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소녀 - 페미니스트 고스트 스토리
베니타 코엘료 지음, 유숙열 옮김 / 이프북스(IFBOOKS)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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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에서 진행했던 펀딩을 통해 받아본 책이다. 읽은 것은 진작이지만 이제서야 서평 아닌 서평을 쓰게 되었다. 처음엔 페미니스트와 으시으시한 귀신 이야기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걸까 궁금증이 들었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서 특수한 보통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특이하게도 공포 소설이지만, 읽다보면 슬프고 안타깝고 화가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여러 챕터로 단편이 모여 구성되어있다. 어떤 챕터는 이해할 수 없고, 또 어떤 부분은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귀신'이다. 그냥 귀신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한(恨)많은 귀신' ,바로 명예살인, 가정폭력, 성폭행 등의 피해자 귀신들의 이야기이다.


인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사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다.

체면을 위해 친오빠에게 살해당한 소녀, 이웃집 아저씨의 성추행을 귀신의 짓이라 믿는 소녀와 아버지에게 강간당하는 딸의 분노,인신매매, 매춘 등 우리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하나의 어두운 동화형식으로 풀어낸다. 


침묵을 강요받은 그녀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던 소녀들, 마냥 소설로만 치부하기엔 너무나 현실이기에 더 마음 아팠던 그런 책이다.



침묵은 그 운명적인 위원회에서 그렇게 시작되었고 여성의 목소리는 땅속 깊이 잠들어버렸다. 아들들과 연인, 남편들의 항의는 가볍게 나가떨어졌다. 침묵은 문 아래로 새어 나와 여성들의 혀 속에 무겁게 자리 잡았다. 그리고 각자의 입 속에 물린 재갈이 되었다. 법령이 선포된 지 5년이 흐르자 그 땅에 사는 어느 여자도 노래나 또는 분노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그 땅에서 목소리를 가졌던 유일한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운이 좋아서 목소리를 지닉고 있었는데 사랑 때문에 그것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녀는 마른 입술로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모든 여자가 아는 노래였다. 남자들이 오래전부터 저녁의 음악과 웃음으로 집에 돌아와 흥얼거리던 바로 그 노래였다.
“나에게 말해요.
왜 당신은 결코 나에게 말을 하지 않나요
당신의 눈이 말을 하고
당신의 손이 말을 해요.
왜 당신은 결코 말을 하지 않나요?”
최고 마울비는 그녀의 머리를 단두대로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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