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쇼크 - 위대한 석학 25인이 말하는 사회, 예술, 권력, 테크놀로지의 현재와 미래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2
존 브록만 엮음, 강주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1. <컬쳐쇼크>에서 소개한 생소한 단체. 엣지의 설명(엣지는 사람이다. 엣지는 주목할만한 대사건이다. 엣지는 대화다.)을 보면서 생각 이면에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유럽 사회를 좌지우지했었던 비밀집단 프리메이슨 말이다. 엣지는 그들만큼 깊은 지식과 통찰력을 소유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로 느껴졌다. 

 

프리메이슨과 엣지가 다른 점은 전자는 비밀집단이고 후자는 지식 웹이라는 접근이 용이한 장소를 인터넷 공간에 창조하여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에 대하여 활발히 토론하고, 그 성과까지도 대중에게 노출하는 집단이라는 점 정도랄까? 이처럼 사소하게 보이지만 상당히 큰 차이가 있는 엣지 회원들의 활동 결과를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컬쳐쇼크>다.  

 

총균쇠로 유명한 제러드 다이아몬드 외. 엣지에 속한 17명의 명사가 쓴 다양한 방향의 주장과 토론의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어떤 이야기를 시작하고 또 풀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졌다. 읽고 밑줄긋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좋았으나 막상 뭔가를 새로이 남기려면 막막한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2. 여러 가지로 떠오르는 내용과 정리되지 않는 상념들을 전부 걷어내고, 단순하게 생각해봤다. 

 

<컬쳐 쇼크>는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것들에 관하여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식 웹이라는 집약적인 공간이 인간의 학습향상에 크게 이바지를 할 것으로 예측했다. (15장. '아리스토텔레스'와 지식웹) 그리고 또한 위키피디아나 구글이 인류에게 남긴 성과에도 주목했다. 지나친 과학 만능주의를 외치는 스튜어트 브랜드의 목소리가 담긴 5장. (우리는 신으로 존재하므로 그 역할을 잘해야 한다.) 같은 다소 아쉬운 주장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했다. 

 

12장. (디지털 마오이즘: 새로운 온라인 집단주의의 위험성)도 조금 아쉽긴 했다. (13장에서 아주 격렬하게 논의하여 올바르게 방향을 잡아주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재런 래니어의 주장이 완전히 그릇되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재런 래니어의 주장인 집단(하이브 마인드)의 문제와 검색 포털의 지나친 메타화가 남기는 편향성과 검색어 권력이라는 문제. 그리고 인터넷 목소리가 실제 행동에 옮겨지지 않음을 비판하는 태도.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윤창중'이라는 검색어의 노출이 정치인들에게 도덕적인 측면에서 경각심을 일으켜 더 나은 사회가 조성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윤창중'이라는 뉴스가 지닌 힘이 '클라라'라는 검색어 혹은 '서태지'라는 검색어로 쉽게 가려질 수도 있는 것이 지금의 인터넷 환경의 문제라는 점. 

 

그리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들끓는 여론의 방향과 실제 투표로 나타나는 결과가 다를 수도 있다는 점. 그것을 만드는 것은 인터넷 공간의 자유로운 주장에서 오는 만족감과 그것이 실행을 방해한다는 주장에는 많은 부분 공감하는 편이다.  

 

3. 책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와 닿은 점은 엣지의 지식인은 다른 무엇보다도 문화적 요소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러한 원인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컬쳐쇼크>는 문화의 발전 혹은 현재의 문화적 상태를 진화라는 관점을 통하여 설명하고 있었다. 이 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인으로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가 언급한 적이 있었던 밈이라는 문화 유전자의 개념을 가져왔다. 

 

3장(문화의 진화)의 발언자 대니얼 데닛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의 존재는 유전자의 번식을 위한 필요뿐만 아니라, 문화를 전파시키기 위한 도구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의 요인들이 창조해 낸 테크놀로지를 분해하여 살펴보면 그 속에는 지난 세월 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아주 단순한 종류의 것들이 조합되어 발달해왔음 (9장. 테크놀로지는 진화하는가?)을 알 수 있었다. 

 

그러한 조합물들은 그들의 의도하여 만든대로 진화해왔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생각과는 달리 만들어진 돌연변이 같은 진화였을 수도 있다고 봤다. (16장. 팬케이크 인간 Vs. 괴델투구글 네트) 문화 유전자 밈이 문화의 긍정적인 측면과 더불어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옮기는 것처럼 말이다. 

 

4. 어쨌건 간에 이렇게 거대하고 복잡해진 문화의 진화물들을 지속적으로 통합하여 발전시켜 인류에게 닥친 여러 문제점들을 알아채고,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하는 데 사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앞으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이 바로 지식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며, 요즘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와도 아주 가까이 닿아있다. 

 

그 안에는 학문과 예술 뿐만 아니라, 과학과 기술이라는 테크놀로지도 포함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소모되는 것들이 아니라 경제학자들이 수확체증이라고 정의하는 것처럼 쓰면 쓸수록 더욱 발전하는 특성을 지닌 모든 것들이 바로 문화적 진화 그리고 컬쳐 쇼크로 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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