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팜팔론 - 동방의 성자들에 관한 전설
니콜라이 레스코프 지음, 이상훈 옮김, 비탈리 콘스탄티노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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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치 동화 같은 이야기다. 사람들의 의식을 계몽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이야기다. 어떻게 사는 것이 신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면서도 그러한 고민이 외려 신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삶을 밀어낼 수도 있음을 경고하기도 한다. 

 

2. 팜팔론이라는 인물은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조르바처럼 완전히 제 멋대로 사는 인생인 줄 알았는데, 사연을 들어보니 그게 또 그렇지가 않았다. 더러운 이들과 부대끼며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광대놀음을 청산하고 싶었던 팜팔론에게 우연히 광대로 돈을 벌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그는 돈이 없었을 때보다 훨씬 더 자유가 제한되는 느낌을 받는다.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시러 갈 수가 없었고, 배가 고파도 밥을 먹으러 갈 수가 없었다. 집 안에 모셔둔 돈 때문에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집 밖 사람들의 행동을 몰래 살피며 혹여나 누가 그를 해치고 돈을 훔쳐가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불안에 젖는 팜팔론의 신세가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팜팔론은 자신에게 돈이 생기면 남보다는 자신을 위해 살겠다. 자유를 찾아 살겠다는 신과의 약속을 저버린다. 본성이 그런 사람이었을까? 팜팔론은 자신의 삶보다는 자신이 좋아했던 타인의 삶이 계속 눈에 밟혔던 것이다. 

 

그는 과거에 그의 삶을 이해하지 못했던(높은 지위에서 안락한 생을 누리던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즉,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팜팔론의 광대놀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그나라는 여인을 구명하는 데 그의 돈을 사용하고, 그는 다시 원래의 생활. 그에게 부여된 광대의 삶을 묵묵히 살아간다. 그렇게 어제와 다르지 않은 삶을 연명한다.

 

한편, 30년간 홀로 고행을 한 끝에 신으로부터 팜팔론의 이야기를 들으라는 목소리를 듣고, 팜팔론이 살고 있는 도시를 방문한 예르미라는 현자에게 팜팔론은 자기 희생이라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60p. “무슨 소린가! 자네는 하느님도 두렵지 않단 말인가?” 
팜팔론은 어깨를 한 번 들썩이곤 대답했다. 
“맞아요, 나는 그분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난 그분을 사랑하지요.” 

 

3. <광대팜팔론>처럼 개인을 위한 삶보다는 타인의 어려움을 못 본척하지 말고 가진 것을 베푸는 삶을 살았던 어느 창녀의 삶. 하지만 현자의 눈에는 성자로 보였던 한 여인의 이야기가 있었다. <아름다운 아자> 

 

교주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일개 나무꾼의 기도를 통해 가능해지는 기적. 그 속에서 땀 흘려 일하는 것을 신성시여기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하느님의 마음에 든 나무꾼 이야기> 

 

아군이건 적이건 간에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고, 또한 자신의 죄를 뉘우치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도 있었다. <양심적인 다니엘에 관한 전설> 

 

이 세상의 여러 종교 가운데 특히, 유대교와 그리스도교를 믿는 각 신도들이 어떻게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배척해왔는지에 관한 어리석음을 담아낸 이야기도 실려 있었다. <그리스도인 표도르와 그의 친구 유대인 아브람에 관한 전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하여 니콜라이 레스코프는 "참다운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 대한 메시지를 우리들의 두 손에 무사히 전달해준다. 물론, 니체식으로 해석하면 나약해지는 지름길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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