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파네스 희극전집 2
아리스토파네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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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388년 공연된 작품으로 57세의 아리스토파네스가 연출했다. 현존하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크레뮐로스는 나쁜 사람만 부자가 되고 착한 사람은 가난하게 사는 현실을 개탄하며 하인 카리온과 함께 델포이 신전을 찾는다. 아폴론 신은 그에게 신전을 나가서 처음 만나는 사람을 후하게 대접하라고 한다. 처음에 만난 이는 허름한 차림의 장님이다. 카리온이 주인을 구박하는 가운데 크레뮐로스는 그의 정체를 묻는다. 그는 자신이 '부(富)의 신'이며, 제우스가 인간들을 미워해 자신을 장님으로 만들어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하지 못한 채 부자로 만들도록 했다는 것이다. 크레뮐로스는 그의 시력을 찾아주면 정직한 사람만이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아폴론의 아들이자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를 찾아가기로 한다.

무섭게 생긴 쪼그랑 할멈의 모습을 한 '가난의 신'이 그들의 앞을 막는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된다면 더이상 아무도 일하지 않아 세상이 지금보다 살기 힘들어질 것이라 경고한다. 하지만 크레뮐로스와 그의 친구 블렙시데모스를 설득하지 못한다. 그들은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에 도착하고 '부의 신'은 치료를 받는다. 아스클레피오스가 눈에 약물을 바르고 그의 딸들이 머리를 헝겊으로 감싼다. 큰 뱀 두마리가 나와 그의 눈을 핥자 '부의 신'은 눈을 뜬다.

다음날 아침, 크레뮐로스의 집은 전과는 다르게 삐까뻔쩍, 휘황찬란하다. 하룻밤 사이에 사악한 사람들은 가난뱅이가 되었지만, 정직한 사람들은 부자가 된 것이다. 그의 집에 연이어 방문자들이 찾아온다. 정직하게 살았지만 가난했던 이는 부자가 되어 '부의 신'에게 감사드리러 오고, 남을 팔아 살았던 밀고자는 가난뱅이가 되어 '부의 신'에게 따지러 온다. 그녀의 돈때문에 곁에 있었던 젊은 애인을 잃게 된 노파, 자신에게 아무도 제물을 바치지 않자 굶주리게 된 헤르메스, 마찬가지로 제우스 신전에 제물이 줄어들어 배가 고픈 제우스의 사제들도 찾아온다. 크레뮐로스는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아테나 여신의 보물 창고에 '부의 신'을 모시자고 제안하고, 방문객들이 행렬을 이뤄 뒤따른다.

이 작품은 미완성이다. 곳곳에 코로스의 대사가 빠져있고, 이치에 맞지않는 내용이 그대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파의 돈때문에 그녀를 속이고 곁에 있었던 젊은이는 부정직하기 때문에 부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사람들이 부자가 되자 제우스와 헤르메스 등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해볼만한 일이다. 정직한 사람들은 기존에 제사를 지냈지만 자신들 대신에 사악한 사람들만 부자가 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정직한 사람들은 부자가 되어 더이상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어졌고, 사악한 사람들은 제사를 지낼 돈이 없어졌다. 그래서 신들은 굶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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