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너 파전의 <작은 책방>은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다. <클럼버 강아지>라는 제목에서는 전혀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지만 <작은 책방>과 함께 수록되어 있던 단편이라는 소개에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작은 책방>에 못지 않은 재미와 감동은 얻었다. 책의 제목을 차라리 <작은 책방2>라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클럼버 강아지'라는 옛이야기의 진수를 읽는 즐거움 못지않게 '코네마라 당나귀'의 절절한 현실성이 파전의 다른 면모를 느끼게 해주었다. 아일랜드라는 영국의 변방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살려서 아이들이 지닌 순수한 상상력과 갈망, 꿈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풀어내는 솜씨는 소설의 진실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꾸며낸 이야기인 소설이 꾸며낸 이야기를 소재로 해서 사실이 아닌 소망의 실제적 실현과정을 깊이 있게 다루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집단적 성향과 왕따 현상, 아이들이 지닌 순수한 믿음의 진실성, 어른들의 이해심이 어울려 서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전망까지도 생각하게 하였다. '배럴 오르간'과 '패니키스'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아름다운 환상과 꿈이 지닌 힘을 그대로 온전하게 옮겨놓은 단편들이다.

아이들이 지닌 소망은 아름답고 동시에 집요하다. 그것이 현실에서 깨어지고 사라져 버릴 때 우리에게 무엇이 남아 있을까? 현실의 힘은 무자비하고 냉혹한데... 과연 우리 아이들은 살아 남을 수 있을까? 피터팬처럼 꿈의 섬에 고립되어서 살아야만 할까? 필리파 피어스의 <아주 작은 개 치키티토>도 그런 문제의식을 계승한 듯한 이야기이다. 영국인들은 행복할 것이다. 엘리너 파전이나 필리파 피어스 같이 뛰어난 동화 작가들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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