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박상익 교수가 번역한 책을 읽고 있다.
'호메로스에서 돈 키호테까지'
쉽지 않은 역사서지만, 매끄러운 번역에 감사하며 읽고 있다.
박상익 교수가 쓴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책이 있어 쭉 살펴보았다.
국내외 번역의 현주소와 나름대로의 제안을 내놓았다.
우선 중국은 서역의 불경을 중국어로 번역하면서,
일본은 메이지유신 시대 서양의 장점을 흡수하기 위해서 번역하면서
그 나라 학문연구의 기초를 닦았다고 한다.
서유럽도 이슬람 점령지를 재탈환하면서 아랍어로 번역된 그리스 철학 문서를
다시 라틴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겪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번역경시 풍조에 대해서도 말한다.
1. 번역은 학문성과로 인정받지 못함
2. '매춘교수' 또는 '기지촌교수'들의 대학원생들에게 나눠주어 취합한 날림 번역의 문제
3. 번역료의 문제 : 원고지 1장당 1,300원 정도의 헐값
위 문제들은 1985년도에 출간된 도올 김용옥의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에
이미 제기되었던 것으로, 박상익 교수도 도올 김용옥을 계속해서 인용한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서유럽이 고대 그리스 철학을 이슬람 문명을 통해 받아들였다는 부분이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이슬람 문명이 발전하면서
고대 그리스의 문화는 이슬람 문명에 의해 번역되어 흡수, 발전되었고,
나중 서유럽이 이슬람 점령지를 재탈환할 때 발견된 아랍어로 번역된 그리스 철학 문서를
다시 라틴어로 번역하게 되었고, 그 결과 르네상스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박상익 교수의 말대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에게는 지금의 '잃어버린 100 년'이
'잃어버린 200 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수 많은 번역가들의 노고를 날로 받아먹는 독자의 입장에서,
그리스, 로마 고전의 원전을 번역하고 있는 천병희, 강대진 교수와
이 책을 쓴 서양사 부문의 박상익 교수,
그리고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도올 김용옥 선생님
이 분들이 건강하게 오래도록 번역 작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상한 시절을 헤쳐나갈 수 있는 해답은
인문학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인문학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다.
마찬가지로 번역가들이 인정받는 시대도 곧 올 것이다.
- 도올 김용옥 번역 작업 리스트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1985) - 번역의 문제제기
화이트헤드 : 이성의 기능(1998)
금강경강해(1999)
노자 도덕경 : 길과 얻음 (2000)
요한복음강해(2007)
큐복음서(2008)
논어한글역주(2009)
효경한글역주(2009)
도올 김용옥 비판서들 중에 학문적 성과를 예로 들면서,
아직까지 제대로 이룬 것이 않느냐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여럿인데,
이 사람들은 위에 말한 대로 번역을 학문적 성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님이 강의하실 때
자기 소원이 13경을 번역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작업에 돌입하신지 꽤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끝까지 완수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 13경
<주역><서경><시경><주례><예기><의례><춘추좌씨전><춘추공양전>
<춘추곡량전><논어><효경><이아><맹자>
-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http://www.koreanhistory.or.kr/)
민족문화추진위에서 고전 국역사업을 계속해서 진행하는 중이다.
역사 좋아하는 분들은 위에서 모든 국역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