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언어 - 통념의 전복, 신화에서 길어 올린 서른 가지 이야기
조현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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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민담, 설화, 전설, 무속신앙 등은 언제나 나를 흥분하게 하는 주제이다.

저자인 조현설은 신화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을 보존한'인류 보편의 언어'라고 한다. 죽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 등 원초적인 질문은 인류의 집단 무의식 속에 오랫동안 전승되었다는 것에 깊이 동의하는 바이다.

아주 오래 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부터 백두혈통까지 다양한 신화와 전설이 얽히고 설킨 것을 저자는 하나씩 풀어내어 알려준다.

역사적 사실과 신화와의 관계를 통해 단순히 신화를 미신적인 내용이라던가 전래동화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원형이 어디서 왔는지 등을 알 수 있는 하나의 통로로 생각했음 좋겠다.

곰 토템부분은 미셸 파스투로의 '곰, 몰락한 왕의 역사'가 떠올랐다. 곰을 조상신으로 모시는 족(族)은 동아시아를 통틀어 꽤 있었던 것이 흥미롭고, 신화를 추적해보면 어떤 민족끼리 융합했었고, 문화권을 같이 했었는지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누이 신화는 한 번도 근친상간이나 여신 신앙의 몰락으로 연계되어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새로운 해석을 만나니 또 흥미로웠다.

문화의 힘은 현재에도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소수민족들을 중화민족으로 하나로 묶으려하고 있는 것...

예전에 홍산문화가 고조선 문명과 맞닿아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동북공정이 아니라면 제대로 조사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동북공정이라는 이름 아래 묻히고 지워진 수많은 소수민족의 신화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왼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물과 불의 재생의 의미, 무속 신앙 등 신화는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날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죽은 언어가 아닌 새롭게 재탄생하고 끝없이 영속하는 이야기이다. 끝없이 재탄생하는 신화를 통해 오늘 날 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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