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제인 오스틴 지음, 앨리스 패툴로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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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오만과 편견 책을 펴들었다. 


특별히 이번에 지학사아르볼에서 출간된 오만과 편견은 풀컬러 일러스트에디션으로 소장욕구가 뿜뿜하는 그런 책이다.


오만과 편견 BBC버전, 오만과 편견 영화,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 등 왠만한 버전은 다 섭렵한 나는 꽤나 '오만과 편견'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에게 있어 다아시는 바로 콜린퍼스 버전의 다아시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먼저 보고 책을 읽어서 인지 늘 오만과 편견을 읽을 때면 콜린퍼스의 영국 억양이 머릿속에 맴돌았다.(단점이라면 단점...)


영앤리치앤핸썸의 대표주자 미스터 다아시



훌륭한 소설이지만 시대가 시대인지라 시대착오적인 개념들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렸을 때는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연애담에 집중하게되는 독서였다면, 어느정도 사회생활 짬바(?)가 찬 지금은 그 외적인 것들, 그러니까 여자는 상속권이 없다는 것과 직업을 갖지 못하며 그 시대에 여성의 성공이란 돈 많고, 나만 사랑해주는 남편을 찾는 것이라는 개념에 매우 분개하며 다시 읽게 되었다. (그리고 늘 느끼지만 제인 오스틴은 설렘포인트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것같다.)


엄청난 재산과 높은 신분을 가진 다아시는 오만함의 대표 인물이다.(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인 오스틴 이후 로맨스 소설의 남주의 원형은 차도남 다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부와 명예를 가진,냉소적인 태도의 다아시 주변에는 그에게 관심을 받고자 접근하는 여자들이 많다. 

이런 상황이기에 다아시는 누구라도 자신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근자감을 가지고 엘리자베스에게 고백을 하고 대차게 차이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나중에 반성의 시간(?)을 가진 뒤 엘리자베스에게 '너같은 여자는 처음이야st'의 고백을 하게 된다.)



아들만 상속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베넷 부인에게는 다섯 딸의 결혼이 유일한 관심사이자 일생일대의 과업이 된다.

둘째인 엘리자베스는 무도회장에서 처음 만난 다아시의 오만한 태도에 저런 사람이라면 선량한 위컴을 질투하여 그의 목사직을 빼앗았기에 충분하다는 편견을 갖게 된다. 

첫째딸 제인과 빙리는 첫 눈에 서로가 자신의 인연임을 알아보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의 의견과 편견의 시선에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주저하고, 포기하게 된다.


겉으로 보면 친절하고 상냥하지만 속은 음흉한 위컴, 무도회와 남자, 연애가 온통 관심사인 리디아, 열심히 책읽고 공부하지만 현실성 없는 교훈만 찾는 메리, 자신의 권위와 위세, 자신이 하는 것은 모두 옳다고 믿는 캐서린 부인 등 소설 속의 인물들은 어리석든 어리석지않든 모두가 자신만의 기준과 편견에 근거하여 모든 것을 판단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왜 다들 편견에 사로잡혀서 무엇이 중요한지 모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알았을 때 이를 시인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사실 나 자신부터도 누군가와 인연을 맺을 때 주위 상황과 소문,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잣대로 판단하는 우를 범하기를 피하기 힘들다. 이 때 나는 이들처럼 내 잘못된 관점을 시인하고 고쳐나갈 용기가 있는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렸을 때는 그냥 재미있게 읽었지만,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전이라고 하면 부담감부터 갖게 되기 마련인데, 그녀의 작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해서 멈출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연애'를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의 것들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내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불공평한 여성의 지위, 가문의 이해관계에 따른 평판의 유지를 위한 위선 등 아마 제인 오스틴이 살던 그 시기의 사회적인 편견을 교묘히 꼬집고자 이러한 소설을 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한 편으로는 정말 가볍게 연애소설을 쓰고 싶어서 썼는데 후대의 사람들이 이러한 해석을 붙여준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소설은 and they're living happliy ever after로 끝맺음이 난다. 과연 그들의 삶은 끝까지 행복으로 끝날 수 있을까? 각자의 삶 속의 오만과 편견은 또 그들을 흔들겠지만, 나름 이것들을 이겨내면서 행복을 찾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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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품은 집, 장경판전 문학의 즐거움 56
조경희 지음, 김태현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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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도서는 정말 오랜만이다. 

궁궐이나 정부기관 관련 소개용 어린이용 도서는 많이 읽었는데,

어린이를 위한 문학은 정말 오랜만이라 두근두근 설레기도하다.

학창시절 따분하게 배웠던 장경판전를 모티브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려낸 책이다.



"자신의 운명을 바꿀 만한 중요한 순간이 오면, 

미련 없이 자신을 버려야 해.

그래야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단다."


주인공 '소화'는 매품팔이를 하는 아버지와 사는 소녀이다.

아버지는 소화를 홀로 키우기 위해 목수일을 접고,

대신 남의 매를 받아 돈을 버는 매품팔이를 한다.

힘겹고 어려운 삶이지만, 둘은 서로가 함께라서 행복했다.

 

능소화를 좋아하는 아버지는 아끼는 딸의이름을

능소화에서 따온 '소화'로 지었다.

능소화의 꽃말은 명예,자랑,영광,기다림이라고 한다.

예상치 못했던 일로 아버지를 잃고 홀로서기를 한 소화의 일대기가

능소화의 꽃말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뜬금없지만 이 부분을 보고 숭례문 재건에 사용할 나무를 베어내면서

"어명이오!"하고 나무를 베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래된 나무를 벨 때 '100년된 너를 잘라 다시 1000년의 생명을

넣어주겠다'고 위로하며 제사도 지내줬다는데,

말 못하는 생물이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넋을 위로해주기 위한 

장인들의 마음이 이 한 마디에 다 담겨있는 듯하다.



어린이용 도서지만, 어른들에게도 예상치 못하게

뜨끔한 무언가를 전해주는 내용이다.

항상 무언가를 이뤄내고, 남들과 경쟁하여 이기려고만 하고 

남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살진 않았나

정작 내 뒷모습, 내 진짜는 어떻게 가꾸고 있었나 생각하게 된다.


아버지 친구인 대목장 아저씨를 따라

장경판전을 짓는 공사에 참여한 소화는

그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의 꿈에 대해 눈을 뜨게된다.

나무만 보고도 기둥감인지 대들보감인지

척척 알아내는 대목장아저씨에게

소화는 묻는다.


"그것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스스로 결정하는 거란다.

그 성질과 쓰임은 나무가 가장 잘 알고 있지.

그러니 일부러 애쓸 필요가 없다."

 

나무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다 쓰임새가 있고,

기다리면 깨닫게 되는 것이 이치인데

그동안 우리는 왜 안달복달 못하며 아등바등 살았을까?

그동안 '왜 나는 남들만큼 못할까,

'왜 우리집 애는 내 맘대로 따라주지 않을까'
 스스로를 옥죄여가며 고통을 받았을까


아직 애도 없고, 결혼도 안했지만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내 아이가 갈 길은 아이 스스로 알고 있고,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음 좋겠다.

나 또한 내 쓰임새는 내가 잘 알고 있을테니

일부러 애써 고통받지 말자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소화와 티격태격하던 동이는 큰 스님 밑에서 단청을 배우며,

그리고 소화를 보며 성장한다.

소화 역시 장경판전을 만드는 일을 도우며 성장한다.

장경판전이 완성된 후 소화는 아저씨들과 함께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나중에 동이와 만나서 남은 우정을 쌓게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능소화라는 이름처럼 기다림과 고통을 이겨내고

눈부시게 피워내는 소화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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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소녀 - 페미니스트 고스트 스토리
베니타 코엘료 지음, 유숙열 옮김 / 이프북스(IFBOOKS)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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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에서 진행했던 펀딩을 통해 받아본 책이다. 읽은 것은 진작이지만 이제서야 서평 아닌 서평을 쓰게 되었다. 처음엔 페미니스트와 으시으시한 귀신 이야기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걸까 궁금증이 들었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서 특수한 보통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특이하게도 공포 소설이지만, 읽다보면 슬프고 안타깝고 화가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여러 챕터로 단편이 모여 구성되어있다. 어떤 챕터는 이해할 수 없고, 또 어떤 부분은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귀신'이다. 그냥 귀신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한(恨)많은 귀신' ,바로 명예살인, 가정폭력, 성폭행 등의 피해자 귀신들의 이야기이다.


인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사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다.

체면을 위해 친오빠에게 살해당한 소녀, 이웃집 아저씨의 성추행을 귀신의 짓이라 믿는 소녀와 아버지에게 강간당하는 딸의 분노,인신매매, 매춘 등 우리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하나의 어두운 동화형식으로 풀어낸다. 


침묵을 강요받은 그녀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던 소녀들, 마냥 소설로만 치부하기엔 너무나 현실이기에 더 마음 아팠던 그런 책이다.



침묵은 그 운명적인 위원회에서 그렇게 시작되었고 여성의 목소리는 땅속 깊이 잠들어버렸다. 아들들과 연인, 남편들의 항의는 가볍게 나가떨어졌다. 침묵은 문 아래로 새어 나와 여성들의 혀 속에 무겁게 자리 잡았다. 그리고 각자의 입 속에 물린 재갈이 되었다. 법령이 선포된 지 5년이 흐르자 그 땅에 사는 어느 여자도 노래나 또는 분노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그 땅에서 목소리를 가졌던 유일한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운이 좋아서 목소리를 지닉고 있었는데 사랑 때문에 그것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녀는 마른 입술로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모든 여자가 아는 노래였다. 남자들이 오래전부터 저녁의 음악과 웃음으로 집에 돌아와 흥얼거리던 바로 그 노래였다.
“나에게 말해요.
왜 당신은 결코 나에게 말을 하지 않나요
당신의 눈이 말을 하고
당신의 손이 말을 해요.
왜 당신은 결코 말을 하지 않나요?”
최고 마울비는 그녀의 머리를 단두대로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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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 인생만화에서 끌어올린 직장인 생존철학 35가지
김봉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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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의 캐릭터 모습이 마치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집에 가고싶어하는 내 모습과 닮아서 유독 호기심이 일었던 책이다.저자의 인생만화에서 배운 직장인 생존철학을 담은 책인데, 개인적으로는 만화에서 생존법을 찾는다기 보단 좀 더 나보다 사회생활을 해본 선배가 사회 초년생과 후배들에게 솔직하게 본인이 그동안 느꼈던 점들을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1.
내가 다니는 회사가 블랙기업인지 점검해보는 부분에선 울컥했다. 
엉터리 규칙을 내세우는지, 일은 하는데 성과가 안나오는 구린 하루의 반복, 가스라이팅, 무리한 노동 강요 등 나의 첫 직장과 두번 째 직장 모두 뻐킹 블랙기업이었다. 그땐 뭣도 모르고 그렇게 일을 해야하는줄 알고 바보처럼 당하고만 살았다. 다시 생각하니 울컥하지만, 그때의 경험을 자양분삼아 현재 잘 생활하고 있다고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은 하고 있다.

2.
<강철멘탈을 뚫는 창은 언제든 들어온다. 그럼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어떤 상사를 만나는 게 도움되는지와 관련된 내용에선 매우 공감하며 읽었다. 일 잘하지만 성격 더럽고 부지런한 상사, 일 못하는데 성격만 좋은 상사, 둘 다 아닌 상사 모두 다 겪어봤기에 공감가던 부분이다. 난 상사의 입장이 아니기에 늘 개똥같은 상사에 대해 욕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한 번도 내가 상사가 될 거라는 생각은 안해봤었다. 읽다보니 난 미래에 어떤 상사가 되어야할까 하는 고민이 문득 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욕하는 상사의 모습이 되지말자, 적어도 내가 지금 욕하는 저들의 모습이 안 되는 게 가장 최선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3.
퇴근하고 나서 회사가 남긴 찌꺼기 같은 감정, 회사에 대한 생각이 하나도 안 남는 직장이라면 나는 영원히 다닐 수 있을 것같다.

내가 마지막 직장을 구하기 전 가장 최우선으로 삼았던 조건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해당 조건에 부합되는 직업을 얻어 나름 행복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퇴근 후 업무가 나를 괴롭히자 않는 삶,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게 커다란 소망이 되어버린 삶,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찾기 힘들다.

4.
<복수의 온도>

되도록 싸움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부딪혀야 할 때가 있다. 상대가 공연한 싸움을 먼저 걸어오는 경우도 있고, 시비를 걸면서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 가만히 지켜만 보면 너무나도 피해가 커진다. 무조건 받아주고, 손해를 봐가면서도 물러서기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니까. 이해득실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참으면서 너무나 억울하고 손해가 크다면 오히려 한 번 싸워서 도발을 중단할 필요도 있다.

 나는 그동안 제대로 싸우는 법을 알지 못해 늘 우울하고 힘들었던 사회 초년생 시절을 겪었다. 사회생활 중 '싸움'은 정말 심사숙고해야 한다. 자칫 내가 일을 그만두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복수나 대응을 하려면 확실하게 끝장내는 것이 좋다. 지는 싸움은 하지 말란 소리다. 

"복수는 차가울 때 가장 맛있는 음식과 같다."

냉정하게 판단하고 복수할 수 있는 능력과 때가 왔을 때 과감하게 베어버려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5.
<은근하게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이번 챕터를 읽고 깜짝 놀랐다. 사람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인가보다. 내가 겪고 느낀 내용 그대로 담겨 있었다. 회사에선 늘 불만투성이지만, 절대 입밖에 내지 않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 먼저 나서 싸우면 슬며시 숟가락만 얹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늘 사회생활에서는 괜히 나댔다가 너만 피해본다는 말이 있는 것같다. 나는 저자가 말하는 스킬인 은근히 공격하는 법을 몰라서 늘 우왕좌왕, 좌충우돌이었다. 

이것은 나의 권리니까 당연히 줘야 한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위계관계가 확실한 직장에서는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상사가 가진 권한이나 이익을 조정하거나 뺏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니까 그들에게도 무엇인가를 줘야한다. 그들이 만족하고, 나에게 치명적이지 않은 무언가를. 그게 협상이고, 협상은 사회생활의 기본 능력이다.


읽으면서도 마음에 깊이 새겨야겠다 생각한 부분이다. 특히나 보수적인 현재 직장에서 협상이란...명분을 제시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느끼고 있다. 아직 나는 갈 길이 멀다.


6.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것은 쉽다. 게다가 회사라는 조직에 속해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하면서 새로운 것에 딴지를 거는 태도가 훨씬 유리하다.


그동안 이런 부류때문에 속터졌던 세월이 얼마였던가...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혹 그들이 실수하면 내가 이득을 취하는 그런 부류와 상사들 때문에 고통받았었다. 내가 퇴사했던 이유 중 하나...상사의 모습은 미래의 내 모습이라는데, 도무지 내 미래가 더 나아질 길이 없어 보였다. 이런 회사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하나에 대해 저자는 이런 대답을 내 놓는다. 


회사의 룰을 따라가면서 필요한 것을 얻어내고, 자신이 결정권자가 되었을 때 게임 체인저가 되어 고루한 룰을 바꾸는 전략.


'스스로 룰을 만드는 사람'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결국 오랜 인내를 통해 때를 기다리란 소리다. 난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7.

회사에서도 나의 진가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 매우 공감한다. 그리고 적어도 3년이란 내 체험과 경험을 쌓아 내 능력치를 올려야 내가 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내 이야기가 통한다는 것도 공감한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회사에서는 나만 할 수 있는 것,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무언가를 가져야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이 때문에 고민도 많이 하고, 나는 능력이 뛰어나지 않으니 곧 버림받겠다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못하는 일은 세상에 없다. 흔히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고. 그래야 밀려나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다고. 그러나 대체 불가능한 일은 세상에 없다.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던 이가 아쉽거나 부러울 수는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세상도, 조직도 변해가는 것이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그에 맞게 변화한다. 조직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을 때 유연하게 변할 수 있는 조직이지 한 사람의 특성에 맞게 모든 것을 비정상적으로 뒤트는 돌연변이가 아니다.


​너무 당연한 소리인데, 그동안 '특별함'이란 것에 꽂혀서 잊고 지냈던 것같다. 세상에 대체못할 것은 없는데 난 왜 그리 전전긍긍했던가...지금 내가 가져야할 것은 '유연함'이다.

 

이 외에도 진짜 저자의 '찐 회사생활 짬밥'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아닌 조언들이 가득 담겨 있어 나름 위안도 얻고,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 내 사회생활길은 천리길 먼 길이지만, 조금 잘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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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몰락한 왕의 역사 - 동물 위계로 본 서양 문화사
미셸 파스투로 지음, 주나미 옮김 / 오롯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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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을 읽다가 만나게 된 책. 고대인들은 곰을 신처럼 받들어 제사를 모셨다는 대목에서 궁금증이 일었다. 왜 하필 곰일까? 사자도 있고 다른 위험한 맹수들도 있는데 왜 곰일까? 왜 곰 토테미즘이 있고, 단군 신화에서는 웅녀가 등장하는 것일까?하는 그동안 나의 모든 궁금증을 해소시켜준 책이다. 


흔히 동물의 왕은 사자라고 각인되어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유럽의 문화,역사, 배경을 아울러 '곰'이라는 상징성의 흥망성쇠에 대해 설명한다. 곰과 인간의 관계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구석기인들이 살던 동굴 안쪽에 제단 형식으로 만들어진 곰의 뼈,이것을 놓고 당시 구석기인들이 곰을 숭배한 흔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론과 단순한 사냥의 결과물을 모아 놓은 것, 세월이 오래 지나 우연히 생긴 산물 이라는 의견이 아직도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저자처럼 나도 왠지 오래전 그들은 곰을 신앙의 대상으로 여겼을 것같다. 그런데 왜 곰일까?


이전의 사람들은 곰이 사람처럼 교배를 하며, 사람처럼 잡식을 하고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점에 의미부여를 했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가공할만한 파괴력도 지녔기에 숭배의 대상의 되지 않았나 싶은데, 이러한 인식은 곰은 인간의 조상이다라는 개념까지 이어져, 많은 고대 부족의 사냥꾼들이 함부로 사냥하지 않고 공존의 삶을 이어가는데 일부분 역할을 하게 된다. 


아르테미스나 토르같이 우리가 흔히 들어본 신들의 이름은 곰과 관련이 되어있다는 것, 아더왕도 곰을 상징하는 인물로 강력한 왕권, 힘을 상징하는 것은 모두 곰과 관련이 되어 있어 곰 신앙의 흔적을 다양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중세 기독교 사회가 되면서 이전의 신앙, 그러니까 켈트족이나 게르만족의 문화는 모두 사악한 것으로 치부되어 곰 또한 사탄의 레벨로 격하되게 된다. 신과 같은 최고의 권위를 가진 곰의 상징성을 파괴해야 포교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기에 아주 오랜 세월동안 공을 들여 곰의 상징을 파괴하는 일에 교회는 몰두한다. 


곰은 왼발을 주로 사용한다고 했던 학자들에 의해 아직까지도 왼손을 사용하면 부정한 것, 왼손잡이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전해져오고 있으니 문화적인 부분은 파면 팔수록 신기하고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정한 것, 사악한 곰, 이전의 문화는 이교도의 것...이러한 사업에 발맞춰 곰을 대체할 동물을 찾게되는데 바로 사자이다. 페르시아 등지에서는 사자는 동물의 왕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그 당시만해도 유럽 쪽에서 사자는 생소한 동물이었다. 바로 이 생소함을 이용하여 사자는 그리스도의 상징이 되었고 곰을 대체하는 새로운 왕이 되었다. 결국 기독교 포교와 교회의 역사와 곰의 쇠락은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사,문화적으로 치밀하게 곰의 상징성의 흥망성쇠를 잘 다루고 있어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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