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 세계사 - 교양으로 읽는 1만 년 성의 역사
난젠 & 피카드 지음, 남기철 옮김 / 오브제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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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발견한 것은 도서관에서였다. 책 표지가 너덜너덜해서 커버까지 씌운 책.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의 운명이란 늘 너덜너덜&투명 비닐&밑줄 쫙이 되어 있는 운명인가보다. 대여가 어려워서 구매했는데 단숨에 다 읽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1만년 인간의 성의 역사 압축 정리본'정도라 할 수 있겠다.


인류의 출현부터 철기시대, 헬레니즘 로마 시대, 중세, 르네상스 시대, 계몽주의 시대, 혁명의 시대, 세계대전과 학살의 시대, 냉전 시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남긴 문헌과 예술 작품 등에서 유추 또는 확인할 수 있는 당대의 성 풍속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다양한 삽화를 통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에트루리아인들의 사도마조히즘 파티 : 채찍질의 무덤 편은 꽤 충격(?)이었다. 예전에 에트루리아 전을 가서 전시물들을 흥미롭게봤었는데, 19금이어서 채찍질의 무덤이 전시되지 못했구나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맥주를 최음제로 사용했던 이집트부터 사도마조히즘이란 용어를 탄생시킨 사드후작, 유럽 선사시대의 미니스커트를 입은 소녀 등 흥미로운 인간 성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뭔가 깊이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원하는 사람들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는 책이다. 가볍게 시간 때우며 인류 성의 역사와 플러스되는 기본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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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딩크 여성 18명의 고민과 관계, 그리고 행복
최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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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족, 비혼? 결혼? 연애...모두 내가 고민하며 답을 구하려 이 책 저 책을 기웃거린 주제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메마른 땅에 단비같은 책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분들과 차 한잔 놔두고 하루종일 수다를 떨며 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은 기분이다.


결혼하면 아이는 당연히 가져야하는 것으로 아는 주변 사람들, 협의했다고는 하나 만약 배우자가 아이를 원하면 어쩌나 내가 괜한 욕심으로 배우자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시부모의 압박은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등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32가지의 중요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엮은 책이다. 세상에 나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알 수 없는 위로까지 얻은 기분이다.


p.67

아이라는 그 거대한 불확실성을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아이가 태어난 뒤에 재편될 제 인생에 대한 것 외에도 일단 그 애가 어떤 애일지 모른다는 게 저한테는 너무 미지의 공포예요. <케빈에 대하여>같은 영화를 보면 너무 무섭잖아요.

엄마한테 " 내 애가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애면 어떡하느냐"고 했더니 되게 낙관적으로 "너랑 박서방 애가 그럴 리 없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니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그걸 복권 긁는 기분으로 하는 게 너무 무서워"라고 했죠.


복권 긁는 기분..내가 느끼고 있는 바를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애를 낳으면서 망가지는 내 몸은 부수적으로 친다고 해도 내가 낳은 아이가 학교폭력 가해자거나 성폭행 가해자가 된다면, 싸이코 패스라면, 이것도 아닌 그 무엇이라면 난 감당할 수 있을까 세상이 너무 흉흉해서 딸이라도 낳으면 하루종일 아이 걱정에 신경쇠약에 걸리지 않을까...하는 아득한 두려움이 있다. 내 아이에게 이유없이 화내거나 때리지 않고 잘 양육할 자신도 없으며, 내 성에 찰 때까지 아이를 닥달할 내 성격을 알기에 시작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고민도 든다. 


아이를 낳기 전에 반드시 100% 아이를 낳지 않기로 확신해야하는가? 미리 배우자와 협의한다고 나중에 달라지는 것인가?

이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까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엿볼 수 있어 내 사고의 폭이 한 층 더 확장된 느낌이다.


내가 아이를 원하지 않으니 배우자가 만약 아이를 원하면 이혼을 하거나 미리 헤어져야하나 하는 고민에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던 구절이 있었다.


배우자가 자신과 비슷하게 혹은 자신보다 더 적극적으로 무자녀를 원하는 참여자들은 "한 번도 그런 두려움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정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어떤 존재 때문에 내가 만나 사랑한 사람을 버리는 남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두려움은 제 3자나 미디어를 통해 주입되기도 한다.


그렇다. 아직 태어나지도 어떤 존재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는 배우자란 없겠지...저것이 정답이겠거니 하고 지금은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여성의 삶은 단순히 미혼자와 결혼한 유부녀로, 엄마로써가 아니라 온전히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존중받아야하는지 알려준 책이다. 내 몸, 내 출산, 내 선택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입방아를 찧어댈 사람들이 오조오억명이겠지만...그럼에도 내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엄마가 아닌 나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 결혼을 생각하거나 앞둔 사람들은 배우자와 함께 읽어보면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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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언어 - 통념의 전복, 신화에서 길어 올린 서른 가지 이야기
조현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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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민담, 설화, 전설, 무속신앙 등은 언제나 나를 흥분하게 하는 주제이다.

저자인 조현설은 신화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을 보존한'인류 보편의 언어'라고 한다. 죽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 등 원초적인 질문은 인류의 집단 무의식 속에 오랫동안 전승되었다는 것에 깊이 동의하는 바이다.

아주 오래 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부터 백두혈통까지 다양한 신화와 전설이 얽히고 설킨 것을 저자는 하나씩 풀어내어 알려준다.

역사적 사실과 신화와의 관계를 통해 단순히 신화를 미신적인 내용이라던가 전래동화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원형이 어디서 왔는지 등을 알 수 있는 하나의 통로로 생각했음 좋겠다.

곰 토템부분은 미셸 파스투로의 '곰, 몰락한 왕의 역사'가 떠올랐다. 곰을 조상신으로 모시는 족(族)은 동아시아를 통틀어 꽤 있었던 것이 흥미롭고, 신화를 추적해보면 어떤 민족끼리 융합했었고, 문화권을 같이 했었는지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누이 신화는 한 번도 근친상간이나 여신 신앙의 몰락으로 연계되어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새로운 해석을 만나니 또 흥미로웠다.

문화의 힘은 현재에도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소수민족들을 중화민족으로 하나로 묶으려하고 있는 것...

예전에 홍산문화가 고조선 문명과 맞닿아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동북공정이 아니라면 제대로 조사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동북공정이라는 이름 아래 묻히고 지워진 수많은 소수민족의 신화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왼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물과 불의 재생의 의미, 무속 신앙 등 신화는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날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죽은 언어가 아닌 새롭게 재탄생하고 끝없이 영속하는 이야기이다. 끝없이 재탄생하는 신화를 통해 오늘 날 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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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 해적전 소설Q
곽재식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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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사전리뷰단에 선정되어 가제본을 받아본 책이다. '신라 공주 해적전' 제목만 보았을 때는

신라 공주가 해적단들과 싸웠다는 것인가? 신라 공주가 해적이란 소리인가? 궁금증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 멋있고 좋은 것을 다 해먹는(?)것은 장보고 휘하에서 몸 담았던 여성 장희이다.

보통 남자가 주인공이고 여리고 나약한 여성 조연은 이야기 흐름상 불필요하거나 약간의 개연성만 만들어주는 역할로 나오는데 반해 이 책에서는 반대가 된다. 당차고 똘똘한 장희와  순진하고 여린 시골 서생 한수생과의 모험은 매우 흥미진진하여 책을 편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멈출 수 없었다. 신라시대의 부조리, 사람들간의 권모술수 등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은 전래동화처럼 신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현재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십분 발휘하여 가볍게 볼 수 있는,

호캉스를 하며 시간때우기 용이지만 읽고 나서 나름 알찬 것같았다는 느낌을 받고 싶을 때 보면 좋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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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원짜리 가족 문학의 즐거움 58
명은숙 지음, 한아름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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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생각 없이 집어들었다가 괜시리 눈이 붉어지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복잡해지기도 한 단편집이다.


어렸을 때 어린이 소설집을 꽤 많이 읽었었는데,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각 단편의 주제를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문화 가정, 아동학대, 부모와의 사별, 이혼, 위안부,동물학대,

성범죄, 친구사이와의 문제 등

무겁다면 무거운 소재를 어린이들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시선에서

따뜻하고 몽글몽글하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천원짜리 가족'은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와 사는 아이가

인형뽑기를 통해 허전한 마음과 가족의 빈자리를 채우려하는 내용이다.

어느날 뽑게 된 쿵이라는 공룡인형은

이 아이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쿵이는 자신에게 가족을 만들어달라 아이를 귀찮게한다

그러다가 지나가는 버스에 뭉개져 망가지고 마는데,

아이가 길가에 주저앉아 목놓아 울었던 것은

그 인형의 처지가 마치 저같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다음 이야기는 '늑대가 나타났다'는

친구 연지네 집에 가는 유진이의 이야기이다.

성범죄자를 늑대로 표현하여,

버스안에서 그리고 비내리는 밤거리까지 시간 순서에따른

유진이의 두려움을 잘 묘사하고 있다.

유진이가 늑대라고 생각했던 무서운 사람은

알고보니 연지네 삼촌이었던 것으로 결론이 난다.


마냥 '에이 뭐야!'하고 웃어넘기기엔 생각해볼만한 주제이다.

요즘 우리사회는 아동성범죄가 심각할 정도의 수준이니까말이다.


'어린 아이, 밤시간, 내가 이길 수 없는 성인이 나에게 말을 건다'

어두운 비오는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우산을 씌워주고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감을 줄 수 있다.

혹자는 오바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우리사회는 충분히 썩었고 아동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썩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성범죄의 절반은

안면있는 사람들이 가해자가 되기도 하니

'만약 삼촌이 다음에도 이런 상황에서 범죄를 행한다면?'

이런 생각도 문득 들었다.


'숨바꼭질'은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이가 겪는 좌절감, 외로움, 고통 등이 절절하게 와 닿을 정도로

잘 표현한 수작이다.


이 외에도 각 단편들은 쉽게 읽히지만,

마냥 쉽게만은 읽을 수 없는 내용을

따스한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개암나무 출판사의 책들을 읽으며 느끼지만,

아동문학은 아동만의 것이긴하지만

성인이 되어 읽어도 성인문학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시 내가 초등학교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도하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명치를 얻어맞은 것같기도 하고,

마음이 따스해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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