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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04년 2월 1일 읽고 쓰다
노벨문학상을 받는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꽤 늦게 읽은 편.
권위있는 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은 왠지 심오하고 난해할거라는
나의 예상과 달리 읽기 편하고 느끼고 생각하기 쉬웠던 작품.
그러나 인간 본연에 내재되어있는 폭력과 무도덕과 더러움 등등으로
나를 심하게 불편하게 했던 책이기도 하다.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눈이 멀기 시작한다.
운전을 하다가, 얘기를 하다가, 부엌에 있다가 백색의 어둠(?)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처음에 눈이 먼 몇몇은 전염병 환자처럼 한 병원에 격리되지만
나중엔 사회전체가 눈이 멀어 혼돈의 상황으로 빠져든다.
병원에 있던 사람들은 눈이 먼 사람들만의 생활을 시작하고
자기나름대로의 사회를 만들어나간다.
기존의 자신의 도덕관이나 윤리는 없어지고,
아무데서나 똥을 싸고, 아무도 믿지 못하고,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남을 죽이고, 힘이 있는 남자들은 여자들을 강간하고..
그중에 눈이 멀지 않은 단 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둘러싼 무리들.
여자는 눈이 멀지 않은 사람이라는 책임감으로 그들 무리를 돌보고
무리속의 연장자, 연소자들은 그에 합당한 어느정도의
대우를 받으며, 적어도 인간의 존엄은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그 눈먼자들의 도시를 살아간다.
그러던 중에 어느새, 하나씩 시력을 되찾고 눈을 뜨게 된다.
결국은 사회에 대한 따스한 시선, 인간에 대한 믿음을 일깨워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인 듯.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제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
이라는 거죠."
-의사와 의사아내(눈이 멀지 않은 사람)와의 마지막 대화 中-
책에서 대화내용은 전혀 따옴표로 나누어져 있지 않다.
그러나 누가 한 말이고, 어떤 느낌으로 얘기하는지 이해하는데에는
무리가 없다. 왠지 더 편하게 느껴질 정도..
책의 해설에는 이것은 "문장 부호가 무시된 채 격류가 흐르는 듯한
문체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역사와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라고 나와있다.
[우리가 이루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기적은 계속 살아가는 거예요
매일매일 연약한 삶을 보존해가는 거예요.
삶은 눈이 멀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존재처럼 연약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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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은 책 중 나를 가장 감동시킨 책. 아주 많이 사랑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