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두는 여자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2006년 6월 16일 읽고 쓰다

 

"진짜 남자란 학교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애송이들하고는 달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뭘 해주면 네가 좋아할지 미리 알고 있지. 그와 함께 있으면 넌 어린 계집아이가 아니라, 그가 호기심 가득한 신생아의 눈길로 바라보는 여신, 이미 모든 시대를 살아버린 늙은 영혼이 돼."

-57p

 

"죽음과 비열함 중에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면

서슴지 말고 죽음을 택하거라."

-160p

 

나는 그를 그곳에 내버려두어야만 한다. 그가 가는 길 위에.

-239p

 

 

 

-----

그녀의 비유는 낯설다.

이게 무슨 뜻일까 하고 고민하게 했다.

빠르게 읽혀지는 문체와 달리,

중국여자. 프랑스로 유학가 7년만에 불어로 소설을 썼다 했다.

 

<바둑 두는 여자>는 격동기를 살아가는

성에 대해 눈 떠 가는 중국 소녀(15,16세쯤?)와

사무라이즘을 신봉했던(!) 일본의 젊은 장교를 둘러싼 이야기.

하루키의 소설처럼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두 가지의 이야기가 점차 가까워지면서 하나로 합쳐진다.

왠지 좀더 긴 이야기가 되어야 할 것 같은 소설을

축약시키느라 서사의 비약과 단절이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긴하지만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들었던 소설.

 

다만, 좀 더 바둑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음 했다.

성적인 묘사와 일본병사들이 중국인들을 고문하는 장면에 대한

묘사는 그것이 적절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것들에 대한 묘사가 부족해서

상대적으로 더 부각되어 보인다.

왠지 상업소설-사실 상업소설이 아닌 것이 어디있으랴-적인

냄새가 짙게 깔렸다.

 

바둑을 알고 있었다면,

그걸 통해 인생을 바라보는 법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혔을 것 같은 책.

바둑을 함 배워볼까낭?

(주원오빠의 노친네 같다는 표현이 계속 생각나~~ㅡ.ㅡ;;)

 

 

담번엔

샨사의 원숙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을 읽어 보고 싶다.

(이번 책은 그녀의 세 번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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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로렌 와이스버거 지음, 서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2006년 6월 11일 읽고 쓰다

 

"물론 아직은 미진하다고 생각해.

당신은 열의가 부족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시키면 표정이 변하고 한숨부터 쉬지.

그걸 내가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

그냥 당신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표시 정도였으면 해."

-275p

 

 

 

타인의 취향은 내가 말할 바가 아니나,

이 책(특히 2권)은 시간낭비. (쓰레기.라는 말을 가까스로 참았다)

1권의 수다스러움은 신선한 깜찍함이었으나

2권의 수다스러움은 정말....머리가 아플 정도.

 

세상에..

읽고 나서 이렇게 싫어진 이게 처음일 듯.

 

모든 책이 교훈이 이야기 할 필요도 없고

모든 책이 목적성이 뚜렷하게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읽고 나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책이란

참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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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오후 4시의 천사들
조병준 지음 / 그린비 / 200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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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8일 읽고 쓰다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고들 하죠.

사람의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고도 하고요.

인생의 이야기를담고 있는 탓인 모양입니다.

..

..

...

책이 인스턴트 식품처럼 짧은 유통기간을 갖게 된 세상에서 이렇게 오래 살아남아 준 이 책이 정말 고맙습니다. 물론 이 책에 실린 친구들과 기꺼이 친구가 되어 준 독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잘 압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이렇게 한 권으로 묶인 책은 또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누가 알겠습니까. 세상에 미리 알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걸요. 세상은 불확실합니다.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그래도 비틀거리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주는 힘이 하나 있습니다. 친구들이 제 곁에서 머물러 있어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저자의 세번째 서문 중-

(주저리주저리 이 부분을 적는 이유는  내가 앞으로 책을 만들어갈 사람이기에 이런 것에 대해 더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일지도)

 

 

기억이라는 이름의 비행기표가 좋은 건

유효기간이 없다는 점입니다.

-20p

 

상처 없는 영혼이란 없다고 랭보가 중얼거렸죠.

상처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짐승투성이 세상이니까요.

그 상처를 달래달라고, 아니면 달래주겠다고 손 내밀었다가

더 큰 상처를 입는 일이 흔한 인생입니다.

인간은 천사가 되지 못합니다.

잘해야 인간이고, 못하면 짐승이지요.

그런데 짐승이면서 인간이고, 어쩐 일인지 동시에 천사의 얼굴까지

보여주는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은 살 만한 것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55p

 

세상에 완벽하게 타인을 위한 행동은 없는 것이 아니냐?

맞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다는 얘기죠?

내가 만족스럽고 행복해지면 안 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

일단 내가 행복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내 행복의 분량만큼 내가 사는 세상의 행복이 불어납니다.

인연이 닿아

내 행복이 다른 사람의 행복과 연결될 때면

그때부터 행복의 합이 달라집니다..

-82p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하 친구는

내가 잊고 있는 '착하고 잘난 나'를 쓰다듬어주는 친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14p

 

서로 절대로 웃어주지 못하면서도

매일 살을 부딪치며 스쳐가야 하는 지하철의 저 무수한 '동행자'들

덕분에, 우리는 이제 사람이 없는 곳에 가야 행복해집니다.

사람이 사람이 없는 곳에 갈 때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상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입니다.

-310p

 

 

 

조병준.

나는 이 사람을, 이 사람의 글을 사랑하게 되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질 수 있는

뚝뚝 흘러내리는 정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의 글 속에 나타나는, 나와 다르기에 느껴지는 불편함조차

그렇게 때문에 '인간적이야'라고 납득이 되어진다.

 

언젠가 시간이 흐른 후에 이 사람을 잡을 수 있는

편집자가 되었음 좋겠다.

 

 

ㅡㅡㅡㅡㅡ

시인으로 등단했고 지금을 글을 쓰는 사람.

예전에 캘커타(지금은 '콜카타'로 명칭이 바뀌었다)의

<사랑의 선교회> 산하 구호시설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에세이이다.

친구들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이

인간와 세상에 대한 사랑이 담뿍 묻어나 있다.

 

이런 류의 에세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린비'라는 출판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도서관에 골랐고

이제는 저자에게 반해버렸다.

그리고 저자의 친구들에게 반해버렸다.

인도에 가서 나도 자원봉사자도 일하고 싶어졌다.

-과연 할 수 있을까? 나도 변하고 싶긴 한데-

 

읽고나면 더없이 마음이 따스해지는 글이다.

아..이 작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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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
로렌 와이스버거 지음, 서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2005년 6월 8일 읽고 쓰다

 

릴리는 자기에게 사랑을 돌려주지 않는 것이면 누구나,

무엇이든 사랑했다.

지금까지는 그게 그녀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주었다.

 

"이해가 안돼. 그 남자가 애인이랑 절대 깨지지 않을 걸 알면서

어떻게 같이 잘 수가 있니?"

 

나는 대학교 3학년 때 그녀가 몰래 만나던 남자에게 대해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난 네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규칙을 지키며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릴리는 바로 받아쳤다.

 

"완벽하게 계획하고,

정확하게 표시하고,

그렇게 빡빡하게 살면

재미있니?

좀 살아보자."

 

295~296p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을

지하철에서 오며가며 대략 2시간만에 다 읽었다.

책의 귀천을 가리는 것은 아니지만 문학동네가 왜 이런 책을?

하며 조금 의아해했다.

할리퀸류는 아니고, 적당히 빠른 템포의 문체와 위트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음..왠지 문학동네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은 참 돋보인다.

브랜드를 동경하는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듯

도발적인 분홍색 컬러와 일러스트가 눈길을 끈다.

핸드백 속에 쏘옥 들어가도록 판형을 작게 한 것도 맘에 들고

또 본문지를 굉장히 가벼운 걸 써서-페이퍼백처럼-

들고 다니기에 부담없게 한 점도 좋다.

면지도 25년간 책을 보면서 처음으로 본 분홍색 땡땡이.

이것도 신선한 시도.

책이 가지고 있는 현대성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내용은 주인공이 악마같은 유명 편집장의 어시스턴트로 있으면서

겪는 여러가지 일.

다양한 브랜드와 유명인의 실명이 그대로 나와서

마치 가쉽을 보는 듯한-엿보기의 욕망을 채워주는듯-

느낌이 들게 한다.

 

번역자도 문장의 길이를 짧게 해서-원문은 어떤지 모르지만-

속도를 배가시켜주었다.

템포를 빨리하면서 읽어야 맛이 있는 책.

 

대충 2권의 내용이 어찌될지 조금 뻔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말이 궁금하다는 생각을 들게하니

이 소설은 성공한 거겠지?

 

과외하는 애한테 어제 빌렸는데..2권은 토욜날 빌려야 겠다. 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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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편견이란 참 무서운 걸지도.

인문, 사회과학 서적에 대한 나의 숭배(?)는 나도 모르게

다른 책들을 비하시키게 한다.

특히 쉽게 읽히는 책들에 대해서도.

어려운 소설책은 자랑스럽게 읽었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소위 베스트셀러라 일컬어지는 것들을 읽는 것에 대해서는

못내 부끄러워한다. 질이 떨어진다고.

정작 나보고 그런 이야기 써보라고 한다면 한 줄도 못 쓸거면서.

대중이 좋아하는 책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테니

눈여겨 볼 것.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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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6년 5월 12일 읽고 쓰다

 

"나이가 좀 들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알게 된 게 하나 있는데,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모든 게 간단해지는 것 같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원래 그런 사람이려니 하면 그만이거든. 마찬가지로 누가 나에 대해 뭐라고 해도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하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내가 잘못한 거라면 고쳐야겠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내가 잘못해서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싫어서 뭐라고 하는 게 대부분이야."

-64~65p

 

 

왜 하필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 낭만적 사랑에서는 이렇게 대답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 사람이니까. 낭만적 사랑에 있어서 상대방은 자신의 결여를 메워 주는 존재이다. 낭만적 사랑은 불완전한 개인을 완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179p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해서 그게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어차피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인데.

-199p

 

삶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이란 없다.

다만 견딜 수 없는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217p

 

어떠한 종류의 사랑이건 간에 사랑이란 그 자체로 아이러니이다.

왜? 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너이고 네가 나였던 아주 짦은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사랑은 숨겨 놓았던 독을 사방에 풀어 놓는다. 그리하여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정작 사랑했던 사람들은 서로를 미워하게 된다.

-241p

 

보너스 팁. 싫어하는 인간을 즐겁게 보는 방법

없다. 앞으로도 계속 싫어하면서 살면 그만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하나 줄어든다고 해서 갑자기 인생이 아름다어워지는 것은 아니다.

-342p

 

 

 

박현욱.

처음 보는 작가라 생각했는데 예전에 이사람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게 모였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별로 축구 얘기 재미없어 하는데

결혼과 축구가 맞물린 이 소설은 재미있다.

여자의 양다리 걸치기가 조금 어이없긴 했지만

그게 이 책의 묘미이긴 하지. 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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