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이란 무엇인가 - 종이책에서 전자책까지
캘빈 스미스 지음, 이재석 옮김, 한기호 감수 / 안그라픽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난이도 : 


1. 이 책은 출판을 산업으로 보는 책이다. 출판은 산업인 것은 당연하고, 출판은 엄연히 출판 산업이라는 업종으로 분류되지만, 출판에 산업이라는 단어를 넣으니 신성한 무언가가 더럽혀지는 기분이 든다. 책 읽는 사람 대부분이 책을 신성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혹자는 직접 돈을 주고 사서 읽는 책이 진짜라고 생각한다. 공짜로 읽는 책은 출판 산업이라는 목적에 충실하므로 돈을 주고 읽어야 빚진 게 없다는 논리고, 그래야 책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객관성이 보장된다는 이야기다. 약간 삼천포로 이야기가 빠지는데. 그에 대한 내 입장은 간단하다. 나는 돈을 주고 보는 책이건, 그렇지 않은 책이건 같은 기준에서 똑같이 읽고 쓰려고 노력한다. 근데, 돈을 주고 보는 책은 이렇게 긴 이야기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서평단으로 활동하면서 읽는 책이 나를 더 공부시킨다. 이런 공부가 남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일 아니겠는가?

 

2. 보통 사람들은 막연하게 좋은 원고가 좋은 책이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나 역시 그랬다. 낭중지추라고, 좋은 책은 언젠가 빛을 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하지만. 전 세계 출판사가 펴내는 책에는 자신들의 책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책이라는 자부심이 깃들어 있다. 그 자부심은 모든 프로야구팀이 4강에 진입하겠다는 포부와 같다. 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 4강에 들어가는 팀은 4팀밖에 없다. 그리고 우승은 단 한 팀이다. 이처럼 모든 책이 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훌륭한 책. 솔직하게 까놓고 말하자면 자신이 공들여 다듬은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해 출판인들은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출판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좋은 원고는 필수 조건이고, 그 이외에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3. <출판이란 무엇인가>에서 소개하는 출판인들의 임무는 제각각 다르다. 

 

편집자의 역할 (출판 기획, 저자 발굴, 원고 의뢰, 끊임없는 피드백, 편집) 

에이전시의 역할 [출판 계약 협상, 외서 출판권 계약. 소속 작가와의 긴밀한 피드백(편집자 대행)] 

저자의 역할 (창작, 집필, 작가와 작품에 대한 브랜딩 작업, 홍보와 프로모션 활동 참여, 대외칼럼) 

출판사의 역할(출판 계약, 인쇄, 유통 협의, 판매 부수 결정, 홍보 프로모션에 필요한 비용 투입, 저작물의 권리 독점과 보호)

디자이너의 역할 (다양한 버전의 저작물에 대한 표지디자인 제작, 홍보용 디자인 제작) 

마케터의 역할 [독자의 시선에 노출되기 위한 홍보 (유명인사나 블로거의 서평이나 평론) 와 프로모션 (공간 광고, 포스터, 카탈로그, 웹사이트, 배너, 미디어 광고)의 모든 과정 총괄. 판촉 (할인행사) 활동]

 

그들이 만든 책을 많은 독자에게 전하기 위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목적을 위하여 출판사와 저자. 그리고 서점이라는 다른 직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한 권의 책을 세상과 독자들 앞에 내놓는다.   

 

지금 내가 숨 쉬는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는 책.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는 이 책 역시. 출판인들이 독자의 관심이라는 아주 협소한 영역을 비집고 들어와 안착시킨 큰 정성의 결과로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4. <출판이란 무엇인가>는 책이 만들어지는 복잡한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21세기 출판의 다음 변화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아주 커다란 변수다. 익히 알다시피 디지털 환경으로 발전하는 산업 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출판이란 무엇인가>는 디지털 사회의 진입에 따른 전자책의 성장세에 직면하여 기존의 출판 체제에서 어떤 변화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이 부분은 저작권과 출판 계약의 변경. 그리고 종이책과 전자책의 출간 후. 수익률 배분에 관한 이야기. 데이터 수집. 메타데이터를 통한 도서 노출 같은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인터넷 세상에 직면하여 원고의 길이가 짧아지고, 시각적인 자료와 빠른 접근성에 대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5. 아쉬운 점은 책의 가격이다. 27,000원. 원서의 가격은 이 두 배에 달하므로 그것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인 것도 같지만, 출판 개론서라는 점에 비해서 가격이 좀 비싸다고 느껴지는 것은 솔직한 심정이다. 

 

책 내용에서도 마케팅의 요소는 4P (제품, 가격, 장소, 판촉) 라고 말하면서, 가격이 이렇게 비싸니…. 책을 홍보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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