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원으로 세계여행 - 영어 울렁증 상근이의 자급자족 세계 여행
정상근 지음 / 두리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읽은날 2008년 4월 30일~5월 4일)

(모두 250쪽)

 

 

 


     만약에 나라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정상근 씨의 떠남이 아름답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선은 이러한 느낌은 2가지 이유에서이다.  그 당당함에 동경을 하는 것이고, 내가 선 이곳에 대한 무지로 국내에서 어쩌면 평생을 구석구석 돌아볼 심산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상근 씨의 '떠남'은 아름답지만, 생경스럽다는 느낌은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즉 나는 우리땅에 더 크낙한 관심을 가진 것이고, 정상근 씨는 자기개발과 삶의 힘을 여행을 통해서 자극받고 느끼고 싶은,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상근 씨의 해외여행, 그것도 80만 원으로 시작한 호주에서의 첫 생활을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서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74쪽)

 

     호주에서의 체류 기간 동안의 이야기가 <80만 원으로 세계여행>은 충전되고 있다.  책 전반부는 여행을 하게 된 동기, 각오와 호주에서 일정기간 머물면서 세계여행을 정상근 씨가 어떻게 구체화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80만 원? 세계 여행, 가당키나 하나? 치워라." 정상근 씨는 온갖 걱정을 들었을 것이다.  전역 후의 사내, 20대의 어느 기간을 옴쏙 들어낸 듯한 허망함, 그리고 전역의 기쁨과 생활에의 열의를 여행으로 삶의 원동력을 얻고자 정상근 씨는 세계여행을 계획한다.  아마도 그의 주변에는 세계여행을 지지해주는 분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시는 것만큼 정상근 씨의 준비는 허술하지 않았다.

 

     여행 루트를 짜려면 책도 읽고 정보도 수집해야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제대로 공부하고 떠나면 그만큼 시야가 넓어져 얻고 돌아오는 게 많다.

     나는 한 달간 도서관에 가서 책과 인터넷을 뒤지며 여행에 필요한 정보와 개요를 다시 잡았다. (...) 책을 보기도 했고, 도서관에서 영어 원서를 읽으며 씨름하기도 했다.

     마음속에는 벌써 세계 지도가 그려져 있다. (76~77쪽)

 

 

     <80만 원으로 세계여행>. 무모한 일일 수도 있다.  글쓴이 정상근 씨가 세계여행을 문문하게 여기고 대책없이 무모하게 덤벼든 것이 아니다.  그 준비는 철저했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안된다, 입말로서 영어 구사가 부족하다는 정상근 씨. 하지만 호주에서 일을 하면서 말문이 트인다.  그 과정을 웃으면서 기록하고 있지만, 말이 안 통하는 답답함을 어째 말해 무엇하랴.   정상근 씨가 호주에서 일을 얻지 못하고 수차례 손사레를 받아야 했던 때 '나라면?' 생각 않을 수 없다.  분명 몇 번 거절에 크게 상심해서 그냥 돌아왔겠구나.  입국해서 머리를 긁적이며 '다음번에 다시 시도해야겠다, 좀 더 준비해서 그래 세계여행을 하겠다' 변명도 구질구질 늘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상근 씨는 달랐다. 그에게 이번의 세계여행은 그냥 유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상근 씨의 글을, <80만 원으로 세계여행>을 읽을수록 '이 사람은 참으로 긍정적인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책의 절반은 사진에 할애되어 있다.  볕 아래 오래 걸어다닌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구릿빛인 낯빛, 아니 숯빛이다. 새까맣다.  방문한 국가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 원주민들과 함께 웃으면서 찍은 사진, 그리고 그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을 사람의 시선, 수록된 사진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호주에서의 활동(?)적인 준비 모습만큼이나 정상근 씨의 세상 보는 눈은 긍정적이라는 느낌이다.  건강한 사람이다.  육신뿐 아니라 정상근 씨는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일 것이다.  낯선 사람에게 밝게, 사심없이 웃어주는 그의 표정, 외국에서 만난 한국인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는 모습, 여행 곳곳에서 문득 드러나는 역사의식, 애국심 등이 단순히 유랑을 떠난 여행이 아니었음을 재확인시켜준다. 비록 수중에 돈은 적었을지라도 정상근 씨는 충분한 여비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정상근 씨에게 여비는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감히 '80만 원으로' 세계여행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집트 무더위에서 앓아 누웠을 때 정상근 씨의 마음은 잠시 집에 가 있었을 것이다.  건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긍정적인 모습에서 나는 힘을 얻는다.  내가 하고자 하는 국내여행, 체계적으로 하나씩 준비하고 공부한 뒤에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우선은 가서 '사람부터 만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나를 받아주기 바란다면 내가 먼저 '우리'가 되는 포용성을 발휘해야 한다.  내가 '나'라는 틀 속에 머물러 갑갑해하고 있는 동안, 나와 기질이 다른 정상근 씨는 세계를 '우리'로 포용하고 있었다. <80만 원으로 세계여행>은, 해서 배울 점이 많고, 흥미로운 책이다.  여행이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여행은 빈손으로 떠나도 돌아올 때는 항상 큰 보물을 얻어온다. 몸의 짐이 가벼울수록 마음은 더 풍요로운 자유로 넘쳐나리라 이제 떠나는 일만 남았다.

     1월 30일 나는 인도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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