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기술 - 21세기 생활의 신 패러다임 제시!
다츠미 나기사 지음, 김대환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언제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천천히 행동하는 편이 현명하다.

(파울로 코엘료/ <생각정리의 기술>에서)


 

1.

    집에 잡것들이 쌓여 간다. 욕을 듣는다. 왜 이런 것까지 사 모으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한다. 그러면 나는 입을 비쭉인다. 나중에 꼭 필요할 거다. 나중에 반드시 쓰일 데가 있을 거다. 분명히 그럴 거다. 내가 산 물건은 곧 나다. 나는 물건에 인성을 부여한다. 그렇다면 내가 사 모은 물건들은 제대로 대접은 받고 있나, 자문해 본다. 고개를 숙인다. 미안하다. 나는 내 집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2.

     <버리는 기술>?

     물건을 버리라는 말인가, 아니면 기술을 버리라는 말인가.  물론 책을 펼치는 순간 의문은 순식간에 흩어진다.  명료해진다. 우리 주변에는 쓸데없는 물건이 널려 있다.  업무 중에 프린트 해서 읽는 것이 더 좋을 법한 것들 다 뽑아 화일에 철하고, 잊는다.  정리의 기술을 배워 익혀도 사실상 아무 소용이 없다.  쌓여가는 물건은 단순하지 않다.  사무용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쌓여가는 물건보다 더한 중압감은 아무래도 미련에서 비롯될 것이다.

 

     분명 나중에 필요해서 산 샤프심, 그것도 저렴하게 구입한 샤프심은 삼 년 동안 종이 상자에서 생매장되어 있다.   샤프심을 저렴하게 사고 난 뒤 나는 연필에 흥미를 가졌다.  그리고 연필을 사모으고, 연필은 또 샤프심만큼이나 늘었다.  연필이 필요했는데, 분명 그랬는데 지금은 색연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필기구는 또 라면상자만한 택배상자에 가득 들어차고 서랍장을 채우고 있다.  에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소비는 심리는 반영한다.  불안정한 심리상태, 낮은 자존감이 소비를 조장한다는 조사가 있다.  물건에 기대고 의지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얻기 힘든 만족감을 쉽게 획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연구가 옳고 그른지는 확신치 못하지만, 나는 소비를 하면서, 그 소비가 비록 적은 단위에 지나지 않는다 할 손치더라도 역시 '건강성'에 위해되는 행동인 것은 분명하다.

 

3.

     <버리는 기술>은 용기를 가지라 한다.  그 용기는 자신감이다.  왜 버리지 못하는가.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가를 생각하도록 돕는 책이다.  다양한 연구 사례로 논리를 얻고, 또 직접적인 행동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실용성을 얻어내고 있다. 

 

     물건은 사용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살아난다. (11쪽)

 

     모든 물건을 버리고, 다 버리고, 추억까지 버리라는 뜻으로 곡해할 필요는 없다. '지금 여기'에 초점을 둔다면 왜 버려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전부 갖췄다는 것에 '갖췄다'는 사실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것에 가치를 느끼게 되면 이미 컬렉터의 세계에 들어간 것이다. 갖춰놓지 않으면 안 돼, 하고 강박관념이 되어버리면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 (86쪽)

 

     <버리는 기술>은 마음가짐이다.  누구를 위해서 버리는가, 버려야 하는가, 버릴 수밖에 없는가를 알려주고 있다.  <버리는 기술>은 인간심리를 다루고 있다.  우리의 삶은 누구의 것인가?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끊임없이 묻고 있다.  그래서 때때로 당혹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고 난 뒤에는 께름칙하기보다는 후련한 느낌을 받는다.  나는 지금 버리고 있다.  물건이 아니라 '미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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