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오후 4시의 천사들
조병준 지음 / 그린비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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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8일 읽고 쓰다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고들 하죠.

사람의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고도 하고요.

인생의 이야기를담고 있는 탓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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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인스턴트 식품처럼 짧은 유통기간을 갖게 된 세상에서 이렇게 오래 살아남아 준 이 책이 정말 고맙습니다. 물론 이 책에 실린 친구들과 기꺼이 친구가 되어 준 독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잘 압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이렇게 한 권으로 묶인 책은 또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누가 알겠습니까. 세상에 미리 알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걸요. 세상은 불확실합니다.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그래도 비틀거리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주는 힘이 하나 있습니다. 친구들이 제 곁에서 머물러 있어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저자의 세번째 서문 중-

(주저리주저리 이 부분을 적는 이유는  내가 앞으로 책을 만들어갈 사람이기에 이런 것에 대해 더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일지도)

 

 

기억이라는 이름의 비행기표가 좋은 건

유효기간이 없다는 점입니다.

-20p

 

상처 없는 영혼이란 없다고 랭보가 중얼거렸죠.

상처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짐승투성이 세상이니까요.

그 상처를 달래달라고, 아니면 달래주겠다고 손 내밀었다가

더 큰 상처를 입는 일이 흔한 인생입니다.

인간은 천사가 되지 못합니다.

잘해야 인간이고, 못하면 짐승이지요.

그런데 짐승이면서 인간이고, 어쩐 일인지 동시에 천사의 얼굴까지

보여주는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은 살 만한 것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55p

 

세상에 완벽하게 타인을 위한 행동은 없는 것이 아니냐?

맞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다는 얘기죠?

내가 만족스럽고 행복해지면 안 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

일단 내가 행복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내 행복의 분량만큼 내가 사는 세상의 행복이 불어납니다.

인연이 닿아

내 행복이 다른 사람의 행복과 연결될 때면

그때부터 행복의 합이 달라집니다..

-82p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하 친구는

내가 잊고 있는 '착하고 잘난 나'를 쓰다듬어주는 친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14p

 

서로 절대로 웃어주지 못하면서도

매일 살을 부딪치며 스쳐가야 하는 지하철의 저 무수한 '동행자'들

덕분에, 우리는 이제 사람이 없는 곳에 가야 행복해집니다.

사람이 사람이 없는 곳에 갈 때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상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입니다.

-310p

 

 

 

조병준.

나는 이 사람을, 이 사람의 글을 사랑하게 되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질 수 있는

뚝뚝 흘러내리는 정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의 글 속에 나타나는, 나와 다르기에 느껴지는 불편함조차

그렇게 때문에 '인간적이야'라고 납득이 되어진다.

 

언젠가 시간이 흐른 후에 이 사람을 잡을 수 있는

편집자가 되었음 좋겠다.

 

 

ㅡㅡㅡㅡㅡ

시인으로 등단했고 지금을 글을 쓰는 사람.

예전에 캘커타(지금은 '콜카타'로 명칭이 바뀌었다)의

<사랑의 선교회> 산하 구호시설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에세이이다.

친구들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이

인간와 세상에 대한 사랑이 담뿍 묻어나 있다.

 

이런 류의 에세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린비'라는 출판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도서관에 골랐고

이제는 저자에게 반해버렸다.

그리고 저자의 친구들에게 반해버렸다.

인도에 가서 나도 자원봉사자도 일하고 싶어졌다.

-과연 할 수 있을까? 나도 변하고 싶긴 한데-

 

읽고나면 더없이 마음이 따스해지는 글이다.

아..이 작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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