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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리딩 - 100배의 이익을 창출하는 다독의 기술
혼다 나오유키 지음, 김선민 옮김 / 미들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모두 184쪽)
1.
<레버리지 리딩>을 읽은 이유, 나는 왜 이 책을 읽으려 했을까. 나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책을 읽는 동안 생각한다. 금방 나온다. 나는 책을 좀 더 체계적으로 읽고 싶다는 것이었다. 현실세계에서 도움을 받고 싶다는 것, 그것이 지적 허영이든, 하는 공부에 정보를 더하고 싶은 욕심이든지, 어쨌든 나는 '얻고자 하는 그 무엇'을 속에 품고 책을 펼쳤던 것이다. 나는 자주 '목적'을 잊는다. 그것이 내 고질병이다. 활자의 벽 앞에서는 나는 백치가 되고 만다.
2.
작년 이맘때 독서노트는 일찌감치 접어버리고, 책에다가 열심히 밑줄을 긋고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연막을 치는 생각들을 토막글로 메모도 하고, 그러면서 책 모서리를 접어 표시도 해두고, 그림도 그리고, 힐끔힐끔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 인상도 몰래 훔쳐보고, 그러다가 나는 "메모"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입속말을 했다.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중얼거리고는 '메모'를 해야 하지 않을까, 비로소 중요성을 미흡하게나마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절실하지 않아서였는지, 독후감상문을 따로 적어두기 때문인지, 정리하고 보관하고 다시 찾기 귀찮아서였는지 잊고 말았다. 책을 분리수거할 심산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메모"에 대해서는 더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레버리지 리딩>에서는 오랫동안 멈췄던 나의 고민을 깨우쳐주고 있다. 내가 습관처럼 하는 책읽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레버리지 리딩>의 글쓴이와 나의 차이, 책읽기의 차이는 메모, 그리고 독후활동(실천)이다. 나는 책을 읽고 감상문을 따로 적어두는 것으로 책읽기에 마침표를 찍는다. 개인적 만족감에 그치고 말았다. 굳이 나만의 창작물을 만들어낼 욕심이 없다면 감상문을 마침표 삼아 남겨두는 것으로 충분할 텐데, 그 수준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아쉽다. <레버리지 리딩>은 나의 책읽기 습성에 한 가지 조언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나의 불완전한 책읽기를 보완해주는 책이 <레버리지 리딩>이었다. 메모, 독후활동을 제외하고 <레버리지 리딩>에 나오는 책읽기 방법은, 글쓴이가 책 읽는 방법은, 어찌된 셈인지 내가 이미 해 오던 읽기 방법이었다. 적이 우쭐해진다.
3.
나는 책을 무서워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알고 싶어 오랫동안 생각하고, 관련 책을 읽기도 하고, 지금은 1년 과정으로 독서치료 강좌를 듣고 있다. 이유가 있었다.
책을 더럽히는 것은 일반적으로 금기시되어온 행위이다. (129쪽)
나는 책을 냄비 받침대로 쓰지 않는다. 하지만 밑줄을 긋는다. 나는 책을 밟고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찾아 읽어야 할 내용을 책 뒷면 색깔이 있는 속표지에 메모를 하고, 쪽수를 적어둔다. 내가 책을 대하는 자세는 결코 무례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책은 깨끗하게 보고 동생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듣고 배웠다. 그래서 나는 아예 책을 읽지 않았다. 나에게 책은 동생에게 물려줘야 할, 그러니 나는 내 책의 주인이 아니었던 셈이다. 핑계라,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 왜 밑줄을 못 긋냐, 까짓 그게 뭐라고. 한데 예전에 나는 긋지 못했다. 제대로 펼쳐 읽지도 않은 책을 동생에게 물려줄 즈음, 아버지 호통에 쫓겨 집밖에서 울먹였다. 책을 더럽히지도 않았는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어린마음에 원망을 했다. 물론 아버지 당신의 위치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지금처럼 책을 넉넉히 사모으기가 어려웠던 때였다.
나는 오랫동안 책이 무서웠다. 흉기로 보였다. 한데 "책은 소모품이다"라는 말을 책에서 우연찮게 읽었다. 그 강렬한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전율을 느꼈다. 책이 소모품이라니, 얼마나 적절한 비유인가. 관절이 나이들어갈수록 닳아 마모되듯이 책도 낡아지는 것이 당연한데, 그 뻔한 사실을 나만 몰랐다는 것이 서운했다. 책에도 생명이 있고, 나와 만나게 되는 운때가 있다. 그것을 몰랐다니, 내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책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책을 읽는 사람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다 늦게 나는 책을 내 것으로 만들어, 이제야 나는 책을 어떻게 읽을까 혼자 나름으로 생각하며, 특이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썩 기발하지 않은 방법이지만 나는 '책의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일부 내용이 <레버리지 리딩>에서도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4.
<레버리지 리딩>의 큰 장점은 3부, 4부에 있다. 이 책은 다독술이다. 많은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토대로 해서 책값보다 100배의 이윤을 창출하자는 취지를 내걸고 있지만, 집필의도는 책의 중요성 강조이다. 해서 글쓴이는 다독으로, 많은 책을 곁에 두고 읽으면서 터득한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글쓴이가 제시하는 책읽기의 구체적인 방법이 3부에 있고, 4부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레버리지 리딩은 본래 독서가 아니다. 투자활동이다. (126쪽)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독서'의 의미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책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말, 그 의미를 글쓴이는 독특하게 변용하고 있다. 책이란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대화를 걸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글쓴이는 왜 우리가 책을 읽는지에 대해서 먼저 밝히고, 자신의 책읽기 방법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상당히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다. 그래서 나는 <레버리지 리딩>의 책읽고 메모하기, 자료정리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지금 내 관심사는 <레버리지 리딩>에서 피력하는 '메모', 즉 기록하기이다. 책을 읽는 이유, 읽어야 하는 이유는 곧 '나'의 성장과 발전에도 있지만, 건강한 자아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글쓴이가 강조하는 투자활동은 결국 '나'를 위한 곧은 길이다. 기록하고, '레버리지 메모'를 반복해서 읽고, 실천하는 것, '나'에게 정말 무엇이 필요한지, 내가 지금 왜 이 책을 읽고 있는지에 대해서, 제한 시간을 두고 책을 읽는 방법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에 대해서 <레버리지 리딩>은 책읽기가 단순히 책 한 권 다 읽었다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5.
의식적인, 의도적인 책읽기, 책은 단지 시간을 떼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내가 왜 책을 읽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야겠다. 그리고 <레버리지 리딩>이 제시하고 있는 책읽기의 전반에 대한 방법론적 정보들, 행동으로 옮기고 변용해서 일상에 녹여내야겠다. 그때에야 비로소 나는 <레버리지 리딩>을 다 읽었구나,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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