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언론인의 고백 - 위선과 경계 흐리기, 특종이 난무하는 시대에 저널리스트로 살아간다는 것
톰 플레이트 지음, 김혜영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톰 플레이드라는 저널리스트가 일했던 40여 년간의 경험을 오롯이 끓여낸 결정체라고 표현한다면 그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만족스러움을 내비칠까? <어느 언론인의 고백>이라는 책은 그것이 가진  제목처럼 우리가 잘 알지 못했고, 어쩌면 동경하고 있을지도 모를 저널리스트의 어두운 세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미디어법의 논란과 관련해서 나름대로의 논리를 찾으려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어나갔지만 아쉽게도 이 책의 핵심은 그것과는 약간 어긋나있음을 알게 되었다. 주 내용은 우리가 어떻게 ‘난쟁이를 넘길 수 있을까?’라고 할 수 있고, 그리고 부수적으로 ‘바람직한 기업은 어떤 기업인가?’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구성 방식은 1장을 제외하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은 저자의 직장생활의 이동경로와 거기에 따른 어떤 깨달음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모든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직장인들 또한 이 책에서 직장생활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언론매체를 근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상당히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난쟁이 넘기기’

저자는 가장 좋은 기사란 바로 ‘난쟁이 넘기기’라고 한다. 대체 난쟁이 넘기기란 무엇인가? 그것은 쉽게 말해서 일생일대의 아이디어를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 한 언론인이 살인사건을 취재했는데 그 범인이 난쟁이라는 재미있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부각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그 언론인은 신문의 7면에 걸쳐서 난쟁이의 실제 모습을 찍어낼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7면을 이어붙이면 실제 난쟁이의 모습을 나타나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아이디어였고, 아무도 생각해 낼 수 없는 그만의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언론인은 마지막까지 용기를 내지 못했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언론인은 마지막에 난쟁이를 넘기지 못했던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한다.  

사실 그 기사가 성공했을지 실패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가 번쩍하고 생각해냈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여러 사람들의 시선들이 두려워서 포기해버린다면 나중에 가서 두고두고 그것을 넘기지 못한 것을 후회 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일단 부딪혀보고 나서 후회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저널리스트가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즉, ‘난쟁이 넘기기’의 기회가 왔을 때 주저하지 말고 넘기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타임>지에 대한 폭로

그는 몇 차례의 이직사례를 우리에게 일러준다. 그는 여러 직장을 거치면서 근무했던 그의 경험을 토대로 어떤 직장이 일을 하기에 편했고, 어떤 직장이 불편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가 최고로 불편해했던 <타임>지에서의 불만사항은 <타임>쪽에서 듣게 되면 대노할 만한 것들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는 <타임>이라는 언론사가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느릿느릿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거대한 공룡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타임>이 그나마 체계를 잡을 수 있으려면 ‘역 피라미드의 관료주의’라는 기업조직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경직된 기업환경이 일으킨 부작용은 저자의 능률을 떨어뜨렸다고 고백한다.

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저자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기사를 최종 승인해야 할 편집장이라는 사람은 술독에 빠져서 지내고 있으며, 모든 직원들에 대해서 살인적인 근무시간을 강요하고 있었으며, 여성과 소수민족의 저널리스트들은 회의 상의 역할 분담에서 제외되어, 기사를 쓸 수도 없었던 직장 내의 공공연한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대해서 거침없이 폭로한다. 

이런 저자의 폭로를 들어보면 누구라도 <타임>이라는 거대언론사를 ‘썩어도 제대로 썩은 언론사’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런 폭로를 보면서 ‘이 사람 작정했구먼’ 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는 어쩌면 ‘난쟁이 넘기기’를 제대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쉬쉬 하던 문제를 밖으로 끄집어낸 것도 모자라 대놓고 비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판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목소리 없는 언론에 대한 비판

그는 언론사란 자고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사설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부서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뉴스부와는 다르게 의견을 피력할 줄 알아야 함을 강력히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목소리는 기업과 언론 간의 ‘돈의 논리’에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을 위하는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금이라도 많이 알고 있는 저널리스트는 시민사회에 제일 이익을 줄 수 있는 후보자를 지지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는 언론사들이 개인과 회사의 이익만을 쫒아 ‘언론인이 하지 말아야 할 10대 죄악’을 행하고 있으며, 이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언론계는 이미 썩었기 때문에 진짜로 잘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경우에만 들어가라고 한다. 그만큼 언론계는 예전보다 가치가 많이 하락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언론도 많은 통제 하에 움직이고 있음을 모든 사람들이 어렴풋이 알고 있는 바이다. 1970년과 80년대에는 ‘보도지침’ 명목 하에 똑같은 머리글을 딴 기사가 다른 세 가지의 신문에 버젓이 출간되었는데, 이를 보면 우리나라의 언론에 어떤 목소리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만 같다.

특히, 언론과 대기업과 정치인의 가계도가 인터넷상에 조금만 검색해보면 바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공개되어 있고, 그들 역시 그런 관계를 상당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지는 상당히 의문스럽다.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 임기 내내 그런 신문들과 싸웠고, 그들이 대통령에 흠집을 내기에 바빴던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 언론이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미디어 법’을 추진 중에 있다. 친 기업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족벌신문들이 왜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방송장악이 필수인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 언론인의 고백>이 내게 준 것

이 책은 거대 언론사가 가지고 있는 부패라는 것이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독자들에게 상당히 잘 알려주고 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저널리즘의 10대 죄악’을 본다면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저널리스트가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덕목들에 대해서 세심하게 일러준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좋은 기사에 대해서 잔뜩 이야기하면서 정작 자신이 쓴 그 좋은 기사라는 것이 이 책에 삽입되어 있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난쟁이 넘기기’와 같은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기사거리를 써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정작 그는 우리들에게 그가 썼던 기사들의 표본을 단 한 가지라도 제대로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약간은 아쉬운 점으로 생각된다. 

부록이라도 얼마나 좋은가? 그가 빌 클린턴과의 인터뷰를 했던 기사 전문. 혹은 총기소유의 반대 입장을 나타낸 기사 전문을 우리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면, 아마도 그의 책은 훨씬 더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그리고 또한 창의적인 저널리스트의 이야기보다 <어느 언론인의 고백>과 같이 현 언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많이 제공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는 책을 통해 폭로를 하고는 있지만, 그 대부분이 거의 개인적으로 경험한 직장 내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폭로가 대부분이었고, 좀 더 큰 틀에서 접근하는 것은 ‘10대 죄악’을 맺음말에 끼적이는 걸로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대 죄악’과 관련된 언론의 폐단을 잘 드러내는 책을 보려면 촘스키의 책을 봐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 언론사들의 이야기를 마치 내가 편집장이 된 것과도 같은 위치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큰 장점이었고, 내가 느낀 한계점을 채워줄 새로운 책을 찾아 나서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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