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품은 집, 장경판전 문학의 즐거움 56
조경희 지음, 김태현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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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도서는 정말 오랜만이다. 

궁궐이나 정부기관 관련 소개용 어린이용 도서는 많이 읽었는데,

어린이를 위한 문학은 정말 오랜만이라 두근두근 설레기도하다.

학창시절 따분하게 배웠던 장경판전를 모티브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려낸 책이다.



"자신의 운명을 바꿀 만한 중요한 순간이 오면, 

미련 없이 자신을 버려야 해.

그래야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단다."


주인공 '소화'는 매품팔이를 하는 아버지와 사는 소녀이다.

아버지는 소화를 홀로 키우기 위해 목수일을 접고,

대신 남의 매를 받아 돈을 버는 매품팔이를 한다.

힘겹고 어려운 삶이지만, 둘은 서로가 함께라서 행복했다.

 

능소화를 좋아하는 아버지는 아끼는 딸의이름을

능소화에서 따온 '소화'로 지었다.

능소화의 꽃말은 명예,자랑,영광,기다림이라고 한다.

예상치 못했던 일로 아버지를 잃고 홀로서기를 한 소화의 일대기가

능소화의 꽃말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뜬금없지만 이 부분을 보고 숭례문 재건에 사용할 나무를 베어내면서

"어명이오!"하고 나무를 베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래된 나무를 벨 때 '100년된 너를 잘라 다시 1000년의 생명을

넣어주겠다'고 위로하며 제사도 지내줬다는데,

말 못하는 생물이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넋을 위로해주기 위한 

장인들의 마음이 이 한 마디에 다 담겨있는 듯하다.



어린이용 도서지만, 어른들에게도 예상치 못하게

뜨끔한 무언가를 전해주는 내용이다.

항상 무언가를 이뤄내고, 남들과 경쟁하여 이기려고만 하고 

남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살진 않았나

정작 내 뒷모습, 내 진짜는 어떻게 가꾸고 있었나 생각하게 된다.


아버지 친구인 대목장 아저씨를 따라

장경판전을 짓는 공사에 참여한 소화는

그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의 꿈에 대해 눈을 뜨게된다.

나무만 보고도 기둥감인지 대들보감인지

척척 알아내는 대목장아저씨에게

소화는 묻는다.


"그것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스스로 결정하는 거란다.

그 성질과 쓰임은 나무가 가장 잘 알고 있지.

그러니 일부러 애쓸 필요가 없다."

 

나무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다 쓰임새가 있고,

기다리면 깨닫게 되는 것이 이치인데

그동안 우리는 왜 안달복달 못하며 아등바등 살았을까?

그동안 '왜 나는 남들만큼 못할까,

'왜 우리집 애는 내 맘대로 따라주지 않을까'
 스스로를 옥죄여가며 고통을 받았을까


아직 애도 없고, 결혼도 안했지만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내 아이가 갈 길은 아이 스스로 알고 있고,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음 좋겠다.

나 또한 내 쓰임새는 내가 잘 알고 있을테니

일부러 애써 고통받지 말자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소화와 티격태격하던 동이는 큰 스님 밑에서 단청을 배우며,

그리고 소화를 보며 성장한다.

소화 역시 장경판전을 만드는 일을 도우며 성장한다.

장경판전이 완성된 후 소화는 아저씨들과 함께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나중에 동이와 만나서 남은 우정을 쌓게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능소화라는 이름처럼 기다림과 고통을 이겨내고

눈부시게 피워내는 소화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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