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네이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베르길리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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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단테의 '신곡'을 읽기 위해서 읽었다.

단테는 '신곡'에서
베르길리우스를 단테의 지옥, 연옥 여행의 안내자로 등장시킨다.
(천국 여행의 안내자는 그의 연인이었던 베아트리체다.)

단테는 그의 시작(詩作)에 대한 모든 것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반복해서 읽으며
배웠다고 했다.

'아이네이스'를 읽기 전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그리고 여러 그리스 시인들의 비극들을 읽었다.

베르길리우스가 써내려간 '아이네이스'는
그리스 시인들의 작품, 특히 호메로스에 힘입은 바 크기 때문이었다.

베르길리우스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가문과 로마를 예찬하기 위해 '아이네이스'를 적는다.
다시 말하면 라틴어로 된 용비어천가요, 단군신화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네이스'의 배경>

베르길리우스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의 한 부분에서 힌트를 얻어
트로이아인 앙키세스와 미의 여신 베누스(아프로디테)의 아들인
아이네아스를 로마 건국신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또한 당시에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속한 율리우스 가문이
이울루스(Iulus), 즉 아이네아스의 아들 아스카니우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얘기도
주인공을 선정하는데 큰 몫을 차지했다.

'아이네이스'는 12권으로 이루어진다.
1~6권까지는 지중해를 헤매며 여러 모험을 하게 함으로써 '오뒷세우스'의 전통을,
7~12권까지는 이탈리아에 도착한 아이네아스의 토착부족과의 전쟁을 그림으로써 '일리아스'의 전통을 계승한다.


<'아이네이스'의 줄거리>

내용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트로이아의 유민인 아이네아스는
아가멤논, 메넬라오스, 아킬레오스, 오뒷세우스 등의 그리스 연합군에게 패배해
폐허가 되어버린 트로이아를 떠나 제2의 트로이아를 건설하라는 신탁을 받는다.


<Federico Barocci, Aeneas' Flight from Troy, 1598, Galleria Borghese, Rome>

여전히 트로이아에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유노(헤라) 여신은 아이네아스의 항해를 계속해서 방해하고,
반대로 아이네아스의 어머니인 베누스(아프로디테) 여신은 계속해서 도와준다.

항해 도중 오뒷세우스가 칼륍소를 만나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처럼,
아이네아스는 북아프리카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를 만나 한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메르쿠리우스(헤르메스)가 다시 한 번 신탁을 전하고 아이네아스는 다시 항해를 떠난다.
실연의 슬픔을 이기지 못한 디도는 스스로 불더미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는다.

대망의 이탈리아에 도착한 아이네아스는
쿠마이의 예언녀 시뷜라의 도움으로 저승으로 가서
항해 도중 먼저 죽었던 아버지 앙키세스를 만나
앞으로 펼쳐질 로마의 위대한 역사와 인물들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저승에서 다시 돌아온 아이네아스는
라티움 지방을 통치하고 있던 라티누스왕과 그의 딸 라비니아를 만나 환대를 받고,
신탁을 받은 라티누스왕은 그를 사위로 삼으려 한다.

그녀의 약혼자를 자처하는 투르누스가 그 소식을 듣고는 분개하여,
여전사 카밀라와 에트루리아인에게 쫓겨난 폭군 메젠티우스,
그리고 주변 부족들을 모아 아이네아스 진영을 공격한다.

그동안 아이네아스는
예전에 이탈리아에 정착한 그리스인들의 왕인 에우안드루스와 아들 팔라스,
폭군 메젠티우스를 쫓아낸 에우트리아인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한편 어머니 베누스는 볼카누스(헤파이스토스)에게 의뢰해 아이네아스를 위한 방패를 만든다.

두 진영 사이에 일진일퇴의 전투가 벌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가운데,
팔라스는 투르누스의 손에 전사하고,
메젠티우스는 격분한 아이네아스의 손에 전사한다.

마침내 투르누스와 아이네아스의 일전이 벌어지고
투르누스가 팔라스의 칼띠를 전리품으로 두르고 있는 것을 보고
격분한 아이네아스가 살려 달라고 간청하는 투르누스의 가슴에 칼을 꽂는다.

여기까지가 '아이네이스'의 대략적인 이야기다.


<트로이아와 그리스는 어떻게 화해하는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트로이아와 그리스가 한 핏줄이라는 것을 언급하며
아이네아스가 에우안드루스의 도움을 청하는 부분이다.


           아틀라스
      _______I______
     I                    I
엘렉트라         마이야
     I                    I
다르다누스    메르쿠리우스
                          I
                   에우안드루스


트로이아의 시조인 다르다누스는 엘렉트라의 아들이고, 엘렉트라는 아틀라스의 딸이다.
그리스 왕인 에우안드루스는 메르쿠리우스의 아들이고, 메르쿠리우스는 마이야의 아들, 마이야는 아틀라스의 딸이다.
그러므로 트로이아와 그리스는 한 핏줄이라는 것이다.
물론 에우안드로스는 기꺼이 그를 도와준다.


<'아이네이스'의 미문>

'아이네이스'는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생생한 문체로 유명하다.

베르길리우스는 암곰이 아기곰을 핥는 것처럼
거칠게 글을 내어 수차례에 걸쳐 다듬었다고 한다.


"그는 전쟁에서 대담한 부족의 무구들에 시달리게 하고, 자기 영토에서
 쫓겨나게 하고, 이울루스의 품에서 떨어져 도움을 애원하게 하고,
 자기 전우들이 무자비하게 살육당하는 것을 보게 해주소서.
 그리고 그는 마지못해 불평등한 평화 조약을 맺은 다음,
 왕국도 바라던 햇빛도 즐기지 못하고 요절하여 묻히지도 못한 채
 모래 한가운데에 누워 있게 해주소서. 이것이 내 기도이며,
 이 마지막 말을 나는 내 피와 함께 쏟아내고 있나이다."

- 아이네이스, 4권, 615~621행
* 아이네아스에게 실연당한 디도가 퍼붓는 저주다. 결국 아이네아스는 요절한다.


"공포가 그자의 두 발에 날개를 달아주었소."

- 아이네이스, 8권, 224행
* 아주 빠르게 도망치는 모습을 표현


"산 사람들을 시신들과 함께 묶어 그들이 서로 손과 손이,
 입과 입이 포개진 채-세상에 이런 고문이 다 있습니까!-
 비참한 포옹 속에서 고름과 시즙(屍汁)으로 녹아내리며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죽게 만들었지요."

- 아이네이스, 8권, 485~488행
* 에뤼트리아 폭군 메젠티우스의 잔혹한 폭정을 묘사


"적군이 당황하고 있는 사이에 창은 윙윙거리며 날아가 타구스의 양쪽
 관자놀이를 지나더니 꿰뚫린 골 안에 머문 채 데워지고 있었다."

- 아이네이스, 9권, 418~419행
* 눈 앞에 관자놀이를 꿰뚤은 창이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그려질 정도로 생생한 묘사


"에우뤼알루스가 죽어 나뒹굴며 아름다운 사지 위로
 피가 흘러내렸고, 목덜미는 어깨위로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은 자줏빛 꽃이 쟁기날에 잘려 나가며 시들어지거나,
 아니면 양귀비꽃들이 소나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목덜미를 늘어뜨리며 고개를 숙일 때와도 같았다."

- 아이네이스, 9권, 435~437행
* 용감한 에우뤼알루스의 죽음


"인간의 마음은 운명과 다가올 미래사를 알지 못하기에 행운이
 떠받쳐주면 절제할 줄 모르는 법이다."

- 아이네이스, 10권, 501~502행
* 아이네아스에게 죽을 줄 모르고 기고만장한 투르누스의 모습을 빗댐.


"그는 의식이 또렷한 가운데 목구멍에 칼을 받았고,
 그의 목숨은 피 물결을 타고 그의 무구 위로 쏟아졌다."

- 아이네이스, 10권, 906~907행
* 폭군 메젠티우스의 죽음


"마침내 창이 그녀의
 드러난 젖가슴 아래로 뚫고 들어가 매달린 채
 깊숙이 자리 잡고는 처녀의 피를 빨아마셨다."

- 아이네이스, 11권, 802~804행
* 여전사 카밀라의 죽음


"그는 분기등등하여 적의 가슴 깊숙이 칼을 찔렀다.
 그러자 투르누스의 사지가  싸늘하게 풀리며 그의 목숨이
 신음 소리와 함께 불만에 가득 차 지하의 그림자들에게로 내려갔다."

- 아이네이스, 12권, 951~952행
* 투르누스의 죽음이자 '아이네이스'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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