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사랑과 사회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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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10일 읽고 쓰다

 

이 책에 대한 글을 처음 본 건 [씨네21]이라는 잡지에서 였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로 멋지고 쿨한 여자'는 싱글즈의 엄정화같은 여자가 아니라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같은 여자라고.
지금 이 시대에 싱글즈의 엄정화처럼 친구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그에게 알리지 않고 아이를 낳기를 결심한 여자는
"cool~"한 척 하는 짝퉁같은 여자이고,
진짜는 이범수같은 라면을 차버리고 밥(능력있고 돈있는)같은
남자에게 가버린 그 어린 여자랜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라는 단편집 역시 쿨한 여자들의 모음이라고.

문체가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소설체같아서
이런 책을 [문학과 지성사]에서 뽑다니?..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쩌면 현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하는 소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선은 읽기 쉬워서 편했고
착한 척 하면서도 뒤로 내뿜는 독기를 가진 악녀들에게
나름대로 감탄하면서도 쓸쓸한 미소를 감추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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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글들이 소설 비슷한 것은 되는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비스듬한 포즈로, 안도 밖도 아닌 곳에 혹은 경계 위에 서 있었을 뿐. 저토록 견고한 이분법의 세계를 열심히 관찰하다 보면 언젠가는 실금 같은 틈새라도 발견하게 되겠지. 나는 다만 즐겁게 욕망한다. '내추럴 본 쿨 걸'에게도 나름대로 진정성은 있는 것이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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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 - 느리고 맛잇는 음식 이야기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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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4년 2월 4일 읽고 쓰다

 

웰빙 열풍의 시대이다.
얼마전에 페이퍼의 정유희 기자가 웰빙족을 통렬히 비판하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글의 주요 골자는 자기 몸에 좋은 친환경적이고 유기농으로 생산된 식료품을 구입하려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행동이 환경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통탄.

생활은 점점 빨라지고, 관계를 각박해지고..
인간은 문명과 과학의 발달을 뒤로 하고
불치병 속에서 죽어나가는 세상이 왔다.

가던 길에서 잠시 벗어나 천천히 세상을 보자는 것이 이 슬로푸드의
내용, 가던 길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포인트가 있다.
그리고 맛있는 이야기.
대량생산이 아니라 소규모로 작업하기에
같은 치즈, 와인, 맥주라도 다른 맛이 난다.
말하자면 음식의 다품종 소량생산을 꿈꾼다고나 할까?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기후와 토양, 조리방법들을
패스트푸드에 휩싸인 이 세상에서 구출해 내자는 게
이 책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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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막 7장 그리고 그 후 - 멈추지 않는 삶을 위하여
홍정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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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1일 읽고 쓰다

 

이사람의 끝없는 도전과 정열, 그리고 노력은 정말 본받을 만하다.
인간같지 않은(..ㅡ.ㅡ;;) 인간이다.
예전에 읽었던 느낌과는 조금 다른 느낌.
어느새 사는 게 귀찮아져버려서 그런걸까?
"아..이렇게 살아야해"에서
"아..대단하네.."로 바뀌어버렸다.

[나는 아직까지도 "행복한 삶"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그리고 삶의 목표를 '행복'으로 설정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은 점들이 많다. 추구하는 이상을 실현해 나아감에 있어서 행복은 성취의 결과로서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굳이 삶의 목표를 '행복'으로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오만한 인간이라고 생각된다.
남들 위에 서본 자만이 소위 엘리트라 불리우는 소수의 그룹에
속한 자들만이 할 수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의 이상에 좀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도 멋지다.

부럽다. 죽을만큼 노력해야 이사람 발끝정도로 따라갈 것같다.

"어떤 경우에도 이상을 낮출 필요는 없었다. 단지 나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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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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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1일 읽고 쓰다

 

노벨문학상을 받는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꽤 늦게 읽은 편.
권위있는 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은 왠지 심오하고 난해할거라는
나의 예상과 달리 읽기 편하고 느끼고 생각하기 쉬웠던 작품.
그러나 인간 본연에 내재되어있는 폭력과 무도덕과 더러움 등등으로
나를 심하게 불편하게 했던 책이기도 하다.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눈이 멀기 시작한다.
운전을 하다가, 얘기를 하다가, 부엌에 있다가 백색의 어둠(?)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처음에 눈이 먼 몇몇은 전염병 환자처럼 한 병원에 격리되지만
나중엔 사회전체가 눈이 멀어 혼돈의 상황으로 빠져든다.
병원에 있던 사람들은 눈이 먼 사람들만의 생활을 시작하고
자기나름대로의 사회를 만들어나간다.
기존의 자신의 도덕관이나 윤리는 없어지고,
아무데서나 똥을 싸고, 아무도 믿지 못하고,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남을 죽이고, 힘이 있는 남자들은 여자들을 강간하고..

그중에 눈이 멀지 않은 단 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둘러싼 무리들.
여자는 눈이 멀지 않은 사람이라는 책임감으로 그들 무리를 돌보고
무리속의 연장자, 연소자들은 그에 합당한 어느정도의
대우를 받으며, 적어도 인간의 존엄은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그 눈먼자들의 도시를 살아간다.

그러던 중에 어느새, 하나씩 시력을 되찾고 눈을 뜨게 된다.

결국은 사회에 대한 따스한 시선, 인간에 대한 믿음을 일깨워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인 듯.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제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
이라는 거죠."

-의사와 의사아내(눈이 멀지 않은 사람)와의 마지막 대화 中-

책에서 대화내용은 전혀 따옴표로 나누어져 있지 않다.
그러나 누가 한 말이고, 어떤 느낌으로 얘기하는지 이해하는데에는
무리가 없다. 왠지 더 편하게 느껴질 정도..

책의 해설에는 이것은 "문장 부호가 무시된 채 격류가 흐르는 듯한
문체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역사와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라고 나와있다.

[우리가 이루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기적은 계속 살아가는 거예요
매일매일 연약한 삶을 보존해가는 거예요.
삶은 눈이 멀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존재처럼 연약하니까.
................]

*지금까지 읽은 책 중 나를 가장 감동시킨 책. 아주 많이 사랑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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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우스 - 범우희곡선 6 범우희곡선 6
피터 셰퍼 지음, 신정옥 옮김 / 범우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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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04년 1월 30일 읽고 쓰다

 

연극을 보러가기 전에 내용을 알고 가면 좋을 것 같아
도서관에서 빌렸다.
사회주의자같은 인쇄공 아버지와 종교에 광신적인 전직 교사 어머니,
친구도 없고, 전기제품으로 둘러싸인 가게에서 사는
열일곱살 소년 알런.

주말에 마굿간에 일을 하는 알런은
어느 날 밤, 마굿간에 있던 일곱마리의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르고
소년원으로 가게 된다.
재판을 맡은 판사는 알런의 정신치료를 위해
그를 마틴이라는 소아정신과 의사에게 맡기게 된다.

이상한 노래만 부르며 아무도 상대하지 않던 알런은
서서히 마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아버지, 어머니, 말, 자신의 신 에쿠우스...

마틴은 알게 된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기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데 이 소년에게는 그렇게 자신을 형성할
만한 무언가가 없었다. 알런은 말을 통해서 자신을 인식하기 위해 노력한다.
마굿간에서 일하면서 3주에 한 번씩 한밤중에 너른 들판을 달리면서
말과 하나가 되는 그런 신비에 빠진다.
알런은 그렇게 무언가에 정열을 쏟으면서 자기자신을 찾아간다.
그러던 중, 질과 데이트를 하게 되는 데
성인영화를 보러간 곳에서 아버지와 만나게 되고,
아버지도 그와 같은 완벽치 못한 인간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서 질과 마굿간으로 가서 사랑을 나누려하나
자신을 보고있는 말의 신들에 의해 그는 두려워한다.
그런 후에 그는 절규하면서 말의 눈을 찌른다.

마틴은 알런을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정상적인 인간으로 되돌려놓게다고 말하면서 어둠속에서 본질적인 나를 찾을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어둠은 신이 만든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어둠에게 경의를 표하고, 자신에게 재갈이 묶여 있다고 하면서 희곡은 끝이 난다.

“왜 나지" … 왜 나야? … 나를 설명해봐요! 궁극적인 의미에서 내가 이곳에서 뭘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인 것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본질적인 것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뒤집을 수 없는 최종적인 것입니다. (다이사트 알런에게서 떨어져 무대 전면의 벤치로 돌아가 마침내 앉는다.) 난 어둠 속을 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어떤 방법이겠습니까? 어둠이겠습니까? 이 어둠을 신이 규정한거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어둠에 깊은 경의를 표시할 겁니다. 지금 이 예리한 재갈이 내입 안에 끼워져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도저히 빠져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긴 사이. 다이사트 응시하며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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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조재현이 나오는 연극이었다. 그가 알런 역을? 그 나이에? 하하하

나이를 무색하게끔 만드는 연기였지. 말들을 맡은 배우들의 벗은 몸에서는 에로틱한 땀이 또르르 굴렀다. 욕망에 잠긴 그란 느낌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마틴 역을 맡았던 배우. (이름 까먹었다) 그 고뇌하는 연기. 자신 역시 그렇게 불완전한 인간이라고,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간일 따름이라고 그가 소리없이 외치는 것을 듣는 듯 했다. 아님 내 내면의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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