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9
앙드레 지드 지음, 오현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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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의 이름은 여러 군데의 책에서 조금씩 들어왔었는데, 이번에 읽고 있는 <김수영 전집>에서 모든 것을 글로 표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는 훌륭한 작가라고 하길래 그 궁금증 참을 수 없어서 결국 그의 대표작<좁은문>을 손에 들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서 프랑스 문학은 상당히 난해한 것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서 <팡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웬만하면 책을 다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내가 포기했던 몇 안 되는 책이 <팡세>였고, <좁은문>이라는 소설도 줄거리는 대충 이해할 수 있으나 뭔가 많이 숨겨져 있는 듯한 문장에 직면하여 '내가 정확히 보고 있는 것인가?' 자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 


외사촌 간의 사랑이야기가 등장하길래 처음에는 사실 근친혼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들어있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론만이야기 하자면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은 근친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다. 혹시 모르겠다. 제롬과 알리사가 근친관계라서 이런 비극을 초래하게 됐을지도.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라.” -23p-


왜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넓고 커다란 문이 보기에도 탁 트여서 들락날락하기 쉬운데, 굳이 몸에 바짝 끼여서 비좁은 그래서 고통스러운 좁은 문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매우 답답하다. 어쨌든 책의 제목이 좁은 문이니 분명 이 책은 좁은 문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담겨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좁은 문이 상징하는 것은 성스러운 하느님의 계시를 따르는 것이며, 청교도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깨끗한 영혼의 가장 모범적인 아들이 되는 것일테다. 그래서 제롬과 알리사는 - 특히 알리사가 더욱 - 한결같이 성서에서 요구하는 비좁은 통로를 뚫기 위해 나름의 방식대로 안간힘을 쓴다. 노력의 결과는 그들이 바라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제롬과 알리사의 관계는 이제껏 본 사랑이야기 중에서 가장 플라토닉스러웠다. 마치, 서로 얼굴을 모르는 남녀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대화를 하면서 사랑을 느끼는 것 마냥 그들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촌 간임에도 불구하고 만남을 자제한 채 편지만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에 만족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들이 이처럼 극도의 청교도적인 삶을 추구하며 좁은문을 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의 편지와 독백 그리고 알리사의 일기에 그 설명이 살짝 드러나 있는데, 제롬의 성장배경이 청교도적인 가정이라는 사실이 기본적인 이유라면, 알리사의 부분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주요한 장면들은 <좁은문>이 이야기하는 주요한 이유로 보인다.


알리사의 감정에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서와 비슷한 성질의 자기 실망이 드러난다. 자신은 아주 선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자기의 행복이나 이익에 관련된 중요한 순간에 발동하는 찰나의 이기심이 그녀를 더욱 좁은길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다.


그 발걸음은 동생 줄리에트 또한 제롬을 사랑한다고 말한 그 이후부터 시작되었고,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끼게 되면서 걸음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빠른 속도의 뜀박질은 알리사의 상태가 제롬이 바라는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자괴감이라는 숨 차오름을 만들어내고, 그 터질듯한 뜀박질을 견디지 못한 알리사는 나를 희생하면 제롬을 좁은문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중도 포기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그녀는 비극적 결말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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