 단순 고철덩어리였을까? 외계인 함장과의 대화 속에서 깨달은 무언가가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단순 기계 오작동으로 조금 대처가 늦어진 것일까 열린 결말아닌 결말로 마무리된다.


이 외에도 계몽의 임무라는 단편도 어릴 적 상상했던 내용 중 하나라 재미있었다. 어려운 과학적 개념과 내용을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으로 구성한 점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그럼에도 뼛속까지 문과생이기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개념들도 있지만, 그래도 쉽고 재미있는 책이란 점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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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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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책을 받고 엄청난 두께에 깜짝 놀랐다

어렸을 때 만화로 봤던 책은 얼마나 내용을 압축해서 담은 것인지그 내용을 어색하지 않게 다 담으려 노렸했던 편집자의 능력에 새삼 경의를 표하게 된다.


내 기억 속의 올리버트위스트의 모습은 바로 이 책의 삽화에 나오는 모습이다. 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집어들고 읽다가 올리버의 삶이 너무 비참하고 우울하고 슬퍼서 '이런 소설이 있다니!'하면서 충격을 받았었는데...성인이 되어 읽는 완역본은 어떤 내용일까 특히 더 기대가 되었다.


찰스 디킨스는 영국의 비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소설에 담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글만 봐도 비참했던 하층민의 삶을 간접적으로 잘 느낄 수 있지만, 얼마 전 우연히 19세기 영국의 생활상을 담은 사진을 보고 작가가 정말 극사실주의적으로 소설을 구성했구나 느낄 수 있었다.





산업혁명 당시 영국 모습을 보고 충격 받았던 사진들이다. 바로 이런 시기에 올리버가 태어난 것이다. 사진 속의 상자들과 로프는 무료가 아니라 엄연히 돈을 지불하고 쓰는 숙박시설이었다는 것... 더 충격인건 vagrancy act라고 해서 구걸하는게 불법이라 길에서 노숙하는 사람들도 다 잡아다가 가두었다고한다이 사진들을 보고 난 뒤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으니 그 당시 찰스 디킨스가 표현하고자 했던 영국 아동여성노동자들의 비참했던 현실이 확 와 닿았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살펴보면 고아인 올리버 트위스트는 구빈원에서 갖은 핍박과 학대를 받으며 자란다밥을 더 달라고 한 죄로 위기에 몰린 올리버는 장의사의 집에 팔려가게 된다. 그곳에서 우연한 오해로 싸움이 일어나게 되고 구타를 당해 런던으로 도주 한다런던에서 올리버는 도저라는 도둑을 만나고 유태인 도둑 페이긴의 집단에 들어가게 된다. 소매치기 도저 일행은 노신사 브라운로우의 주머니를 털고 이를 지켜보고 있던 올리버가 범인으로 몰려 재판을 받게 된다하지만 노신사의 도움으로 올리버의 누명이 벗겨지고 노신사의 저택에 머무르게 된다브라운로우씨는 지불하지 못한 책값을 지불하기 위해 올리버에게 심부름을 시킨다한편,페이긴은 자신이 하는 일을 올리버가 노신사에게 이야기할까 걱정되어 여동료 낸시를 이용해 올리버를 납치하려한다. 올리버는 낸시에게 납치되어 다시 페이긴의 소굴로 끌려가게 되고, 페이긴의 친구 사익스는 올리버 이용해 대저택을 털 계획을 구상한다. 한밤중에 대저택에 잠입한 올리버는 저택 지배인에게 총상을 입고 쓰러진다대저택의 주인마님과 조카딸인 양녀 로즈는 올리버를 불쌍히 여겨 경찰을 따돌리고 대저택에 머무르도록 한다. 한편 브라운로우씨는 말없이 사라진 올리버를 괘씸히 여기고 있던 차에 로즈의 도움으로 오해가 풀어진다.

올리버 친부의 이복 형 몽크스는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이복 동생 올리버를 찾아다닌다결국 올리버의 행방을 찾아낸 그는 페이긴과 결탁해 올리버를 위험에 빠뜨리려 한다계략을 알게 된 낸시는 로즈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낸시는 동료들을 배신한 죄로 사익스에게 살해당하고 도주하던 사익스도 결국 죽음을 맞는다정체가 밝혀진 페이긴은 교수형에 처해지고, 올리버 아버지의 옛 친구임이 밝혀진 브라운로우씨는 올리버를 양자로 삼는다. 동시에 로즈는 올리버의 이모임이 밝혀지는 해피엔딩, 권선징악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소설의 배경이 된 19세기 영국은, 실제로 빈민과 부르주아가 공존하는 두 얼굴을 가진 도시였다고 한다.19세기 초의 런던은 이미 인구 100만 명을 넘어선 거대도시였고, 도시의 빈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매우 심각했다. 최약체인 아이들, 극빈자를 위한 공간인 구빈원은 어떤 공간이었을까? 중세시대 빈민의 구제는 주로 교회나 수도원장원에서 했지만, 16세기 인클로저운동과 물가 앙등으로 부랑자와 거지가 늘어나고 수도원이 해산되면서 교구가 구빈사업을 책임지게 된다그리하여 구빈세가 가해지고 1601년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 구빈법이 실시된다구빈법은 빈곤 구제뿐만 아니라 직업적 걸인들을 없애는 것이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감옥 같은 성격이 훨씬 강했다고 한다.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고아나 빈민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부분에 있어서 뒤쳐져 있었는데, 이는 청교도적인 영향으로 사생아에 대한 냉담과 거부반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구빈원에 대한 무관심과 사회적 편견 속에 교구 측에서는 구빈원 수용자들을 처리하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때마침 공장들이 도시에서 먼 곳에 세워졌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노동력을 구하기 힘들었고, 교구당국과 아동노동을 필요로 하는 공장주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짐으로써 공장노동에 구빈원 아동이 동원될 수 있었다어린이들은 공장에 기계부품처럼 공급되어 감옥같은 공장에 갇힌 채 노예같은 삶을 견뎌야 했다이들은 과다한 노동,수면부족,여러 사고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건강상태가 좋지 못했고 지적 상태도 좋지 못했다.19세기가 되면서 여러 요인에 의해 구빈원 도제의 공장 고용은 줄어들었다점점 구빈원 도제제도가 사라지고 대신 계약체결에 의한  미성년 노동고용이 일반화 된다. 하지만 미성년자 노동이 구빈원 도제에서 자유 계약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그들에 대한 대우나 상태도 본질적으로 다를 바는 없었다. 이러한 사회적정치적경제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하고 암울한 시대에 작가는 소설을 통해 '사회에 대한 도덕적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특히 산업사회에서 소홀하기 쉬운' 인간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작품 속에서 주장한다. '냉혹하고 사실적인 사회에 내버려진 주인공 어린 아이는 고난을 이겨내고 결국 잘 된다'라는 결론은 한 편으로는 동화같이 꿈같은 이야기이다. 작가는 동화같이 환상적인 결말을 통해 조금이나마 독자에게 위안을 주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작가 찰스 디킨스는 조부모가 노비 신분이었고, 아버지는 해군성 경리국의 하급관리였던 하류계층의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주로 빈민촌을 전전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20대에 의회와 신문사의 속기사신문사의 통신원과 기자 생활을 하면서, 사회 도처에 만연된 부조리와 병폐그리고 특히 산업혁명의 여파로 황금만능주의의 사회상을 그 누구보다 잘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배경을 통해 디킨스는 자신의 불우했던 어릴 적 삶을 바탕으로 글을 썼고, 당시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들을 문학이라는 수단을 빌려 고발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렸을 때 읽었을 때도 인상적이었지만, 성인이 된 지금 읽어도 인상적인 작품이다. 19세기의 현실이 냉혹하다 하지만, 21세기인 현재도 형식만 달라졌지, 그 때와 다름없는 냉혹한 현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가 현재에도 살아있었다면 오늘 날 사회를 어떻게 바라볼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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