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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6월
평점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인
길가메쉬 서사시 수메르어 원전을 한국어로 옮긴 김산해.
두번째로 오래된 이야기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그리스어 원전을 한국어로 옮긴 천병희.
이 분들 덕분에 몇 천년 전 고전들을 한국어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운이 좋은 사람들 중 하나다.
하지만 천병희 교수의 땀이 어린 일리아스는 여전히 읽기 쉽지 않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신들과 영웅들의 이름 사이에서
길을 잃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리스는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세 여신 중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답다고 선택하고,
아프로디테는 그 선물로 그리스의 절세미녀 헬레나를 선물로 준다.
파리스는 헬레나와 함께 트로이로 돌아가고,
헬레나의 남편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는 격분한다.
그래서 바야흐로 그리스-트로이 전쟁이 발발한다.
초기에는 아킬레스의 활약으로 그리스 우세.
그리스군 대장인 아가멤논이 아킬레스의 전리품인 브리세이스를 뺏아가자
아킬레스 이에 격분, 전쟁 불참 선언으로 트로이 우세.
헥토르의 활약으로 트로이가 우세하던 가운데,
아킬레스의 시종 파트로클라스가 헥토르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아킬레스 울분을 터뜨리며 다시 출전, 헥토르 쇄골에 칼을 꽂아 죽인 후
전차에 발목 뒤 힘줄을 묶어 끌고 다닌다.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 아들을 죽인 아킬레스의 손에 키스하며 시체 인도.
오뒷세우스의 트로이 목마 작전.
라오콘, 카산드라가 반대해봐도 성공적으로 침투.
아킬레스는 파리스가 쏜 화살에 발뒤꿈치를 맞아 절명.
하지만 트로이는 불바다가 되고 멸망한다.
(색깔 있는 부분만 '일리아스'에서 다루고 있다.)
여기까지가 잘 알려진 얘기.
하지만 알고 있던 것과는 달리,
트로이 전쟁은 인간들의 전쟁이 아니라,
신들의 대리전이다.
그리스 : 헤라, 아테네, 포세이돈, 아가멤논, 메넬라오스,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라스, 오뒷세우스, 아이아스, 디오메네스 ...
트로이 : 아프로디테, 아레스, 아폴론, 아르테미스, 헥토르, 파리스, 아이네이아스 ...
심판 : 제우스
인간들보다 더 질투 어린 신들의 입김에
애꿎은 인간들만 죽어나간다.
모든 것이 신들이 미리 계획했던 운명들이다.
특히 제우스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신들은 운명을 피할 수 있을 수도 있겠다는 암시를 주기도 하지만,
사실 둘러가기만 할 뿐 결국 운명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리아스의 주인공은 아킬레우스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길가메쉬가 떠오르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도 신을 이길 수 없으며,
불멸의 신이 아닌 필멸의 인간에 불과할 뿐이다.
결국 죽음의 운명에 무릎꿇고 만다.
그처럼 일찍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된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는 명예로운 죽음을 택한다.
그러기에 아가멤논이 그의 명예를 짓밟을 때 불같이 화를 냈던 것이며,
그리스인들이 도륙되는 가운데에서도 무심하게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이며,
파트로클라스의 죽음 후에야 마침내 전쟁에 나섰던 것이다.
끝까지 읽고 난 후 든 의문.
신들은 왜 트로이를 멸망시켰을까?
+ 영화 '트로이'는 말그대로 '일리아스'에 영감만 받은 (Inspired by) 작품이다.
책 읽고 난 후 다시 보고 괜히 열받지 말자. 거의 우리나라 사극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