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 7월 22일 읽고 쓰다

 

인간에 대한 가장 큰 죄악은 인간에 대한 둔감함이라고.
(120p)

살갗 속에 햇볕이 늘 쌓혀있다.
(174p)

몸과 삶이 맞닿아 있는 것이 아줌마의 아름다움이다.
(210p)

인간으로도 축생으로도 다시는 삶을 받지 말아라.
(231p - 기형도에 대한 글 중에서.)

김훈의 글은 어렵다.
촌철살인의 미학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미워한다.
이리도 힘들게 읽히는 글을 쓰시다니.

음..김훈의 글이 가지는 미학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가 읽은 김훈의 책은 유명한 칼의 노래나, 현의 노래가 아닌
산문집 [자전거 여행]과 이 책이었지만
이 사람 글은 글자 하나하나에 송곳이 묻어있는 것 같다.

사람이 날카롭고, 글이 날카롭다는 것이 아니라
글을 받아들이는 내 맘에 물 흐르듯이 녹아져 드는 것이 아니라
심장에 송곳으로 콕콕 파고들 듯
글자를 그리 쓰신다.
그래서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이
아주 힘에 겨웠다.
내가 글자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글자가 나로 하여금 따라오라고, 올 수 있으면 와 보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만약 김훈 선생님이랑 술을 마시게 되면
뒷통수를 팍-- 맞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안일하게 살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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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연애가 마지막 희망이다
무라카미 류 지음, 김자경 옮김 / 제이북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2005년 7월 16일 읽고 쓰다

 

나는 무라카미 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궁금은 했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과연 어떤 색일까, 하는.

류의 소설은 변태적 성향이 강하다고 해서
꺼내보지 않았고
이 에세이는 글쎄..제목이 마음에 꽂혔다.
마음에 들었다기 보다는 마음에 그냥 꽂혔다.
읽고 난 후의 감상은 음...다신 류의 책은 안 찾겠구나..라는 것

아마도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리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저널리스티 다치바나 다카시와
우리나라의 소설가 김훈의 산문집을 빌리고
동시에 읽어서 그럴 것이다.
세 사람의 문체가 확연히 차이가 나고
내가 생각하기에 류 아저씨가 느낌이 제일 떨어진다.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본사회와 경제와 여러가지 문제들과 연애를 직,간접적으로
쓴 이 에세이는 작가의 세계관이 잘 나타나있다.
이를테면 이런 논리이다.
A라는 상황이 있다. 이에 대치되는 상황은 B이다.
그러나 A도 B도 그 나름대로의 존재이유가 있다.
무언가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단지"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반복이 거의 모든 챕터에 해당한다.

이것도 옳은 점이 있고 저것도 옳은 점이 있다는 것은
다 맞는 말이지만, 나는 그것이 온유한 회피주의로 느껴졌다.

모랄까. 류씨가 조목조목 하는 이야기가 틀린 것은 아니나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할 까?
활자가 눈 아래에서 뱅뱅도는 것같은 느낌을 계속 받았다.
나랑 궁합이 안 맞는 작가인가보다.
아마도 엄청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다시 찾을 일은 없겠지.

다시 말해, 같이 살아간다는 뉘앙스나 친한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우리들은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각을 찾는다......그건 3년 전 4월이었다. 그해 봄은 벚꽃 피는 것이 늦었다. 그 여름은 더웠다. 그 바다는 아름다웠다. 그렇게 어떤 시간의 감각,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각이 그 사람에게 각인된다.
(36p)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나요?"라고 질문하는 사람은 자신도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46p)

영화 등에서 얻어진 멋진 대사가 언제, 어디에서도 쓰여질 수 있다면 이 세상은 그만큼 살맛이 없어질 것이다.
(67p)

지나치게 불안한 경우에 인간은 불안의 원천을 무시함으로써 살아남으려는 경향이 있다.
(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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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 7월 13일 읽고 쓰다

 

번역은 삽으로 석탄을 퍼 넣는 일과 조금은 비슷했다. 석탄을 퍼올려 그것을 노 안으로 던져 넣는, 석탄 덩어리 하나하나는 단어이고 한 삽 한 삽은또 다른 문장들인데, 그 일을 여덟아홉 시간씩 연달아 계속할 끈기가 있을 만큼 등이 튼튼하다면 불길을 계속 뜨겁게 유지할 수 있다. 근 백만 단어에 이르는 글을 앞에 놓고 나는 가능한한 오래, 그리고 열심히 일을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설령 그 불길이 집을 태워 먹는 한이 있더라도.
(93p)

좋아한다는 건 뜻이 너무 약해요. 나는 그 이야기에 사로잡혔죠. 그 이야기가 나를 산 채로 먹어 치웠던 거예요.
(158p)

..얘기했던 것과 똑같이 그 모든 일이 다 일어났던 거예요.
내가 그분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마다 그 말이 모두 진실인 것으로 밝혀졌어요.
그분 이야기가 그처럼 있을 법하지 않은 건 그래서예요. 그분이 내게 진실을 이야기했다는 바로 그 이유때문에.
(286p)

<Les moments de crise produisent un redoublement de vie chez les hommes.>
사람들은 곤경에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충실한 삶을 살지 못한다.
(311p)

<..우리가 보고 있는 사물들은 그 자체로서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그러므로 만일 우리가 감각에서 우리의 주관이나 주관적인 형식을 버린다면 시공 속에서의 모든 특성, 사물들과의 모든 관계, 아니 시공 그 자체마저도 사라질 것이다.>
(344p)-칸트로부터 따온 구절.

어때요? 내가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요? 내 생각은요, 그녀가 천천히 대답했다.
내가 눈을 뜨면 당신이 거기에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래요. 당신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당신이 눈을 뜨지 않으면 내가 있는지 없는지를 절대로 알 수 없잖아요. 안 그래요?
(377p)

책을 시작하기 전에 작가는 샤토브리앙이라는 와인의 이름에 어울릴 것같은 한 문학가의 말을 앞세운다.
"인간은 하나의 동일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끝에서 끝까지 이르는 여러 다른 삶을 살며 그것이 바로 비극의 원인이다."

폴 오스터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책은 처음 읽었다.
이 사람 글, 영미문학가들의 버터냄새가 나지 않아 좋았다. 화려한 미사여구는 딱 질색이다.

소설적 진실과 현실적 진실이 뒤엉키면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다. 여기가 거긴지 거기가 여긴지 분간할 수 없는 것.
예전에 이와이 슌지의 [윌리스의 인어]를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미국 무성영화배우 헥터 만을 찾고 싶었다. 사실일 것 같으나 사실이 아닌 인간의 상상.
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과연이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것의 한계는 어디인가?)

사람은 한 가지 길로만 걸어갈 수가 없다.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 다고 해도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자기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타인의 삶에 끼여들기도 하고
끼임을 당하기도 한다.
내가 원한 삶을 살 수 도 있고, 내 뜻과 반하는 삶을 살 수도 있다.
어디가 더 행복할까?
그러리라 예상된 삶과
그렇게 될 지 정말로 몰랐던 삶은.

문체도 간결하고, 중간중간 시니컬한 위트도 맘에 들었고
긴듯 아닌 듯, 계속 뒷이야기를 궁긍하게 하는 내용전개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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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곳에서 세상은 움직인다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2005년 7월 12일 읽고 쓰다

 

" 너의 미래가 보여. 미래에 뭔가 있을거라고 믿는 현재.
그것이 너의 미래야. 어디를 가든 똑같을 뿐인데."

"그럼 어때서?
미래에 뭔가 있을거라고 믿는 현재, 그게 나의 미래야,
그게 뭐 나빠?"

"아무리 살아봐도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없어도 좋아.
어차피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데서 나왔으니까."
113p

"너에게 그녀는 보통인가? 그와의 여러 사람과 똑같아?
왜 일반적인 문백으로 그녀를 생각하는 거야?
그녀는 이 세상에 하나뿐이야.
너에게 특별한 이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지.
왜 그녀의 특수성을 존중하지 않는데
그녀는 보통도 아니고 일반적이지도 않아."
지코 혹은 코지의 말.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라는 멋진 제목의 소설을 가진
작가의 다른 소설.
그의 나이가 마흔을 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펴보진 않았을 것이다.
59년생이어서,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책은 사색적이고, 조금은 비틀려있고 가볍고,
끝은 암울하다.

읽으면서 예전에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났다.
"미래는 우리의 앞에 있는가, 뒤에 있는가?"

무언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현재.
그건 희망일 것이고,
나의 사랑으로 상대를 매몰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상대를 그 상대의 존재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나를 성숙시키는 일.
그게 단순한 구호에 불과하더라도
나는 가능하다고 믿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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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디 DVD 8 - 땀과 비누와 디디의 이야기, 완결
천계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2005년 7월 5일 읽고 쓰다

 

인간과 환상이 사랑할 수 있을까?

만화에서 느껴지는 그래픽적인 요소때문에
천계영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개인적으로 언플러그드 보이와 오디션도 그냥그냥...)
디비디를 보고 아주~ 좋아졌다.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만화다.
어쩌나..나는 만화가 너무 좋다.


.....
비누 : 죽고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그럼 내가 자살하는 좋은 방법 알려줘?
필요한 재료는 청테이프 하나.
일단 창문이랑 방문 틈새를 꼼꼼히 다 막아.
그리고 그 안에서 슬픈 만큼 울어.
눈물이 방 안에 고이기 시작하고
차오르고...
결국 네가 그 눈물에
빠져 죽는 거야 ......

땀 : 아무리 슬퍼도 그만큼 우는 건 불가능 해.

비누 : 그건 죽을만큼 슬프지 않아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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