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포머의 변화대처법
바바라 A. 케이, 팀 어시니 지음, 문은실 옮김 / 아시아코치센터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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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하이퍼포머라고 부른다. (4쪽)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밀려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정보.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사용법. 작업능률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 기계의 작동법. 계속해서 기능이 향상되어 나오는 주변기기들. 우리는 이렇게 복잡하고 새로운 것들이 지천에 깔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우리들은 그것에 발맞추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강요받고 있다. 왜냐하면 이 산업사회에서의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그 어떤 것보다 더 가치 있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자아와 정체성도 뒷전으로 밀려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의 한복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그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따르는 수밖에 없다.

물론, <무소유>나 <월든>과 같은 책을 쓴 법정 스님이나 헨리 데이빗 소로우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룩한 현대문명사회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해답을 찾은 이도 있긴 하지만 자본주의의 한복판에서 그들과 같은 생활을 영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하이퍼포머의 변화대처법>의 저자 팀 어시니와 바바라 A.케이는 우리들에게 변화를 두려워하고 숨어서 고통스럽게 지낼 바에야 속는 셈치고 한번 능숙하게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존재인 하이퍼포머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변화를 두려워 할 때 나타나는 파충류의 본능

저자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안전함을 우선시하는 생물체이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에 맞서 해결하려하지 않고 걱정하고, 부정하고, 저항하고, 후퇴하고, 비난하고 끝내 단절해버린 마지막에 과연 무엇이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하서 다음과 같이 묻고 있었다.

당신은 변화에 직면하여 ‘걱정, 부정, 저항, 후퇴, 비난, 단절’ 중에서 어느 한 가지 방식으로 대처한 적이 있는가? 왜 그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선택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 당시의 변화에 대처하는데 더 좋은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선택을 한 결과는 어떠했는가? (46쪽)

그는 우리가 변화를 받아들임에 주저하고 실패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면서, 그것에 대한 대처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물론 안락한 생활을 벗어나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을 때 나타나는 물리적 공포와 심리적 공포가 고개를 쳐들게 되겠지만 그것들은 우리의 ‘파충류의 뇌’ 편도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인간의 지혜를 발전시키려면 ‘파충류의 뇌’에 의존하기 보다는 ‘인간의 뇌’인 대뇌피질에 의존해야 한다.”는 당부를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파충류의 뇌’에서 발현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것을 떨쳐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왜냐하면 변화를 거부하는 본능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인간의 발전을 가로막는 파충류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처하는 개인적인 스타일

근본적 핵심 성격은 몸과 같다. 대부분의 경우, 몸은 변하지 않는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도 팔다리, 손, 발, 얼굴은 어제와 똑같은 모습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스타일은 옷과 비슷해서, 순간의 필요에 따라 극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옷을 벗으면 똑같은 몸이지만, 사람은 상황에 따라서 옷을 바꾼다. (95쪽)

저자는 개인적인 스타일. 외향으로 드러나는 성격을 시시각각으로 갈아입을 수 있는 옷으로 비유를 한다. 그리고 그 옷에는 자발적 업무 중시형의 주도형, 자발적 관계 중시형의 사교형, 조직적 업무 중시형의 신중형, 조직적 관계 중시형의 안정형. 이렇게 크게 네 가지의 스타일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당신은 네 가지의 옷 중에 어떤 스타일을 즐겨 입는가? 이 물음에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편하게 길들여진 하나의 성격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는 사교형의 옷을 입고 있다가 점차적으로 중ㆍ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입었던 교복과 같이 조직을 중요시하는 안정형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자발적인 주도형과 사교형이 변화에 대처하기엔 좋은 성격임에는 틀림없지만 한 조직 내부에 그들과 같은 성격만 존재해서는 결코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조직에는 조직원들을 챙겨나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안정형의 성격을 가진 인재도 필요하고, 의견을 취합하였을 때 심사숙고하여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신중형의 성격의 인재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저자는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좀 더 개방적인 성향을 가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중요한 것은 카멜레온과 같이 주도형, 사교형, 안정형, 신중형의 성격을 상황에 맞게 발휘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이포퍼머의 지혜로운 선택

네 가지의 성향을 적절하게 풍겨낼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 놓여있더라도 우리들은 선택하고, 믿고, 행동하는 힘을 통해서 전진해 나갈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변화의 하이퍼포머가 되려면 의도와 목적, 기술을 가지고 변화에 대한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 하이퍼포머는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전략적으로 믿으며, 생산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이 상호작용을 통해 선택한 표적을 향해 앞으로 회전해나갈 것이다. (117쪽)

그가 말하기를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성공과 만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전략적으로 믿는 것은 빛나는 가능성을 낙관하는 것이며, 생산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준비’, ‘구체화’, ‘검토’, ‘보강’ 이라는 전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된 하이퍼포머는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만한 강력한 롤모델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이퍼포머가 개인적인 성취 이상의 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변신의 천재 하이퍼포머. 현재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자신 있게 설명하는 그것을 바라보면서 어딘가 모르게 규격에 맞춰져 있는 비인간적인 한 모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인생을 계획하고 그 속의 하루를 빡빡하게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면 저자의 주장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으나, 그래도 조금은 동물로의 본능도 느껴보고 싶고, 부족한 존재로 남으면서 각자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었던 우리의 선조들의 인생이 그립기도 하다.

<월든>의 공간이 더욱 더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아파트와 자동차들의 행진. 그리고 그마저도 초월하려고 하는 이 시대의 문턱에서 우리와 나는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하이퍼포머의 메시지를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 보이는 저자의 마지막 메시지는 나의 가슴을 더욱 불타오르게 한다.

그래! 까짓것 해보는 거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그리고 자신의 삶과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라.”(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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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스쿠젠의 주식투자 레슨 - 월가를 움직이는 투자 고수
마크 스쿠젠 지음, 김기근 옮김 / 팩컴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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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주식투자 열풍이 일던 그 시절. 각종 범람하는 재테크 서적들에게는 불문율로 받아들여지던 하나의 공식이 있었다. 아마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음직한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20대나 30대는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안정자산을 구축하라.” 는 공식이다.

사실 나는 왜 젊을수록 고수익을 쫒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그들이 하는 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단지 젊으니까? 우리에겐 나중에 다시 올라갈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주식 값은 무조건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 손실이 조금 나도 그것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불어넣은 뒤 금융계에 근무하시는 많은 분들은 대학생, 사회초년생들을 투자라는 구덩이로 몰아넣었다.

그런데 그렇게 주식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던 사람들 중에서 수익을 냈다는 사람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 서로 반토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다시는 주식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생겨났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시기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그 반토막을 만회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는 악마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나려고 하고 있다.

움츠러 들었던 지난 금융위기 속에서 세계 각국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긴축 완화 정책을 통해서 금리 인하와 함께 시장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원화약세에 있었던 우리나라의 수출 시장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실적 하나만 믿고 다시금 주식시장에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과연 이러한 성과가 그대로 주식시장에 반영될까? 기업의 주식가격이 상승하는 만큼 투자자도 그와 동등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마크 스쿠젠의 주식투자 레슨>의 저자인 마크 스쿠젠은 단호하게 NO라고 대답한다.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은 기업과 주식은 결혼한 부부가 각방을 쓰는 것과 같이 둘 사이는 생각보다 매끄럽지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주식시장이 겉으로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나중에 봤을 때는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매 시간마다의 변동 폭과 하루하루의 변동 폭과 같은 단기적인 간격으로 봤을 때 계속적으로 이득을 가져가기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의 수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테크니컬 트레이더들이 호시탐탐 이득을 취할 기회를 노리고 주가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면서 시장을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성장의 덫에 따른 평균으로의 회귀현상이 일어나면서 실적이 양호한 기업의 주가가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기대치보다 낮은 성적을 거두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켜 단숨에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갑작스러운 정책 기조의 변화와 대외적인 전쟁, 지도자의 서거, 독재정치와 같은 정국의 불안요소와 더불어 전문가들의 예측성 발언 등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기업과 주식시장은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는 ‘미네르바’ 사건을 통해서 시장의 판세에 있어서 한 사람의 발언이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 세상 그 어떤 전문가가 정확하게 저점을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그가 발언한 주가 500설은 수많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그의 무모한 글 하나 하나가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급속도로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 심리 상태가 얼마나 우리 경제에 타격을 입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딴에는 해외투자자들의 손아귀에서 사람들을 구해내고 싶어서 그런 글을 썼는지는 몰라도 그가 일으킨 후폭풍은 거셌다.

그는 자신이 미국에서 은퇴한 경제전문가라는 신뢰감을 일으킬만한 거짓 지위를 가지고 직접적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의 글을 올렸다. 나는 분명하게 말한다. 지금의 정부를 옹호하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아고라에서 ‘미네르바’가 했던 그 경솔한 행위에 대해서는 결코 용서를 해줄 수가 없다.

어쨌든 이 책은 강세장이 반드시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어쩌면 역투자 방식이 더 나은 전략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투자 방식은 정보를 가장 빨리 받아들인 소수의 몇 명만이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이며 강세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주식시장은 투자자의 거래량이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망한 주식의 정보가 공개되고 그것에 자금이 몰리는 순간부터 많은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진다는 주장을 덧붙인다.

그렇다면 강세장을 공략해도 늦고, 약세장을 공략해도 늦는 일반인들은 어떻게 투자를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 저자는 높은 수익률을 쫒기보다는 그나마 안전한 배당주를 공략하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리고 기술주 IBM과 배당주 엑손의 수익률을 비교하면서 성장속도가 높은 IBM보다 성장세는 크지 않지만 주가의 변동 폭이 심하지 않고, 배당시즌에 상당한 배당금을 지급하는 엑손이 더욱 수익률이 높았다는 증거자료를 제시해주고 있었다.

거기에 조금 더 공격적인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몇 가지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나 같은 경우엔 보수적인 투자자 기준에 속하는 것 같아서 그것들을 눈여겨보진 않았지만 아마 투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에 따라 적절한 투자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이 책은 쉽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또 다른 투자 상품인 채권, 부동산등에 대해서도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채권은 주식보다는 수익률이 높진 않지만 국채를 보유하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안정된 수익을 보장하며, 부동산 같은 경우엔 신뢰성 높은 임차인과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괜찮은 투자방법이 될 것이라고 소개시켜 주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침체의 시기가 도래할 것 같으면 금을 매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일러주고 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조금씩 수익을 불려나가도 충분한데 꼭 나이대에 따라서 위험을 안으면서 까지 투자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주위의 설득에 무턱대고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입으면 누가 보상해준단 말인가?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워랜 버핏이라던지 이 책의 지은이와 같은 전문 투자자들도 꾸준하게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작성했지 어떤 도박성 상품에서 몇 백%의 수익을 거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주식시장은 패자들의 싸움이라는 것을……. 아무리 승승장구 하더라도 한순간에 주저 않아서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되는 전쟁터가 바로 주식시장이라는 전쟁터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그 전쟁터 속에 숨겨진 안전한 요새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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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힘들면 연락해
김수미 지음 / 샘터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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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들의 에세이를 보다보면 대부분의 유명인들은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고 그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일용엄니로 잘 알려진 배우 김수미의 인생도 순탄한 삶이 아니라 거칠고 투박하지 그지없었던 삶이라는 것을 그녀의 에세이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에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보면서 잠시 생각해보았다. 땅 부잣집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녀의 이야기. 언뜻 봤을 때, 부잣집 딸내미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가 이야기 하는 집안 환경이라든지, 책 속에서 드러나는 여러 사건들은 절대 우리가 상상하는 부잣집 딸내미가 아니었다는 점을 우리에게 일러준다. 

"수진이가 오줌 마렵다고 해서 우리 집 변소에 데려갔다. 변소는 큰 드럼통 위에 널빤지 두 개 올려놓은 것으로, 파리가 들끓었다. 수진이를 앉혀왔더니 부들부들 떨었다. 그렇게 극기 훈련을 시켜 놓고 앉아 있는데. 뜨악! 우리 아부지가 똥지게를 지고 다가오고 계신 것 아닌가." (33쪽)

이렇듯 그녀의 아버지는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 5남매를 키워내셨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막내딸이었던 저자를 가장 아꼈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의 아버지는 수미만큼은 서울에서 공부시켜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녀를 서울에 보내 공부시켰다고 한다. 그렇게 충분히 넉넉하지는 못한 살림을 딸자식 뒷바라지에 쏟아 부었던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그렇게 서울로 보내 공부시켜야 할 생각이 들 정도로 어린 시절 그녀는 똑 부러진 성격과 어디 가서 한 가닥할 '끼'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천성은 서울로 올라가서 적응이 힘들었을 때 그리고 더 나아가서 연기자 생활에 위기가 닥쳤을 때 그녀를 우뚝 세울 만큼 강력한 힘으로 발현되었다.

"내 스스로 촌년, 전라도 개똥새라고 인정하고 나니 별 것 아니었다. 오기와 배짱이 생겼다. 그 전에는 학교 가는 것이 소 도살장 가는 것처럼 겁나고 싫었지만, 아부지 전보를 받고 생각이 달라졌다." (58쪽)

"갓 데뷔해 혼나고 창피할 때도 언젠가 내 시대가 있을 거라는 믿음. 극중 이상한 내 모습에 굴하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열악한 환경과 위기에서 강했고, 오기가 있고 매사 긍정적이었다." (103쪽)

그녀의 연기자 생활의 최대의 위기 중의 하나였다던 '빙의' 사건은 책을 읽고 난 지금에서도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다. 정말 그녀의 시어머니가 이승을 떠나지 못한 채 그녀에게 들러붙었던 것일까? 묘심화라는 사람이 정말로 있는지 검색해보았더니 빙의에 관련한 저서까지 내신 분이었다. 아무튼 미스터리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그녀는 현재 어느 정도의 위기를 벗어나서 그녀의 생애 최대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인맥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힘든 일 있어가 삐걱거리거나 배고프면 사정없이 연락하라고 소리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힘들고 바쁘면 상상도 못할 일이 아니던가? 그녀는 이제 우리가 알 수 없는 그 어떤 것을 초월한 것이었다.

정혜선, 김혜자, 송대관, 조용필, 유인촌, 황신혜, 이용식, 심형래, 김원희, 유재석, 최양락, 신현준. 이 이름은 그녀가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동료 연예인들의 이름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들과의 인연을 감칠맛 나게 풀어낸다. 그들이 가진 장점과 함께…….

그중에서도 나는 열정적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두 팔 붙이고 나선 김혜자의 이야기, 유명해졌다고 거만해지지 않고 한결같이 자기 자신을 낮추는 유재석의 이야기, 그리고 진심을 담아 선배에게 깍듯한 예의를 차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신현준의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이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읽어본다면 성공한 사람은 저 혼자 잘나서는 절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그녀 주위의 사람들을 매개로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힌트를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그가 남긴 이야기에서 쇳대를 따고 그 내용물을 흡수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독자들 개개인의 몫으로 남기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녀의 인맥들에게 밥 한 끼를 대접하기 위해서 즉, 소원해진 관계나 친해지고 싶은 이들에게 사정없이 연락하라는 내용의 글들을 통해 저자의 의도가 너무 빤하게 드러나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마 독자들이 인맥을 자랑하는 글을 보고 무슨 생각을 품든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독자인 우리들에게 미안했는지 마지막에 그녀가 60년 인생살이에서 체득한 성공의 비법들을 풀어놓는다. 그녀는 인생의 절반을 사람들과 부대끼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았고 꾸준히 탐구하여 우리들에게 보여준 인간학 박사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녀가 이야기하는 '비법이 도대체 뭘까?' 라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성공의 화두는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시간, 예의, 사람인 것 같았다. 그녀는 항상 오 분 전까지 약속장소에 도착했고, 한번 했던 약속은 목에 칼이 와도 지켜냈다고 했다. 폭설이 쏟아지는 겨울의 아침에도, 비행기가 끊길 위기에 있는 그 상황에서도 그녀는 상대와의 약속을 지켜냈고 기어코 약속장소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별로 내세울 것도 없었던 그녀를 성공으로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배우든 사업가든 무슨 일을 하건 간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시간 약속이 항상 '오 분 전'이다. 그 분야에서 별 볼일 없는 사람이 꼭 늦는다. 그야말로 성격이다. 타고나지야 않았겠지만 한두 번 해본 것이 고약한 습성으로 굳어진 것이리라." (237쪽)

그리고 그녀는 인간이라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고로 남을 험담하기 좋아하는 사람치고 성공한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험담한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자신에게 그 험담과 더불어 더 커다란 비극이 다가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그리고 누군가 험담을 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을 말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그녀는 조금 유명해졌다고 우쭐대는 것을 경계한다. 사람은 항상 한결같아야 하며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돈에 관련하여 접근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었다. 그녀는 오랜 시간 왕래하다가 사기행각을 벌였던 K씨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우리들에게도 그러한 사람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을 눈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그녀의 성공법칙은 몇 가지 더 있다. 그러나 그 내용들이 여느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생략한다. 그녀가 마지막 저서를 위해 꽁꽁 그 비법을 숨겨둔 것인지, 아니면 인생에 있어서 비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지 확실히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이 책을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책'이라고 평하고 싶다. 극 초반에는 어린 시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부모님의 그리움을 고이 간직한 한 소녀의 이야기가 그려진 성장 소설이 담겨있었으며, 극 중반에 가서는 훈훈한 사람들과의 사건들을 하나씩 써내면서 우리들에게 그 답을 찾게 하는 사기열전에 비유할 만한 '수미열전'이 담겨있었고, 극 종반은 아예 대놓고 우리들에게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큰 인생 선배의 자기계발서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그러고 보니 이 외수님은 이 책 더러 '영혼의 십전대보탕' 이라 했다. 나는 왜 십전대보탕이라는 단어를 썼는지 궁금했지만 책을 놓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아! 과연 그렇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십전대보탕'에는 '수미열전'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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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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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 하나씩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현재의 나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어쩌면 미래에까지 영향이 미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완벽한 인간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화려하게 잘 차려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아마도 화려하게 차려입지 못하면 밖으로 나서길 꺼려할 것이며, 몸매를 멋지게 가꾸는 사람들은 그 몸매가 흐물흐물 해지면 자신감을 잃을 것이다. 이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가장 뛰어난 것들이 사라진다면 아마도 그들은 보통사람들 보다 훨씬 더 움츠러들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드러내 보이는 강점은 그것이 그 사람의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그래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를 항상 가슴에 숨고 화장으로 감추며 그렇게 멀찍이 떨어져서 ‘나는 아닐 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우리는 이 사회를 하루하루 견뎌나가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는 이 세상 또한 우리의 마음의 문을 닫고 갑옷을 입고 생활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성장의 늪에서 좀 더 빠르고 많은 양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을 ‘적자생존’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라며 존경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던 황상이 그의 스승에게 하는 말을 들어보자.

"선생님! 제가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꽉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한 것입니다."

만약 자기 앞에서 어떤 사람이 대뜸 위와 같은 말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 사회에서 위와 같이 자신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람이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만약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하찮게 여기고 바보라고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 비웃음을 마주하기 싫어서 몰라도 아는 척, 없어도 있는 척 하는데 너무 익숙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는 데는 이런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말이 우리의 가면을 벗기기 어렵게 만들어주는 동인이 되어준다.

“가만히 있으면 이등이라도 하지…….쯧쯧쯧”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이 말을 믿고 있는 사람은 이등이라도 하기 위해 그 순간의 부끄러움을 모면하기 위해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이 사람은 가만히 있으면서 어느 사회에서나 이 인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이등이 되었다고 치자.

이렇게 이등이 된 사람은 일등은 다른 곳으로 떠나버린 그 상황에서 또 다시 이 인자가 되고 자기보다 아래에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자신을 치고 올라와도 그는 이인자에 만족할 것이며 이와 같은 과정은 그의 밑에 아무도 없게 될 때 까지 지속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가만히 있으면 이등을 하는 사람보다는 이의를 제기하고 모르는 것은 끝까지 질문하고 설사 그것이 틀리더라도 엉뚱한 대답을 하면서 꼴찌가 되고 싶다. 그래서 밑바닥부터 하나하나 알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끝내는 일등이 못되더라도 이 사람은 결코 꼴찌는 되지 않을 것이 아닌가?

인생을 많이 살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 나는 항상 내가 가진 그 하찮은 지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남들에게 바보인 척 할 수 없었다. 아주 뛰어난 엘리트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학교 시절에는 반에서 항상 5등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고, 시에서는 알아준다는 비평준화 고교를 3년 동안 다니면서 나는 조금씩 이인자의 인생을 살아갔다.

모르는 것이 있어도 그것이 부끄러워서 질문을 하기가 두려웠고, 창피했다. 그리고 이러한 습관은 대학에 가서도 지속되었다. 남들보다 실력은 안 되면서 남들에게 약한척하기 싫어 일부러 말끔하게 입고 돌아다니고, 몰라도 아는 척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냈던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내가 가지고 있던 근원적인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끄집어내기 위해 수도 없이 나를 고통스럽게 했다. 그리고 그것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내기 위해서 영화라는 시각적인 도구를 사용했다. 책속에 등장하는 영화들 중 내가 보았던 영화들을 타깃으로 삼아 기억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스크린 속에서 고통스러워했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저자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너도 영화 속 주인공들과 다를 바 없어 너도 분명히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어”.“포레스트 검프의 포레스트처럼 너도 바보야”.“그래도 걱정하지마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받아들여. 치료는 그것에서부터 시작이야!” 라는 말을 귀에 다가 속삭였다. 그래서 나는 결국 저자의 끊임없는 공격 속에서 한 가지의 트라우마를 토해내고야 말았다.

새벽에 이 책을 읽으면서 어두컴컴한 조용한 방에서 하나씩 내가 잊고 있던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들을 끄집어 낼 때마다 답답해지고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지금 현재의 부족한 내 모습에서 더 이상 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내가 먼저 바닥까지 떨어지자는 심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고야 말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는 오히려 무덤덤하다. 왜냐하면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이 사실 그대로의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은 무의식적으로 행해왔던 것들을 제대로 고쳐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정약용 선생님이 제자 황상이 했던 물음에 대한 답을 들어보니 오히려 내가 바보였던 것이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에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기쁜 생각이 들었다.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 있다.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는 외우는 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한 것이 문제다. 둘째, 글 짓은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 게 병통이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대저 둔한데도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진단다. 답답한데도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하게 된다. 천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뚫은 것은 어찌하나?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여러분! 저는 모르는 것이 남들보다 열배 아닌 백배 많은 그저 이름 없는 백치입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선조들의 말씀을 가슴에 품으면서 부지런히 하나하나 알아나가고야 말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다짐한다. 그리고 조금씩 내가 가진 부정적인 감정들을 제거하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이 이 책에 의존하고 싶다. 하나가 해결되었다 싶으면 또 다른 트라우마를 찾아서 이 책을 여행할 것이다. 처음에는 “뭐 이리 같은 말만 반복해놨어?”라고 투덜거렸지만 오히려 반복적으로 깨달음을 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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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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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 제도라는 말을 혹시 들어보았는가? 들어본 사람들 대부분은 그것이 인도에 자리하고 있는 신분제도의 이름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그것이 힌두교의 교리에 따른 것으로서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의 4단계의 계급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어릴 적에 학교에서 카스트 제도를 배우면서 이 네 가지의 계급과 피라미드 모양의 그래프만이 내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신이 버린 사람들>이라는 책에서는 또 다른 계급을 나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 계급의 이름은 달리트. 우리말로 그들은 불가촉천민의 계층으로서 카스트의 4가지 계층에 속하지도 않는 '아웃카스트'의 최하층민이었다.이들이 인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인구의 16퍼센트, 즉. 인도인 여섯 사람 중 한 명꼴로 존재하고 있었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 이들은 힌두교의 속박에 갇혀서 최악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최악의 삶이란 이러했다.

전통적으로 마하르 집단이 마을에서 수행하는 의무는 '비천한 마을 하인'의 잡무였다. 마하르는 '마을의 야경꾼이자 보초이며 대소사의 살아있는 알림판'이었다. 마을의 언쟁을 중재하고 마을을 지키면서 부고를 알리고 다른 사람에 서신을 전달하며 화장에 필요한 장작을 나르고 마을의 담장을 손보는 일이 그들의 일이었다. 또한 지주들을 마을회관으로 불러서 지세를 걷고, 나라의 재물을 운반하는 사람들을 호위하며, 마을의 길을 쓸고, 관리들의 심부름을 하고, 도둑을 쫓고 가축의 시체를 마을 밖으로 치우는 것도 마하르의 의무였다. (17쪽)

이렇게 달리트들은 마을의 잡일들을 해야 할 의무가 있었으며, 그것에 대한 보상을 상층 카스트들에게 구걸하면서 얻어내었다. 하지만 상층 카스트들은 다음과 같은 말과 함께 그들에게 음식을 제공해주었다.

"이 음식을 가져가면서 우리 집 불행도 다 가져가라. 자, 가져가라……. 버리는 것보다야 네 뱃속에 넣는 데 낫겠지. 우리 집 우환도 가져간다면……." (46쪽)

<신도 버린 사람들>의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 역시 최하층민의 달리트 계층에 속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인도의 신분제도가 무너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인도의 살아있는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으며, 외국 언론들은 그를 인도중앙은행 총재, 재무장관, 나아가서는 인도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통령 감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인도에서 힌두교가 뿌리내린 영겁의 역사 속에서 최하층민의 의무만을 부여받았던 달리트 계층의 나렌드라 자다브. 대체 그가 어떻게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한사람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일까? 인도의 계급사회에는 도대체 무슨 변화의 바람이 불었던 것일까? 

이 책은 달리트였던 인간이 어떻게 어느 누구 부러워하지 않을 만큼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비밀을 여과 없이 우리들에게 공개하고 있었다. 그 비밀 속에는 수많은 달리트 계층들의 투쟁의 기록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 달리트의 투쟁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간디와 비견될만한 인도의 영웅. 암베드카르(바바사헤브)를 구심점으로 한 달리트 해방 운동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물결 한 가운데에 그의 부모들도 참여하고 있었다.

"당신네 종교가 우리의 종교라고 말한다면, 우리의 권리가 당신들의 권리와 동등해야 한다. 그런데 실정이 그러한가? 그렇지 않다면 무슨 근거로 우리가 힌두교의 울타리 안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인가?" (56쪽)

저자의 아버지 다무와 어머니 소누. 둘은 힌두교의 신을  함께 섬기는데 한쪽은 지배계층으로 윤택한 삶을 누리고, 다른 한쪽에는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 그것을 뉘우치기 위해 고난의 삶을 따라가야 하고 특히, 그들이 사용하면 더럽다고 여겨 출입을 금지시키는 차별행위를 철폐하고자 민중을 이끌었던 암베드카르의 사상에 고무되어 시시각각으로 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때로는 투쟁의 일원 중 한명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다무는 암베드카르의 가르침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던 사람들 중 한사람이었다. 그리고 가르침의 결과는 그를 짐승 취급하는 마을에서 떠나 스스로의 능력으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뭄바이로 이동하게 한다. 그가 기존의 체제에 반기를 들었을 때 그의 가족들과 친척들이 모두 그 마을에서 벌을 받아야 했지만,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더는 못 견디겠어. 소니. 참을 수가 없어. 우리는 자존심을 가져야 해. 존엄성을 지녀야 한다고. 어떻게 집집마다 다니며 구걸을 하냔 말이야. 발루타가 우리의 권리라고? 맙소사! 그들이 음식을 어떻게 던지는지 본 적 있어? 개처럼 살 권리 따위는 원치 않아. 나는 인간답게 살 권리를 원한다고." (48쪽)

그렇게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뭄바이로 가서 일자리를 찾았지만, 대공황이라는 전 세계적인 불황과 맞물려 하루하루를 힘겹게 생활하게 된다. 그는 겨우 일용직을 찾아서 근근이 연명했다. 어느 날은 몇 시간동안 기다려도 아무 일도 못하고 집에 돌아오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의 자존심을 포기하지 않았고, 몇 번의 오르막과 몇 번의 내리막을 함께하면서 긴 시간동안 암베드카르의 달리트 해방운동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암베드카르는 달리트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던 상층 카스트인에게 불교로 개종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낸다. 

달리트들은 마지막까지 힌두교 신자로서 떳떳하게 대접받고 싶었으나, 협상은 지지부진하게 이뤄졌고 그들은 종교 아래 인간이 놓여있는 구조를 인간아래 종교가 놓여있는 구조로 옮겨가려는 계획을 실행했다. 그들은 자존심과 인권을 회복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게 이 책에는 기존 체제에 맞서 싸웠던 수많은 달리트들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 덕분에 신분철폐의 법령이 통과했고 나렌드라 자다브와 같은 최하층 사람들도 예전과는 다른 스스로의 노력여하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자다브는 어린 시절 그들의 부모님의 경험담을 토대로 이 책을 펴냈다고 말하고 있었다. 우리가 어떻게 너를 학교 보내고 먹여 살리는지 알아달라고 했을지 모를 부모의 경험담을 그는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었고, 혼자 간직하기에 너무나 아까웠는지 이 사실을 전 세계인들에게 고백하고 있었다. 

한평생 인권을 외치고 "교육하고, 단합하고, 궐기하라!"는 구호를 생활로 옮겨 나갔던 아버지 다무는 분명 이 책이 세상에 나와서 전 세계인들에게 읽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땅속에서도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지르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제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우리들에게 보냈다. 그의 아버지가 살았던 1900년대 전체에 비하여 그들의 처우는 나아지긴 했어도 아직까지 뿌리 깊게 자리한 신분구조의 골은 깊이 패여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이들이 그를 "달리트 학자"라고 부르는 것에서 단편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암베드카르의 가르침과 그의 부모님의 소망을 받들어 계속적으로 인권운동에 앞장 설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가 그가 내딛는 일보일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껏 인도에는 간디라는 사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 다른 두 명의 인물을 알게 되었다. 한명은 암베드카르이며, 또 한명은 바로 이 책의 저자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이들의 저서를 구해 읽으면서 우리 사회와의 연관성과 해결책을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계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진정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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