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 - 젊은 의사가 고백하는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박정아 옮김 / 알마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이 책에 서술한 사건들은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다. 그러나 이 사례들을 소개하는 것은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사들의 태도와 병원의 상황에 대해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책머리에서/0쪽)

 

 

2.

     스캔들. 추문 또는 부정사건이라 국어사전에서는 정의하고 있다. 스캔들이라 하면 보통 연예인들을 떠올린다. 그들의 추문은 성격상 입방아 찧기에 좋다. 재미있다. 카더라 식의 연예인 스캔들은 거진 대부분이 사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인 탓에 즐기는 부분도 없잖아 있을 것이다. 당사자가 되면 감당하기 힘들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스캔들, 그것도 의학 분야에서 횡행하는 스캔들, 추문이다. 부정사건이요 비리다. <메디컬 스캔들>은 연예인 가십거리보다 수위가 한층 높다. 왜냐, 그것은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겪었고 알고 있고 답답해하지만 <메디컬 스캔들>을 읽으면서 다시금 격분하게 된다.

 

     뜻하지 않은 사고를 맞아 응급실로 실려 간 사람들은 병원이라는 곳의 실체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구급차에서 환자가 내리자마자 실랑이가 벌어진다. 구급차는 무료가 아니라 차비를 내야 한다. 승강이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창구에서 접수를 마치고 응급실로 들어가면 환자는 여러 의사의 손을 거치게 된다. 보통 의학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응급환자는 환대?를 받지 못한다. 이 의사 저 의사가 환부를 집적거리다가 소독만 하고 환자는 오래 방치된다. 방치된 환자의 심정을 굳이 경험할 필요야 없지만 큰 병원 응급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친절한 곳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환자는 ...

 

 

3.

     <메디컬 스캔들>은 환부를 쑤시는 듯, 괴롭게 읽힌다.  그래서 글쓴이는 책머리에 '주의사항'을 남겼다.  이 책을 읽는 방법은 여느 책과는 달리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재차 집필의도를 밝히고 있다. 글쓴이는 친절하지만 소재, 제재 자체의 특성상 불편한 책읽기를 할 수밖에 없다. 알아야 하고, 또 누구라도 맞닥뜨리게 되는 일들이기 때문에 <메디컬 스캔들>은 필독서이다.

 

     "이 책은 여러분의 판단력을 고양시키고 통찰력을 키워줄 것입니다. (...) 증오는 엄청난 단어입니다. 이 책에 가장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애증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띄엄띄엄 읽으면 잠시 책을 덮었을 때 반발심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급하게 병원에 갈 일이 생겼다면, 이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합니다. " (주의사항, 가운데서)

 

     괴롭지만 <메디컬 스캔들>은 실용적이다. 실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일들, 그 사례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의사들끼리 쓰는 말들을 별도 부록을 첨부해서 환자들도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정보를 하나씩 알려주고 있고 그것은 목숨과 밀접하다.  '의사들의 태도와 병원의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기까지 무엇을 알아야 하고,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지 <메디컬 스캔들>은 우회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알려준다.  

 

 

4.

     의사들의 생존을 위한 도움말(251쪽~256쪽)에서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반어로 들어야 할까.  아니면 글쓴이의 본디 생각일까. 그것에 혼란스러웠다.  황당하기까지 했다.  물론 글쓴이의 의도는 우리가 바라는 인간 존중에 있을 것을 굳이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읽기에 껄끄러운 문장들은 목에 가시가 박힌 듯 불편하다. 불편하지만 <메디컬 스캔들>은 오로지 의사들과 의료계를 비난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지 않는다. 의료계의 현실과 고객인 환자들의 비정상적인 행동, 의사의 신경을 거스르는 행동들까지 언급하고 있다. 물론 나는 이 책을 환자의 처지에서 바라보고 읽고 느꼈다.

 

     건강한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충분한 진찰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지요. (...) '환자'라는 말은 되도록 피하세요. 자기 의지로 여러분을 찾는 고객들은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진 것뿐이니까요. 여러분이 고객을 진지하게 대한다는 인상을 줘야 합니다. (...) 리겔이 말했듯이 "종합병원은 적어도 5퍼센트의 명품 환자를 확보"하기 바랍니다. (...) 달랑 몸뚱이만 오는 환자들은 입원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 환자는 고객이 되고 건강은 상품이 된다. (...) 맞습니다. 바로 그게 목표지요. (의사들의 생존을 위한 도움말/ 251~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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