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모나리자라는 작품의 유명세, 그리고 그림에 얽힌 비밀이라는 수식어에 끌려 책을 잡게 되었다. 모나리자를 그리는 데 어떤 비밀이 있었을까?

그런데 정작 모나리자는 책의 상당한 분량을 읽었음에도 등장하지 않았다.중반부를 넘기면서 난 모나리자와 얽힌 이야길 읽으려는 것이 헛수고임을 깨달았다. 이 책은 모나리자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거짓말장이와 모나리자. 바로 모나리자의 이야기는 거짓말장이 살라이에 의해 만들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살라이는 베아트리체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모나리자를 끌어들인 것이다. 그것이 세계의 교양인 다빈치에게도 어울리는 윤색이니까.

살라이는 타고난 문학가이다. 그의 거짓말은 거짓이면서도 거짓이 아닌 거짓말이다. 참말보다 진실한 거짓말이 그의 특기이다. 살라이는 인생의 진면목을 즐길 줄 아는 인물이다. 그는 다빈치나 공작부인이 지닌 지나친 진지함, 인생에 대한 너무나도 강한 진지함이 불러오는 무거움을 가볍게 만들어버린다. 한순간에 새털처럼 가벼운 행복을 좇으며 만끽하게 한다. 바로 상상력과 허구의 탄력성에 의해 삶의 중력을 무화시키는 문학적 달콤함을 선사한다. 살라이의 무례함과 무책임은 연극적이며 경쾌한 춤의 율동을 닮아 있는 것이었으니까.

다빈치의 성격에 대한 묘사는 작가 코닉스버그의 장인 정신을 느끼게 해준다. 아마 작가 자신이 작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을까. 다빈치에게도 베아트리체에게도 필요했던 사람이 살라이였던 것처럼, 코닉스버그는 세상사람들에게 지금 살라이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살라이에 주목하면서 한 번 읽어 보시길.

1318에게는 세상에는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이야기도 덧붙이고 싶다. 최소한 르네상스가 중세의 무게에서 벗어난 인간들의 오만한 자기선언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상업과 재력에 휘둘리는 좌절과 방황의 연속이었다는 것을 알고 본다면 더욱 재미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