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역사 (양장) - 산업혁명에서 정보화사회까지
양정혜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광고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사회적ㆍ경제적 변화에 따라 광고의 메시지 형태나 내용이 일정한 패턴으로 생성되고, 성장하고, 소멸하는 양상을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명제는 광고의 세계에서도 불변의 진리인 셈이다. 광고의 역사가 보여주는 주기성과 순환성에 대한 이해는 향후 다가올 시대를 예측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머리말 중에서…….  

저자는 광고를 보면 시대상을 쉽게 읽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서 광고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주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런데 저자는 유럽도 있고 일본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미국의 광고 역사를 위주로 이 책을 구성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미국이 현재 전 세계의 자본주의를 이끌고 있는 공룡이기 때문일 것이고, 또한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에 주둔하여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끼친 국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광고의 탄생배경

광고의 탄생에서 산업혁명은 큰 기여를 한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운송수단의 발달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상품의 접근을 용이하게 만들었으며, 거대한 공장으로 인한 대량 생산된 소비재들은 소비자들의 손길을 갈구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품 홍보를 띈 내용을 담은 광고는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태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창기의 광고들은 지면상의 공간이 매우 제한되어 있었고, 흡사 우리가 보는 교차로와 비슷한 형식의 지면광고가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그래서 초기의 광고대행사의 역할은 ‘카피라이터’의 광고대행사의 성격이 아니라 광고가 할당된 신문지면을 구입하여 분양하는 부동산 중개인과 비슷한 역할만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설명된다.

미국 광고의 역사

그렇지만 엄청나게 생산되는 물량과 더불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많은 기업들의 물량과 경쟁 속에서 많은 기업들은 기업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제품과의 차별성을 설명해야함을 깨닫게 되었고, 점차적으로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기 위한 광고로 가닥을 잡으면서 광고의 비중을 늘리게 된다. 그리고 광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광고만을 담당하는 대행사가 들어서게 된다.

1910년, 1920년, 1930년, 1940년, 1950년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차례로 겪으면서, 미국의 광고들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데, 1차 대전과 2차 대전의 전쟁기에는 내셔널리즘을 표방하고 있는 광고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국민들에게 입대를 권유하는 형식의 광고와 더불어 기업의 기술력이 전쟁무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기업 인지도를 높이려는 광고가 유행했다.

대공황의 시기의 광고는 창의적인 광고의 형식과는 거리가 먼 제품의 기능을 중점적으로 설명하는 동시에 불황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사와의 비교 광고가 크게 유행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근본적인 욕구인 건강과 성에 호소하는 광고들이 주류를 이루게 됨을 발견할 수 있었다.  

1960년대의 광고는 지금껏 경직되어 있던 하드셀 위주로 제품의 특징의 설명에 급급한 광고의 성질에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저자는 ‘크리에이티브 혁명기’라고 지칭하고 있다. 오늘날의 광고를 보면 모 증권사의 ‘Creative With You' 라는 카피가 특히 유행하면서 창의력 있는 광고가 주목을 받고 있는 시기인데, 그런 광고의 태동이 바로 1960년대에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창의력을 추구하는 광고가 늘어난 이유로 전쟁과 공황을 거치면서 살아남게 된 기업들 간의 인수합병을 통해서 거대화된 기업들의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과점상태의 몇몇 기업들은 그들의 점유율과 브랜드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음을 직감했기 때문에 단순 제품광고보다는 기업이미지의 홍보에 열을 올렸다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광고들과 더불어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이 상당히 유행했던 시기로 평가된다.

1970년대의 미국 광고계는 오일쇼크로 인해서 다시금 불황이 찾아온다. 그리고 방만하게 운영되는 광고의 효율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광고조사라는 개념이 크게 주목을 받게 된다. 그리고 기업들은 이런 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불황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사용한다. 즉, 하드셀(제품의 특성을 주로 설명하는 광고)과 포지셔닝(제품에 대한 장점을 최초로 부각시키는 광고)그리고 비교 광고가 유행하게 된다. 이런 광고들은 2009년. 현재도 우리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고인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불황기를 증명하는 광고들.

왜 불황기가 찾아올 때마다 불황기를 규정짓는 광고들이 유행할까? 그것은 아마도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운신의 폭이 줄어들게 되어 점점 더 꼼꼼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일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의 광고들은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내렸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부여해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최근 가장 이에 부합하는 비교 광고는 ‘하이카 다이렉트’ 광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거울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보험회사가 어디인지 묻는 장면과 늘어서 있는 자동차들……. 그리고 “비교해봐”라는 메시지는 그들의 내세우는 보험 상품들이 가장 저렴하고 합리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하나의 비교 광고는 맥주광고 ‘MAX’가 아닐까 한다. 이 광고를 보면 맥스와 타사의 맥주의 색깔을 단순히 비교시켜 주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직접적으로 ‘MAX’의 제품이 우수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드셀을 강조한 광고로는 '소울' 자동차 광고일 것이다. 이 광고는 '소울'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 몇 가지를 주력해서 설명하고 있는 광고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광고는 단순하고 지겨울 수 있는 하드셀 광고의 특징을 희석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다른 버전으로 광고했다는 점은 단순한 하드셀을 벗어나서 한층 진화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리고 친숙한 도레미 멜로디의 마지막에 'Sing a SOUL'이라는 광고카피를 더해서 우리들에게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을 통해 제품 홍보 효과를 극대화 시켜준다.

그리고 포지셔닝의 광고로는 펩시의 제로 칼로리 ‘넥스’ 광고를 들 수 있겠다. 경쟁사인 코카콜라에도 저칼로리인 라이트 제품과 제로 칼로리 콜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펩시는 이민호씨를 영입해서 크게 성공했던 ‘꽃보다 남자’ 드라마의 구준표 이미지를 고스란히 전달해주는 “제로 칼로리 맞아?”라는 카피를 통해 여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마치 제로 칼로리 콜라를 새로 개발한것과 같은 효과와 제공해준다.

모든 제품이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또한 타사가 동시에 가지고 있는 장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들만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양 선점해서 떠들어대는 광고. 즉, 먼저 개발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가장 먼저 전달해야하는 것이 포지셔닝의 핵심이다.  

1980년대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요동을 치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던 시기였다. 그로 인해 지금껏 힘을 축적해 두었던 거대기업이 점차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게 되고, 세계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광고들이 유행한다.

또한 유명인들을 광고에 적극 투입시키는데, 이때 나이키가 마이클 조던을 모델로 한 제품들이 빅히트를 치게 되면서 스포츠스타나 할리우드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들이 유행하고, 신문, 라디오, TV 광고의 영역을 넘어서 기업들이 각종 사회적인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적 기업의 면모를 과시하고, 프로구단의 후원활동을 증가시키면서 더욱 파급력을 발전시킨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컴퓨터가 일상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기기의 사용을 두려워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 그리고 그런 두려움을 해학적인 요소로 완화시키는 광고들이 등장하는 동시에 지금껏 사용되었던 소재들을 재사용하면서 복고적인 분위기를 연출시킨 광고들도 속속 등장한다. 그리고 온라인 시장의 형성과 더불어 닷컴광고가 태동하기 시작하는 때가 바로 1990년대의 광고의 역사였다.

<광고의 역사>가 내게 준 것

광고의 역사라는 소재를 가지고 시간대별로 흘러가는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내 머리는 빠르게 회전했다. 나는 시대의 광고들을 읽으면서 지금의 광고들과 대입시켜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고 또한 앞으로 등장하게 될 광고를 통해서 시대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것 같다. 나같이 광고에 대해 백치인 사람들도 한눈에 광고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또한 이 책은 시대를 선도했던 많은 광고 기법들과 유명인들을 알려주었는데, 특히 나에게 있어서는 ‘크리에이티브 혁명기’의 대표적인 인물. 데이비드 오길비와 그의 저서를 알게 되면서 그를 탐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만들어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먼저, 책의 모든 광고의 역사가 미국 위주로 흘러가는 서술과정에서 빠져있는 우리의 광고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비록 자본주의가 정착하고 많은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100년 역사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 우리의 광고는 어떻게 흘러왔는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그리고 두 번째 아쉬운 것은 이 책이 2009년에 출간 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2000년에 들어와서 온라인에 범람하는 광고의 성질과 역사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다는 점이었다. IT산업의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그 IT분야가 이루어낸 새로운 광고영역을 빼놓고 책을 펴냈다니 “화룡점정이 안 되었다” 말은 바로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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