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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5년 4월
평점 :
2006년 5월 10일 읽고 쓰다
스스로를 속이는 자는 아무도 없소
당신의 기다림이
당신이 보았던 시간보다
더 오래 지속되리란 것을 생각하오.
모든 것이 그렇게 흘러갈 것이기에."
-42p
글을 쓸 일이 없을 때에도, 수많은 사랑이 나를 스쳐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었더 그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매일 아침 책상을 정리한다.
-46p
(나의 미래가 이러한 느낌이기를)
나는 내 사랑이 될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모든 사랑들로 목이 메였다.
-73p
노래하지 않는 사람은 노래하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도 없다
-82p
각각의 물건은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하며, 각각의 일은 일의 성격에 맞는 시간에 처리해야 하고, 각각의 단어는 그 나름의 적절한 문체가 있다는 나의 강박관념은 질서 정연한 정신에게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 내가 근본적으로 무질서하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위장술이었던 것이다. 또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도 미덕이 아니라 게으름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야박한 심성을 숨기기 위해 인자한 척하고, 그릇된 판단을 숨기기 위해 신중한 척하고, 쌓은 분노가 폭발할까 봐 화해를 청하며, 타인의 시간에는 무관심하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시간을 엄수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88p
(이 문단에는 쉼표가 너무 많아~ 원문이 그랬나?)
그것은 단장을 하고 옷을 입고 향수를 뿌리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사실을 사랑이 너무 늦게 내게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며, 나는 그런 누군가를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110p
내 마음대로 해라. 올해 아니면 백 년 내에 반드시 죽은 몸이 되리라.
-142p
불친절한 책.
친절한 역자의 해설.
사랑은 상호적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옆에 있으면서 그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라고.
마르케스의 이야기를 오랜만에 읽었다.
행간의 의미폭이 너무나도 커서 따라가며 이해하기는 힘이 들었지만 마르케스라는 그 이름만으로 손이 갔던 그런 책.
위대한 작가는 이런 것인가?
축복인가, 아니면 형벌일까?
<백 년 동안의 고독> 이라는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 이후
그의 모든 소설은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작가의 글 성향을 알고 있다는 것은-읽는 내내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1928년에 태어나 1982년에 노벨문학상을 받고
지금까지 살아있는 그의 일상의 편린을 조금 느껴본 듯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