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운하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난이도 : ★

1. 답정너 :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답정너 스타일의 로맨스 소설이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19세기 유럽. 살롱문화가 귀족 사회에 유행했던 것처럼 휴전 이후 대한민국 상류사회​에서 탄생(자본주의 체제의 시작. 불완전한 후불제 민주주의 제도. 그 체제의 단점이 고스란히 부각)​한 댄디즘(세련된 복장과 몸가짐으로 일반인에 대한 정신적 우월을 은연중에 과시하는 태​도)소설이자 신데렐라 스토리의 소설이다.

그러나 인물은 댄디즘을 추구하진 않는다. 댄디즘 사회에서 인간이 지닌 순수한 사랑을 선택하는 아름다운 소설이지만. 그 과정에서 설득력은 다소 떨어졌다.   

2. 신데렐라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놀림을 받았더래요. 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강은경도 어머님을 잃고, 계모의 눈치밥을 먹다가 -어머니의 고향 동생이자 현 국회의원의 아내이자. 자식을 낳지 못하고, 첩에게 남편을 빼앗긴 불운한 여인- 허찬희의 도움으로 상경을 결심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3. 중요한 것

어떻게 소설이 시작하는가. 전개되는가. 마무리 되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선한 인간이라는 가치에 자연스럽게 예속된 경제 권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요즘 한국 막장 드라마의 특징. 

상류사회를 그려낸 드라마들을 보면 재벌과 정치 권력이 하나의 축으로 등장하고, 특유의 아름다움과 남들과는 다른 매력으로 뭇 사내들을 설레게 하는 신데렐라 스타일의 여자 주인공은 멋지고 잘 생기고 직업 좋고, 자상한 남자와 부와 행복을 모두 거머쥠으로써 권선징악이라는 극이 마무리된다. 선이 위너가 되고 위너가 모든 부유함을 가지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2010년의 재벌 주인공이 자신의 재력을 딱히 과시하지는 않지만(PPL이라는 고약한 장치 덕분에 그런 의도조차 흐릿해지는 분위기임에도.) 인간 성품의 훌륭함과 부유함이 저절로 '='의 등식으로 성립되고. 그것이 착하다는 기준으로서 선택의 항목이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듯 하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박경리 누님의 소설 <푸른 운하>와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박경리 누님의 <푸른 운하>는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가치 속에 재벌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 인간의 분위기와 인상과 성격이 경제적 배경을 초월하는 점이 인상 깊다. 이것이 운명적인 답정너 방식이라 설득력이 떨어지고 그 점에서 한계가 느껴지긴 하지만 말이다.)  

이것이 박경리 로맨스와 2010년의 로맨스의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 다른 것은 대부분 유사하다. 

4. 이상적인 여성상

이 생각은 박경리 누님의 소설을 여러권 읽은 덕분에 떠올릴 수 있었다. 박경리 누님의 소설은 여성이 중심에 위치한다. 여성을 중심으로 삼각관계가 형성되는데. 기존에 읽었던 작품에서는 한국적인 유교적 가부장제를 ​자신의 힘으로 개척하고 극복하는 여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초월적인 인간과 자유로운 영혼'. 이것이 신여성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소설 <푸른 운하>의 은경은 초월이긴 초월인데 극복이라는 인상보다는 넓음(즉, 사랑과 포용)이라는 기준에서 초월을 다루고 있었다. 제목 <푸른 운하>에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 그 남자의 모든 부분을 품어 안을 수 있다는 모성적인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마치 보살을 보는 것 같은 은경의 모습은 기존 여성상의 변질된 모습이라는 상징으로써 대비의 방식으로 책에서 그려진다. 자신의 행복과 자유를 지나치게 추구하여 남편과 자식을 버리는 경란이라는 여성은 당당함이 있지만, 초월적 인간과 자유로운 영혼이 시대의 권력 의지에 조응하여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잘 보여주었고, 그녀를 통해서 이상적인 여성상의 변증법적 파괴를 보여준다. 그것은 경란과 은경을 동시에 관계하는 남성 이치윤에 의해서 성립된다. 

5. 순애보인 듯 순애보 아닌 순애보 같은 은경   

은경의 확실한 의사표현은 박지태의 자격지심을 증폭시키고, 은경의 확고한 이상형 앞에서는 선한 재벌은 그냥 사랑하는 치윤 씨의 친구이자 직장상사이자 착한 사장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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