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진화한다 - 크로스미디어시대의 출판비즈니스
한기호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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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 책 안 읽는다고들 그럽니다. 대한민국 성인 평균 독서량이 1년 기준으로 11.9권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런 어른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처럼 책 소비문화의 심장박동수가 제로를 향해 치닫고 상황을 견디다 못한 출판사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예상쯤은 깊이 고민해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뇌리를 이리저리 맴돌면서 소리칩니다.

그런데“책을 읽지 않습니다.”라는 이 문장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책이 아닌 것을 읽습니다.”가 됩니다. 즉, 사람들이 읽는 행위를 중단했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책보다는 웹, 모바일, 영상, 애니메이션, 게임 등과 같이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것들이 책과 신문이 독점하고 있던 읽는 행위를 하나씩 대체해나가고 있습니다.

실용서적에서 얻을 수 있었던 정보를 정제되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웹상에서 얻을 수 있고, 문학작품은 영상으로 재해석되어 우리들에게 쉽게 전해지고, 만화책은 애니메이션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게임에까지 적용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문화의 바탕이 되었던 책의 힘이 미약해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진화한다>에서 저는 이들 미디어들이 책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말하길 여러 컨텐츠들이 상호 복합적으로 융합되고 있는 크로스미디어 시대에 있어서 책의 진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사항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들이 책보다 더 많은 장점을 가지긴 힘들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로 웹에서의 정보들이 과잉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포스트모던 사회로 진입하면서 모든 이들이 주체가 되고, 그들이 인터넷 바다에 쏟아낸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은 우리들을 혼란의 늪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책은 진화한다>의 생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깨작깨작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텍스트, 모바일 게임 속 캐릭터들의 조작. 그리고 가만히 눈만 뜨고 앉아 있으면 전부 이해시켜주는 영상매체는 빠른 정보를 제공해 주는 데는 상당히 유용한 물건들이지만 인간이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버린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수학의 정석에 있는 예제들을 혼자 풀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예제가 서술한 것을 연습장에 고스란히 옮겨 적은 다음 얼마 안가서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을 마냥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리 책을 대체할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현실은 책보다는 영상을 찾고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책은 어떻게 진화해나갈까요? <책은 진화한다>의 내용 중에서 기억나는 이야기를 몇 가지 살펴봅니다.

첫째, 편집을 넘어 초 편집으로

우리들이 책과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름 아닌 책의 겉입니다. 겉모습과 제목에 흥미가 생겨서 집어들었다면 우리는 책의 목차와 저자의 머리말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은 진화한다>에서 이야기하는 초편집이란 간단하게 말해서 책의 띠지, 머리말, 목차, 북디자인 등과 같은 외부적인 요소들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여러 책들의 사례들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사랑받기 위해서는 겉모습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나 온라인 서점에서 선택받는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런 겉모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둘째, 스토리텔링과 팩션

<책은 진화한다>는 지금까지의 베스트셀러들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분석의 결과, 스토리텔링 위주의 자기계발서나 팩션이 가미된 문학작품의 강세가 두드러졌음을 발견합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스토리텔링과 팩션의 유행의 원인을 가상세계의 재미와 놀이가 현실세계로 확대되었다는 해석에서 찾습니다.

쉽게 말해서 인터넷의 영상매체들은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기 시작하고, 그것에 둘러싸이게 된 인간들은 감성적이고 놀이적인 속성을 현실세계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 생각에는 읽었을 때 느껴지는 모호함보다는 읽으면서 머릿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지는 현상적인 쾌감을 더욱 만끽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책을 통해서 느꼈던 상상물과 재해석되어 발표되는 영화와 같은 영상물의 비교는 독자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장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셋째, 출판계 안팎에서 길 찾기

시간이 좀 지난 베스트셀러들은 스테디셀러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온라인 서점이나 인터넷 마켓에 무더기로 등장합니다. 손익분기점을 이미 달성했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못 올라오도록 뿌리는 것인지, 아니면 안 팔리는 책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내놓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처럼 과도한 출혈경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사가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는 유명한 외국 저자의 선인세 문제, 철저한 머니게임을 통한 물량공세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형 독서단체들의 왜곡된 추천도서 선정은 앞에서 이야기한 내용과 더불어 책의 다양성을 파괴시키고 팔리는 책만 계속 찍어내는 현상을 가속화시킨다고 경고합니다.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과도한 인세 경쟁에 대한 신문기사의 내용처럼 외서의 ‘선인세’ 문제처럼 과도한 경쟁이 일어나게 된다면 국내에 있는 작가들에게 투자되어야 할 돈이 외국작품에 흘러가게 되어 국내저자들의 활동 폭 자체가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 서적에 번역된 책들만 난무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감도 생깁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판계뿐 아니라 특히 독자들의 현명한 판단도 요구되는데요. 우리들이 일본문학에만 열광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면서 국내의 새로운 저자들에게 관심을 보여야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생각보다 현실의 심각함에 흘러나오는 탄식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책을 읽지 않는다고 걱정을 하면서도 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무분별하게 흘러들어오는 정보에 취하고, 누군가 요약해준 이야기들만 접한다면 저자의 말처럼 스스로 사유하는 활동의 힘은 점차 미약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런 상황이 100년 이상 지속된다면 도서관이 박물관이 되는 세상도 불가능한 현실이 아닐듯 싶습니다. 너무나 희귀해서 열람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상황. 앨범에 차곡차곡 수집하는 우표처럼, 읽는 것이 아니라 전자단말기에 하나씩 채워가는 소장품이 되어버릴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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