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짜리 가족 문학의 즐거움 58
명은숙 지음, 한아름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생각 없이 집어들었다가 괜시리 눈이 붉어지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복잡해지기도 한 단편집이다.


어렸을 때 어린이 소설집을 꽤 많이 읽었었는데,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각 단편의 주제를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문화 가정, 아동학대, 부모와의 사별, 이혼, 위안부,동물학대,

성범죄, 친구사이와의 문제 등

무겁다면 무거운 소재를 어린이들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시선에서

따뜻하고 몽글몽글하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천원짜리 가족'은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와 사는 아이가

인형뽑기를 통해 허전한 마음과 가족의 빈자리를 채우려하는 내용이다.

어느날 뽑게 된 쿵이라는 공룡인형은

이 아이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쿵이는 자신에게 가족을 만들어달라 아이를 귀찮게한다

그러다가 지나가는 버스에 뭉개져 망가지고 마는데,

아이가 길가에 주저앉아 목놓아 울었던 것은

그 인형의 처지가 마치 저같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다음 이야기는 '늑대가 나타났다'는

친구 연지네 집에 가는 유진이의 이야기이다.

성범죄자를 늑대로 표현하여,

버스안에서 그리고 비내리는 밤거리까지 시간 순서에따른

유진이의 두려움을 잘 묘사하고 있다.

유진이가 늑대라고 생각했던 무서운 사람은

알고보니 연지네 삼촌이었던 것으로 결론이 난다.


마냥 '에이 뭐야!'하고 웃어넘기기엔 생각해볼만한 주제이다.

요즘 우리사회는 아동성범죄가 심각할 정도의 수준이니까말이다.


'어린 아이, 밤시간, 내가 이길 수 없는 성인이 나에게 말을 건다'

어두운 비오는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우산을 씌워주고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감을 줄 수 있다.

혹자는 오바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우리사회는 충분히 썩었고 아동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썩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성범죄의 절반은

안면있는 사람들이 가해자가 되기도 하니

'만약 삼촌이 다음에도 이런 상황에서 범죄를 행한다면?'

이런 생각도 문득 들었다.


'숨바꼭질'은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이가 겪는 좌절감, 외로움, 고통 등이 절절하게 와 닿을 정도로

잘 표현한 수작이다.


이 외에도 각 단편들은 쉽게 읽히지만,

마냥 쉽게만은 읽을 수 없는 내용을

따스한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개암나무 출판사의 책들을 읽으며 느끼지만,

아동문학은 아동만의 것이긴하지만

성인이 되어 읽어도 성인문학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시 내가 초등학교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도하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명치를 얻어맞은 것같기도 하고,

마음이 따스해지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