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 - 동굴벽화에서 고대종교까지
전호태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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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굉장히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평소 종교,철학,민속신앙 등에 관심이 많아 이런 주제를 위주로 책을 읽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코로나로 회사 집만 겨우겨우 반복하는 나에게
유일한 낙은 음주독서!
포스트 잇으로 인상 깊은 부분은 표시까지 하며 아주 열심히 읽었다.

이 책은 역사학자인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통해 의식의 흐름대로

구석기부터 샤머니즘,음양오행론,불교,도교,유교까지
역사와 문화를 전반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만약~이라면?'이라는 물음을 통해 각 시대의 유물과 연계되어
쉽게 선사시대와 역사시대에 대해 설명한다.
 

 

구석기 문화 : 생각의 시작


학창시절 학교에서 '구석기=뗀석기'식으로
무조건 시험에 나올 것만 달달 외웠던,
때문에 도구의 발명이 대단한 거 같긴한데,
뭐가 그리 엄청나게 대단하다는 것인지 썩 와닿지는 않았었다.
구석기는 그저 외울 것많고, 지루하고 헷갈리는 시기였을 뿐이다.

 

돌을 손에 쥐고 사용하다가 나뭇가지를 매개로 사용하는 것도
기억, 경험, 연구 개발의 과정을 거쳤다고 봐야해.
뗀석기로 쓰기에 적당한 재질의 재료 돌을
찾아내는 것도 간단한 일을 아니었겠지
어떤 돌이 더 단단한가도 알아야 하고,
어떤 돌이 조각내서 떼어내기에 적합한가도 알아야 하니까 말이야.

 

뗀석기를 통해 머리를 자꾸 쓰게 되고 이것이 설계능력도 키우고,
결국 문명을 만들어 내는 위대한 첫 걸음이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것들이 발전해서 고대의 주술적 미술을 발달시켰고,
이는 상상력의 힘을 길러주게 되었다. 상상력은 종교를 만들었고,
집단을 모이고 유지시키는 힘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상상력'이란 과연 인간의 전유물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고래들은 방언도 있고, 노래도 부른다고 하는데
'상상의 힘'이 인간만 가지고 있다는 전제는 너무 오만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인간이 상상력의 힘을 바탕으로 현재처럼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시작은 누가 먼저였는가에 따라, 찰나의 차이를 통해
인간이 먼저 발전한 게 아닐까?
실없는 상상을 하게 된다.

 

최초로 출현한 신과 관련해 가장 주목할 것은 불을 사용한 일이야.
사람과 짐승을 나누는 가장 큰 차이는 불을 쓰느냐 마느냐거든.
불로 무언가를 익혀 먹는다는 발상을 하고 실제 그렇게 한 건 사람밖에 없어.
불로 어둠을 밝히고 차가워진 몸을 데우는 것도 사람뿐이야.

 

인간은 동물들처럼 털이 많아서 추위를 피할 수 없고,
폭발적인 속도를 내며 달릴 수 없고,
집단의 상태가 아닌 개인이 자연에 내던져지면
바로 죽을 수 있는 가장 연약한 존재였다.
가장 연약했기에 상상의 힘을 만나, 불을 만나 생존할 수 있었다.
가장 연약한 존재였기에 살아남을 수 있던 아이러니함을 볼 수 있다.

 

고대의 신들은 모두 여신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이전에 읽었던 '알파벳과 여신','여신을 찾아서', '여성 관음의 탄생'이라는 책을 통해
심화된 내용을 읽었던 터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곰 신앙과 관련하여 궁금증이 있다.

왜 인간은 곰을 가장 먼저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일까?

 

 


신석기문명 : 토기와 무덤

​​여신의 가르침과 축복을 토기에 새겼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빗살무늬 토기에 새겨진 v자 모양이 여성의 성기를 의미하고
이는 곧 여신상징이었다는 내용이 떠올랐다.
이전에는 단순히 그냥 저렇게 새기고 싶어서 새겼나보다 생각했던 것이
하나 하나 의미가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니
고대의 세계는 생각보다 더 심오하고 흥미롭다.

 

지난번에 그릇에 새를 그리겠다고 했더니
신당 할미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사실 무언가를 새로 그리려면 신당 할미도
신의 말씀을 들어야 했다.
...
신당 할미 말씀으로는 우리의 어머니 신은
새가 되어 오시기도 하고
다른 짐승의 모습으로 오시는 때도 있다고 한다.

 

왜 여신은 '새'로 형상되는 것일까?
알=자궁, 재생을 상징하기 때문에
새=여신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청동기문명 : 신과 인간의 만남, 종교와 권력

 

​왜 청동은 제사에 주로 활용되고 신성시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냥 그런 거라니까
시험에 나온다니까 그렇게 알고 문제를 풀었을 뿐이다.
이제서야 왜 그런 의미를 지녔는지 조금 알 것같다.
구하기 힘들고 다루기 힘든 청동은
그 시대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신의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악한 것이 아무리 멋지게 차려입어도 소용없다.

영웅의 모습으로 가마 앞에 서 있어도 정체가 금방 드러난다.
우리 사이에 잠시 섞여 있어도 거울에 본래 모습이 비치면 달아날 수 밖에없다.
아주 강한 것들은 거울을 흐리게 하지만 어차피 자신을 감출 수 없으니
우리를 훼방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드라큘라나 마녀, 귀신이 거울에 비춰지지 않거나
거울은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피한다는 속설도
이런 오랜 믿음이 전해져 내려오며 변형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암각화 : 문명과 사람

 


​바위신앙은 요즘도 찾아볼 수 있는 오래된 신앙이다.
새삼 그 기원이 예전 암각화를 그리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생각하니
정말 엄청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위는 변치 않는 굳건한 약속의 상징이자

영원한 생명의 표지로 생명을 주는 신이 머무는 곳이라는
설명이 그럴 듯하다. 내가 고대인이었어도 그렇게 믿었을 것같다.

바위 그림을 그리는 것은 신께 드리는 말씀이

영원히 울리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발상이었다.


바위그림이 있는 한 신은 사람과의 대화를 잊지 않으며
바위그림이 있으면 신은 그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다.
이런 설명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말, 신념이 모여 결국'절대자'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구석기때부터 아주 오랜 세월 모인 집단의 집념, 원념이
절대자라는 의식, 존재를 만들고
이 절대자는 신도들의 믿음과 기도가 있어야
영원히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言의 힘, 생각의 힘'은 예상보다 엄청나다고 한다.
바위신앙도 바로 그런 것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거석신앙이 왜 발달했는지 항상 궁금했었다.
돌탑을 쌓고 기도하는 것, 큰 바위나 큰 당간지주를 세워
믿는 것 등...돌이 신들의 싸움에서 패한 옛 신들의 뼈라니...
그래서 생명이 깃들고 신앙의 대상이 되다니...
생각할 수록 신기하고 흥미롭다.

'여신을 찾아서'라는 책에서 봤던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고인돌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나라기도 하다.
한반도 고인돌의 역사는 신석기까지 소급되는데
마고할미가 바로 거석문화가 낳은 여신이라는 것이다.
암각화,거석 신앙은 여신 신앙의 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윷판이 하늘 별자리에서 비롯되었기에 주춧돌 위에 윷판을 새기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운다는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철기시대의 역사와 문화

 


해의 아들이기에 황금빛 알로 태어난 주몽,
신라의 혁거세 등 영웅들의 시대인
철기시대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얼마전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내용이 생각났다.
​아주 드문 확률로 태반 째로 태어나는 아기들이 있는데,
아래 짤방과 같은 모습이라고 한다.
고대인들이 봤을 때 이러한 모습이 신비롭고,
알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할 만 하지 않았을까?

 

 

 

 

고대인들은 옥을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신이 준 생명의 기운이 더해진다고 믿었다고 한다.

또 옥은 불로불사의 의미를 담고있으며,

신선들이 즐겨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어르신들도 관절에 좋다고 옥가락지를 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청동기때부터 이어져온 믿음이었다니...

 

 

 

삼국시대의 건국이야기

 

 

​역사적 서술과 신화의 만남에 대해 다시한 번 생각하게 된 챕터이다.

고구려,백제, 신라의 건국 신화와 역사적 사실의 절묘한 조화

왜 백제만 알에서 태어난 영웅이 나타나지 않고,

역사적 사실처럼 건국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백제는 어찌되었든 부여의 전통 계승자이고,

 때문에 백제의 건국신화는 부여를 따르는 것이라는 발상은

알면서도 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샤머니즘 음양오행론 불교 도교 유교

 

 

각 개념만으로도 책 한 권씩은 넘게 나올 수 있는 이야기를

핵심만 간추려서 이해하기 쉽게 담아 놓았다.

하늘 위, 먼 북쪽은 조상신들의 세계라고 믿었다고 하는데,

황제의 자리도 북쪽이고, 북극성이 모든 별의 기준으로 믿는 이러한 관념은,

왜 북쪽이 높은자리이며 조상신의 세계라고 믿는 것일까?

 

음양오행론은 유교에서 언급을 회피하거나 침묵하는 사안에 대해서

논리적 이해를 가능케하며 샤먼이 신의 답변을 제시하는 등으로

왕권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막는 방도로 이용했다니...

예상치 못했던 개념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 정토라는 개념은 하나인 줄알았는데

종류가 많다니..예전에 즐겨듣는 공포라디오에 출연했던

무속인이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서양과 동양 사람들은 각자 가는 천국이 다르다는 이야기...

정토가 여러개면 이 또한 천국의 다른 버전일까?

파면 팔수록 심오하고 어렵고 알 수없는 신비한 개념이다.

 

신선신앙과 도교는 조금 구분을 해서 보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기전 내 머릿속에서는

도교=신선신앙이 깊게 자리잡아있었기에 읽으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속인들이 모시는 신에도 도교의 신들이 많던데,

우리나라에 자리잡으면서 기존 문화와 융합을 통해

이리저리 섞여버려서인지 몰라도

각각 구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싶기도 하다.

 

 

간만에 이리저리 상상할 수 있고,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각 개념들은 어렵다면 굉장히 어려운 개념인데

하나의 이야기처럼 가볍게 흐르듯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 철학, 문화, 종교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입문 기초서같은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여신을찾아서

#여성 관음의 탄생

#알파벳과 여신

#이중톈 중국사 1 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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