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진기행 ㅣ 김승옥 소설전집 1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평점 :
작가 김승옥에 대한 전설적인 극찬을 확인하고자 책을 펼쳤다.
자욱한 안개가 유일한 특산물인 무진(霧津).
나의 쓸쓸함과 부끄러움이 묻혀있어 머리 속 봉인해 놓았던
그 곳으로 부끄러움을 숨기고자 다시 돌아온다.
첫사랑 희를 떠나보내고 제약회사의 딸이자 이혼녀인 아내를 만난
나는 이 휴가만 마치고 돌아가면 제약회사의 전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무진에는
나를 흠모하고 동료교사 박인숙을 짝사랑하는 후배 박.
나에게 열등감을 느끼던 동창 조. 그는 세무서장이 되어있다.
그리고 박과 조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즐기고 있는 음악선생 박인숙이 있다.
음악선생 박인숙은 오페라 나비부인의 '어느 개인 날'을 잘 부르는 소프라노다.
박인숙은 그들 모두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유행가 '목포의 눈물'을 부른다.
후배 박은 그녀를 짝사랑하기에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속물이 되기는 싫기에 단지 그 자리를 피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박인숙과 나만 남게 되고,
그녀는 서울로 데려가 달라며 떼를 쓴다.
그녀와의 연정은 일주일로 기한으로 했지만,
갑작스런 전보에 하루만에 끝이 난다.
나는 또다시 부끄러움을 무진에 묻고,
내 모든 행동을 긍정하며,
무진을 떠난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 속에서 나는, 어디쯤에선가, 길가에 세워진 하얀 팻말을 보았다.
거기에는 선명한 검은 글씨로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Maria Callas
이별하던 그날에 사랑하는 그이는
네게 말했다오 오 나비여
그대가 기다리면 내 꼭 돌아오리라
어떤 개인날 바다 저편에
연기 품으며 흰 기선이 나타나면
늠름한 내 사랑 돌아오리라
하지만 마중은 안 나갈 테요
나 홀로 그님 오길 기다릴 테요
사랑은 이 언덕에서 맞을 테요
그대는 부르겠지 나비여
그러나 나는 대답 않고 숨겠어요
너무 기뻐서 죽을지도 모르니까요
내 사랑이여 내 님이여
그대는 반드시 돌아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