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 클래식 투게더 Classic Together 9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미경 옮김 / 아름다운날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아버지를 여읜 후, 유언을 따라 쇼스 저택으로 향한 조카. 아무 것도 모르는 조카를 살해하려 하는 작은아버지. 상속권을 가지고 있는 조카가 눈엣 가시였던 작은아버지는 살해계획이 실패로 돌아가기가 무섭게 조카를 노예상인에게 넘겨버린다. 탐욕을 위한 비정함은 끈끈하면서도 뜨뜨므리한 혈육의 정을 깡그리 부셔버린다.

 

사랑했던 한 여인을 형에게 넘겨주는 대신 얻게 된 재산이었고, 그러한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무분별한 재산증식의 결과로 일어났음을 나중에 밝혀진 진실을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상실감의 무게를 견뎌낼 수 없었던 작은아버지는 재산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가 젊은 날 사랑했던 추억의 값어치가 커질 것이라는 비뚤어진 생각을 갖게 된다.

 

작은아버지의 슬픈 추억으로 인해 고아에서 노예가 될 위기에 처한 조카. 데이비드 벨포에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양자택일의 선택지를 내민다. 노예선에 남아 아메리카 대륙의 노예로 삶을 마감할 것인가? 아니면 우연히 노예선 커버넌트호에 들어온 앨런 브렉과 함께 권리를 되찾을 것인가? 데이비드는 싸우기로 결심한다. 이때 공개되는 두 사람의 정치적인 성향차이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코틀랜드의 북쪽과 남쪽. 그들을 대변하는 하일랜드인 앨런 브렉과 로랜드인 데이비드 벨포. 남과 북으로 나뉜 우리나라처럼 이 소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대의 스코틀랜드 지방 사람들도 두 편으로 나뉘어있었다. 자코바이트와 휘그.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찰스 에드워드 왕자와 조지왕.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선과 악처럼, 이 작가는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나 사건들을 이분화 시켜서 이야기하는데 능숙한 작가라는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앨런 브렉과 데이비드 벨포는 노예선의 두 명 대 대수의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에서 승리하지만, 그들을 무사히 인도해줄 배가 암초에 걸려 난파되는 바람에 그들의 고행은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진다. 무인도에 떨어져서 잠시 원시생활을 했던 데이비드가 그 섬이 무인도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건이 데이비드에게는 가장 행복한 고행이었다.

 

앨런과 다시 만나게 된 데이비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진짜 고행은 하일랜드의 지배자. 붉은 여우의 살인자로 몰리게 되면서부터 예사롭지 않게 흘러간다.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잠을 잘 수도, 걸음을 멈출 수도 없었다. 앞을 가로막는 큰 강을 건너야 했고, 햇볕에 뜨겁게 달궈진 돌에 숨어야했다. 두 사람이 극한의 자연환경과 싸워나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에게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다툼을 벌이는 위기상황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며 다툼을 이겨내면서 더욱 성장한다.

 

처절할 정도로 실감나게 그려지는 고행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앨런과 데이비드의 모험을 통해 우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이처럼 죽음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모험을 헤쳐나감으로서 외적·내적인 면을 성장시킬 수 있고, 스스로 누려야 할 권리를 얻어낼 수 있다.”가 아닐까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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