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일이다. 책 읽을 때 딴짓에 능란한데 나는 이 책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었다. ADHD라는 증상이 요즘 유행한다. '유행'이라 권점을 치자. 정말 유행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그 유행에 편승해서 "내가 ADHD다" 관심 좀 부탁한다, 내 주의산만한 것은 애초부터 그랬으니 그러려니 생각 좀 해도라. 얼렁뚱땅 넘어가곤 한다. 그런데 <내 아들을 지켜라>를 펴서 목차를 대충 훑는 순간, 이 책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ㅡ,ㅡ 그래서 엉덩이 불 붙은 망아지 같은 내가 이 책은 앞장부터 순차적으로 읽었던 것이다. 많은 부분 일단은 수긍을 하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하면 어떻게 반응할지, 나는 '나'를 두려워하는 터라 나중에 이 책이 생각나면 어떻게 반응을 할지에 대해서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 우선 지금 나는 이 책을 재미읽게, 집중하며 읽었고, 또 '나'를 이해하는 데에, 현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얻었음은 물론이다.
책 전반부는 남아와 여아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고, 후반부에서는 환경호르몬 등 사회적인 현상이 남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남아들이 현대사회에서 의욕상실을 하는 경우가 여아들보다 더 많은 이유를 다섯 가지 요인들을 들어 설명하고, 후반부에서는 ADHD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침착하게 수긍하면서 들어야 할 일이다. 아니다, 나는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도리질 칠 수야 있겠지만 '나'는 아닐지 몰라도 현대 사회, 인터넷이 지배하고 있는 당대의 문제점에서는 벗어나기 힘든 노릇이다. <내 아들을 지켜라>는 "남자 아이들 중에서 왜 어떤 아이는 성공하고, 또 어떤 아이는 목적 없이 방황하게 되는" 이유를 다루고 있다. 글쓴이는 "7년 동안 (...) 이 문제를 놓고 꾸준히 연구"(22쪽)를 지속했다. 해서 "다섯 가지 요인을 발견"한 것이다. 장기간의 연구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요인'들은 설득력 있다. 그리고 ADHD에 관한 사례들과 글쓴이가 제시하는 대안점들을 납득이 간다. 환경호르몬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에 우리가 노출되어 있고, 그 병폐는 다른 책들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쟁점화되는 문제점이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다.
이 책은 남자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학습에 점점 더 무관심해지고 성취동기가 부족해지는 남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24쪽)
이 책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많다. 생리학적 요인, 사회적 요인 등 많은 부분을 통해서 '문제를 가진 남학생'들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비단 남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단 양육자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그 모든 요인들이 융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커진다. 학교가 재미없고 공부가 싫은 것은 나중에 고치면 된다,는 생각을 해 왔다. 늦되는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아이가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내가 '지금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의 반증일 수 있다. 책 끝부분에 제시하고 있는 실질적 대처법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남학생들의 문제,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가정 폭력으로 아동학대를 받고 큰 아이들의 문제가 선결과제이지만, 식별이 어려운 주의력결핍은 보다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난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