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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고아 ㅣ 아시아 문학선 4
우줘류 지음, 송승석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혹여나 아시아 문학선을 접하는 분이 계신다면 가장 먼저 <아시아의 고아>를 추천해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 이유는 읽어본 세 작품 중에서 우리 민족의 정서와 가장 유사해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아시아의 고아>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식민지의 아픔을 공유한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어로 쓰여진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 우줘류. 그리고 주인공 후타이밍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일본식의 교육과정을 배운 지식인이었지만 그 배움과 깨달음으로 써내려간 문장의 내용은 자못 의미심장했다.
어디서 본 기억에 따르면 이 시대의 일본 문학은 자전소설형식이 크게 유행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들이 그러했고,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그러했다. 그리고 우줘류의 <아시아의 고아>도 한 인간의 파란만장한 삶. 작가의 경험을 기록한 자전소설이었다. 단순한 자전소설을 뛰어넘어 삶의 중요한 갈림길의 순간적인 깊은 통찰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었다.
그에게 닥친 시련마다 그의 내면은 텍스트를 빌어 우리에게 솔직한 마음을 전달하는데, 부조리를 토로하기도 하고, 몽테뉴의 철학처럼 인간의 행복은 사랑을 하는 것이라고 애써 단순화시키기도 하며, 무화과와 개나리처럼 중용을 추구하며 적응해보려고도 한다. 이러한 순간과 그 고뇌들은 나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진나라의 시황제 때보다도 훨씬 더 고통스러운 탁류의 시대에 대처하는 타이완 사람들의 삶은 드라마 <각시탈>에서처럼 내선일체의 감언이설에 속아 분열되고, 황국신민을 자처하는 자들의 배신 때문에 중국인에게 차별과 버림받고,타이완인은 아무리 일본인인 척 노력해도 결코 일본인이 될 수 없기에 소설의 제목처럼 길을 잃어버린 고아가 되어버린다.
이 소설은 분명히 한 곳만을 향한 무조건적인 비판만을 가하진 않는다. 그의 내면에는 자국민에 대한 비난, 그리고 중국인에 대한 비난, 당연히 일제에 대한 비난이 혼재되어 있다. 그 이유는 학대하는 자들의 부조리는 처벌받지 않는 시대 상황 속에 극으로 치닫고 있었고, 학대받는 자들의 선동이 전부 비현실적인 이상만을 추구하는 공염불에 그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요. 내적이나 외적으로 꽉 막혀서 오갈데 없는 막막함만 전달하는데, 이러한 고통 속에서 그의 마지막 선택은 가슴이 시리도록 아프지만 피할 수 없는 결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