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M.T. 키케로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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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드라마의 다른 막들을 훌륭하게 구상했던 자연이 서투른 작가처럼 마지막 막을 소홀히 했으리라고는 믿기 어렵네."(5절)

아내와 이혼하고 딸까지 잃은 만년의 키케로(106~43, 63세)는 카이사르의 집권 후 공화국 회복에 대한 희망마저 버린다. 그의 곁에 남은 건 어릴 때부터의 친구인 앗티쿠스(110~32, 78세) 뿐이다. B.C.44년(당시 키케로 62세, 앗티쿠스 65세) 노인이 된 친구에게 노년의 즐거움을 알려주고자 책을 헌정한다.

원제는 '대 카토(Cato maior de senectute)'다. 키케로가 존경하는 대 카토(234~149, 85세)의 입을 빌어 논의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노년이 힘겹지 않냐는 소 스키피오(185~129, 56세)와 라일리우스의 질문에 카토는 노년을 불평하는 사람은 노년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추어야할 것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힘든 것이라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카토가 생각하기에 노년에 힘든 것처럼 보이는 것는 네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노년은 우리를 활동할 수 없게 만든다. 둘째, 노년은 우리의 몸을 허약하게 한다. 셋째, 노년은 우리에게서 거의 모든 쾌락을 앗아간다. 넷째, 노년은 죽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며 반박한다. 첫째, 노년에라도 육체적 활동은 둔화될 수 있지만 대신 정치활동과 정신활동은 물론 농사일을 할 수 있다. 둘째, 노년에 체력이 저하되기는 하지만 절도있는 생활로 늦출 수도 있고 정신활동으로 체력에서 잃은 것을 보상받을 수 있다. 셋째, 노년에 감각적 쾌락이 줄어드는 것은 고통이라기보다는 축복이다. 왜냐하면 감각적 쾌락에서 해방되어 절제있는 생활을 통해 좀 더 심오한 정신적 쾌락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우리는 노년 뿐만 아니라 언제나 죽음과 가까이 있다. 오히려 노년은 젊음이들이 부러워하는 장수를 이미 누렸기 때문에 그들보다 더 행복하다. 또한 영혼은 불멸하기 때문에 노년은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이기 때문에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연현상처럼 바람직한 것이다.

위 내용들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장수했던 철학자들과 위인들의 삶을 예로 들며 거침없이 전개된다. 대표적으로 소포클레스(496~406, 90세), 고르기아스(485~380, 105세), 소크라테스(469~399, 70세), 데모크리토스(460~357, 103세), 이소크라테스(436~338, 98세), 플라톤(427~347, 80세) 등은 지금 기준으로도 장수했고 그 때문에 유명해졌다고도 생각될 정도다.

키케로가 하고 싶은 말은 책 속에 숨겨져 있다. 키케로와 카토는 귀족계급 출신이 아니었지만 로마 최고의 웅변가라고 불릴 정도의 연설 실력을 바탕으로 원로원의 자리에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런 그가 카토를 대변인으로 내세운 것은 납득할만 하다. 작중 카토는 84세다.(32절 참조) 1년 후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을 쓴 1년 후인 B.C.43년, 키케로도 안토니우스의 부하들에 살해된 후 포룸 로마눔의 연단에 머리와 손이 효시된다. 이 책은 키케로의 유언장이자 예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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