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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 욕망을 거세한 조선을 비웃다
임용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퍼즐 놀이를 해보자. 퍼즐의 제목은 조선왕조 500 PIECE! 500개의 조각. 이 중에서 박제가의 조각을 찾아보자. <박제가>를 통해 유추한 결과로는 그는 조선왕조의 중심부가 아닌 끄트머리에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공간적인 제약 때문에 한쪽 단이 말끔하게 잘려있을 것이다. 박지원과 정약용이라는 크고 웅장한 조각과 함께 있을 것이다. 비슷한 크기의 이덕무의 조각도 보인다. 그래서 말끔한 쪽의 반대편은 매우 기괴한 모양새를 지녔을 것이다. 이덕무, 박지원, 정약용이 아닌 다른 조각은 맞지 않는 것처럼.
2. 퍼즐 놀이로 박제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 정도로 하고, 책 이야기로 넘어가보자.이 책은 서얼 출신으로 조선 후기의 부조리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은 책 <북학의>로 현재의 사람들에게 이름을 남긴 대학자 박제가의 삶과 철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박제가의 삶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평전 같은 편안함과 안정감이 있었고, 철학을 말하는 부분에는 날카로운 비평이 있어서 만족스럽게 읽었다.
유할 때는 유하고 강할 때는 강한 작가의 어조 덕분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한 해 동안 굳게 얼어있었던 단단한 무언가가 깨지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이것은 무조건 옳다고 여겼던 몇 가지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조금 말랑말랑해졌다고 해야 할까?그런 깨우침을 얻었다.
3. 깨우침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것이다. “이 세상을 미세하게 파고 들어가면 이 세상은 카오스 매트릭스의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조건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과 그에 따른 저항을 달리해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1700년대 후반의 조선은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해볼 때, 한쪽으로 매우 쏠려있는 국가체제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므로 극도의 자문화 중심주의(성리학 중심주의)에 빠져있던 조선이 나아가야 저항정신과 자문화 중심주의와 문화 사대주의가 희한하게 뒤엉켜있는 2013년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저항정신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 그렇지만 천재성을 띈 박제가의 사회 비판적인 시선은 우리가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36P. 인문학적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성적이 좋고, 고전과 경전을 달달 외우고 있어도,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판단한다면 천재가 될 수는 없다. 즉,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천재란 사물을 보고 사고하는 능력이 한 세대를 앞서 가는 사람을 말한다.
4. 이 능력을 제대로 가다듬지 않는다면 무조건 기술 중심 사회를 추구하자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대한민국 사회의 당면과제는 옛날의 조선처럼 가장 효율적이고, 기술집약적인 국가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정책의 중심이 국민의 삶의 행복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결부시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세상은 카오스이기 때문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