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딩크 여성 18명의 고민과 관계, 그리고 행복
최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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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족, 비혼? 결혼? 연애...모두 내가 고민하며 답을 구하려 이 책 저 책을 기웃거린 주제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메마른 땅에 단비같은 책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분들과 차 한잔 놔두고 하루종일 수다를 떨며 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은 기분이다.


결혼하면 아이는 당연히 가져야하는 것으로 아는 주변 사람들, 협의했다고는 하나 만약 배우자가 아이를 원하면 어쩌나 내가 괜한 욕심으로 배우자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시부모의 압박은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등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32가지의 중요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엮은 책이다. 세상에 나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알 수 없는 위로까지 얻은 기분이다.


p.67

아이라는 그 거대한 불확실성을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아이가 태어난 뒤에 재편될 제 인생에 대한 것 외에도 일단 그 애가 어떤 애일지 모른다는 게 저한테는 너무 미지의 공포예요. <케빈에 대하여>같은 영화를 보면 너무 무섭잖아요.

엄마한테 " 내 애가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애면 어떡하느냐"고 했더니 되게 낙관적으로 "너랑 박서방 애가 그럴 리 없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니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그걸 복권 긁는 기분으로 하는 게 너무 무서워"라고 했죠.


복권 긁는 기분..내가 느끼고 있는 바를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애를 낳으면서 망가지는 내 몸은 부수적으로 친다고 해도 내가 낳은 아이가 학교폭력 가해자거나 성폭행 가해자가 된다면, 싸이코 패스라면, 이것도 아닌 그 무엇이라면 난 감당할 수 있을까 세상이 너무 흉흉해서 딸이라도 낳으면 하루종일 아이 걱정에 신경쇠약에 걸리지 않을까...하는 아득한 두려움이 있다. 내 아이에게 이유없이 화내거나 때리지 않고 잘 양육할 자신도 없으며, 내 성에 찰 때까지 아이를 닥달할 내 성격을 알기에 시작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고민도 든다. 


아이를 낳기 전에 반드시 100% 아이를 낳지 않기로 확신해야하는가? 미리 배우자와 협의한다고 나중에 달라지는 것인가?

이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까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엿볼 수 있어 내 사고의 폭이 한 층 더 확장된 느낌이다.


내가 아이를 원하지 않으니 배우자가 만약 아이를 원하면 이혼을 하거나 미리 헤어져야하나 하는 고민에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던 구절이 있었다.


배우자가 자신과 비슷하게 혹은 자신보다 더 적극적으로 무자녀를 원하는 참여자들은 "한 번도 그런 두려움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정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어떤 존재 때문에 내가 만나 사랑한 사람을 버리는 남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두려움은 제 3자나 미디어를 통해 주입되기도 한다.


그렇다. 아직 태어나지도 어떤 존재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는 배우자란 없겠지...저것이 정답이겠거니 하고 지금은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여성의 삶은 단순히 미혼자와 결혼한 유부녀로, 엄마로써가 아니라 온전히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존중받아야하는지 알려준 책이다. 내 몸, 내 출산, 내 선택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입방아를 찧어댈 사람들이 오조오억명이겠지만...그럼에도 내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엄마가 아닌 나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 결혼을 생각하거나 앞둔 사람들은 배우자와 함께 읽어보면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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