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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하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ㅣ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모두 2권으로 395쪽, 350쪽으로 총 745쪽 분량의 책이다. 일반적으로 장편이 3권 분량이라는 것에 비한다면 그다지 많은 쪽수는 아니다. 내용면에서는 가독성이 있다. 지금은 생을 달리한 글쓴이는 분명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방법에 도 통했을 것이라는 것, 짐작컨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는 쉽지가 않았다. 분량 때문도 아니고 내용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문화 차이와 번역한 출판사의 구성법 때문이다.
분명 원서에는 그네들의 문화대로 이름을 표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문화에서와는 다른 이름, 그것뿐이 아니라 성과 이름이 서로 연결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매번 동일인을 다르게 받아들여 당혹감을 자주 느꼈다. 안타깝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문단이 바뀔 때, 내용상의 구분을 위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굵은 고딕체를 구절 단위로 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체에 익숙해지고 내용에 몰입되다가도 낯설고 굵은 고딕체를 만나면 몸이 경직된다.
그것이 아쉽다. 글쓴이의 책이 연작으로 이루어져 있고, 11월경 다음 편이 번역될 것이라는 소식, 반갑고 고맙다. 한데 이러한 구성 때문에 난독을 해야 한다는 것이 미리부터 걱정이다.
2.
프로데는 짧게 대답했지만 어조에는 짙은 불신이 풍기고 있었다.
" 이 아가씨가 찾아냈다는 것을 내게 얘기해주겠소?"
프로데 변호사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유형의 인물인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래서 확실한 상대인 아르만스키에게 질문을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옆에 있는 그녀를 완전히 무시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그러자 살란데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씹고 있던 풍선껌을 불어 커다란 풍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르만스키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를 돌아보더니, 역시 옆에 프로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했다.
"이 고객분이 원하는 게 긴 설명인지 아니면 짧은 설명인지 확인해 줄래요?"
프로데 변호사는 곧 자신이 실수를 범했음을 깨달았다. 방 안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변호사는 리스베트 살란데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이 범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짐짓 자상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살란데르는 잠시 디르크 프로데를 쏘아보았다. 마치 사바나의 잔혹한 먹잇감을 한입에 삼키려고 노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그 눈빛이 너무도 강렬하고, 뜻밖의 증오로 가득 차 있어서 프로데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곧 한순간 사나워졌던 눈빛이 이내 사라지고 표정이 다시 부드러워졌다.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마치 브리핑하는 공무원 같은 어조였다.
"우선 이번 임무는 선생께서 적어놓으신 '조사 목표'가 매우 애매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특별히 복잡한 임무는 아니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생께서는 (...)."
3.
<밀레니엄>에 쪽종이로 된 인물도표, 가계도가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이 책을 중도에 놓아버렸을 것이다. 많은 인물이 등장해서가 아니다. 글이 난해해서가 아니다. 단지 하나 이름이 낯설고 성과 이름을 혼용해서 사용하는 문장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끝까지 붙잡아두고, 혼자 생각으로도 끈질기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밀레니엄>을 탐독하게 된 것은, 글쓴이가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의 시선은 강렬하다. 주변 사소하게 지나칠 그 무엇에도 대수롭잖게 생각지 않고 있다. 글쓴이의 초점이 사람을 다루든, 사물을 다루든, 사건, 갈등을 다루든 한결같이 팽팽한 긴장감을 가진 문장을 써내고 있다.
발문은 <밀레니엄>에서 내가 가장 매혹적이라 여기는 인물, 살란데르에 관한 이야기이다. <밀레니엄> 초반에 등장한 인물 살란데르, 그는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에 관한 신변조사 의뢰를 받고 임무를 해낸다. 단순히 일을 해내는 데에 글쓴이는 묘사를 그치지 않고, 그와 관련된 주변인물의 심리상태, 갈등, 현실적인 사항 들에 대해서도 꼼꼼히 서술하고 있다. 이것은 곧<밀레니엄>을 쓴 스티그 라르손의 매력이라 할 것이다.
4.
<밀레니엄>에는 부제가 있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다. 한 남자가 아니다. 남자들,로 복수, 여럿이다. 제목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 그리고 실제 밀레니엄이라는 출판사에 대해서 염두에 두고, 그와 함께 부제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 대해서도 생각하며 읽어나갈 때 읽는 재미는 한층 더 높아진다.
나는 지금 스티그 라르손의 다음 책, 이미 씌어졌지만 번역 출판되지 않은 다음 책을 기다린다. 아마 그때쯤 나는 스웨덴의 호칭법에 대해서, 서구권의 호칭, 지칭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