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문에 빠진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뜻밖의 미스터리
치우커핑 지음, 이지은 옮김 / 두리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역사는 선택이다,로 시작하는 머리글. <의문에 빠진 세계사>(이하 <세계사 의문>)는 세상에, 여기 지구에 살았던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사람들을 다루고 있는 책, 세계사에 일획을 그었을 만한 인물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책머리에는 "선택"이라는 강렬한 문장을 던지고 있다. 선택, 고로 의지로서의 역사를 나타내고 싶었던 것일까. <세계사 의문>은 강조된 단어 '선택'에 무게를 두고 책 읽기를 할까, 작정을 했지만 고대에서 현대까지 이르는 거대한 물결, 그 위에 떠있는 토막토막 짧은 이야기들에 눈을 빼앗기고, 마음도 빼앗겨 결국 책 읽는 내도록 '선택'이라는 단어를 잊었다. 이 몹쓸 건망증은 늘 왕성한 활동을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엉뚱하게 책을 읽었다, 자책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 나름의 장점은 느꼈고, 글쓴이가 중국인이라는 것도 잊지 않았으니 말이다. (중국인이 아니면 대략 난감 ^ ^;;)
거대한 물결, 세계사의 두 축에 먼저 로마,가 나온다. 그리고 미국.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 물론 통사론적 세계사를 언급하는 데에 아무 기준 없이 인물들만 나열하고 그들의 삶을 사건으로만 그려나가기에는 다소 무모하다시피 할, 그러면 책이 경박해지지 않을까. 글쓴이도 염두에 두고 집필을 했으리라. <세계사 의문>은 그래서 로마와 미국의 두 축에서 읽힌다. 그리고 글쓴이의 국적이 중국이라면 <세계사 의문>의 의문점은 쉬이 풀리게 된다. 여하튼 그러한 세계사적 태도와는 밀쳐두고 '의문'이라는 것, 과연 이 책에서 우리는 의문점, 청량음료처럼 톡톡 쏘는 자극을 얻을 수 있을까. 그것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제목이 주는 연상 작용, 그것, 그것이 책 집어든 사람이 바라는 점일 것이다. 좀더 자극적이고, 더 명쾌하고, 기존 상식을 가차없이 뒤엎어 희롱하는 이야기를 바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아니다. <세계사 의문>은 적어도 나에게는 그다지 충격적인 내용은 없었다. 다만 이런 일이 있었지, 있었고 말고, 그런 의구심들 나도 가졌지, 아니 언제 들었던 이야기는 아닐까... 그러면서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거만한 놈. 스스로에게 핀잔을 주는 둥, 등 치고 등 쓰다듬기도 몇 번, 혼자 놀기의 진수를 연출하고 있는 나를 보고는 웃었다. 그것이 내가 <세계사 의문>에서 얻은 가장 큰 이득이다. 짤막한 내용들, 그 내용들이 서로 무슨 연관이 있는지를 단박에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기존 알고 있던 세계사 토막토막을 다시금 확인하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 나의 경박한 상식을 다시금 정리하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 그것이 <세계사 의문>의 큰 장점이다.
글쓴이의 국적과 집필의도의 상관성, 그리고 세계사의 단편적인 내용, 내가 알아 왔던 세계사의 편린들을 <세계사 의문>은 그 세 가지를 내게 선물한 셈이다. 하나 더한다면 토막글은 책 읽는 속도를 굉장히 빨리, 촉진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빨리 읽힌다. 책 펼친 자리에서 시간 가는 것을 잊을 때가 많았다. 간략한 서술, 그리고 이미 알고 있던 인물들의 이야기들. 어쩌면 나는 이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무엇인가를 다시금 발견하고, 내가 알던 대로 다시 읽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압박감 없이 책 읽기를 즐길 수 있는 <의문에 빠진 세계사>는 깊이 대신 넓이를 선택했지만, 그 선택은 결코 가볍다거나 부질없다는 수준은 아니다. <의문에 빠진 세계사>를 통해서, 세계사를 편안하게 만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