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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열흘
존 리드 지음, 서찬석 옮김 / 책갈피 / 2005년 6월
평점 :
1905년 러일전쟁 패배.
1905년 노동자, 농민들 '빵과 평화' 요구. 짜르 니콜라이 2세 폭력 진압. 피의 일요일.
의회는 만들어짐. 하지만 노동자, 농민의 요구를 만족시키기엔 부족.
1914년 1차세계대전 시작.
프랑스, 영국, 러시아, 이탈리아 <->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오스만제국, 불가리아
1917년 2월 혁명. 짜르체제 붕괴. 멘셰비키 케렌스키 임시정부 수립.
지주, 부르주아, 멘셰비키 타협하는 가운데 반혁명세력 대두.
1917년 10월 25일. 볼셰비키 무력투쟁 선언.
레닌. 1870년생. 47살.
트로츠키. 1879년생. 38살.
스탈린. 1879년생. 38살.
케렌스키. 1881년생. 36살.
저자 존 리드. 1887년생. 30살.
히틀러. 1889년생. 28살.
처칠. 1874년생. 43살.
프랭클린 루스벨트. 1882년생. 35살.
레닌과 트로츠키, 스탈린이라는 인물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러시아 10월 혁명.
1917년 2월 혁명으로 짜르체제를 무너뜨리고 들어선 임시정부는,
왕정을 복고하려는 지주들과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하려는 자본가 계급(부르주아),
평화적인 민주정부를 목표로 하는 멘셰비키 세력 사이에서
원래의 혁명의 목적을 잃어가고 있다.
토지재분배와 같이 명확히 논의되었던 정책들도 거의 시행되지 못하는 가운데
노동자, 농민들의 삶은 여전히 힘들다.
책은 볼셰비키가 주도하는 10월 혁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저자는 자신이 볼셰비키의 편이라 얘기하고 있지만
책 자체는 더이상 객관적일 수 없을 정도로 사실에 충실하다.
아쉬울 정도로 건조하고 담담하게 상황을 풀어놓지만, 그 때문에 신뢰가 간다.
왕당파, 귀족, 지주, 부르주아는 반혁명 세력으로 똘똘 뭉쳐 혁명을 분쇄하려고 하지만
반대 쪽은 노선의 차이로 계속해서 논쟁하기 바쁘다.
정말 읽다보면 답답해서 가슴이 터져나간다.
그래도 점점 더 볼세비키 세력은 노동자, 수병, 병사들의 협조로 세력을 넓혀가고,
결국 철도소비에트, 농민소비에트와도 연합을 이루는 가운데 책은 끝이 난다.
독일과의 휴전, 1차세계대전의 종전을 거쳐 반혁명세력을 물리치고
결국 1922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소련)이 수립된다.
하지만 저자 존 리드는 다음 작품에서 더 많은 내용을 풀려고 했었으나,
1920년 3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 이후 레닌은 1924년 뇌동맥 경화증으로 죽고,
트로츠키는 스탈린과의 세력다툼에서 패배,
터키, 프랑스, 노르웨이, 멕시코에서 망명생활을 하다
1940년 스탈린의 사주를 받은 이에게 암살당한다.
스탈린이 전면에 나선 러시아는 그야말로 지옥이다.
노동자, 농민이 꿈꾸던 프롤레타리아 세상은 더이상 없다.
혁명 전보다 더 나을게 없다.
레닌과 존 리드는 여기까지 보지는 않았으니 어떻게 보면
혁명의 성공을 기억한채 떠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겠다 싶다.
반면에 트로츠키는 죽을 때까지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을 것이다.
자기가 꿈꾸던 세상이 시궁창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저자도 중간중간 얘기하지만,
혁명은 성공하는 순간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레닌과 트로츠키도 체제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결국에는 그들이 욕하던 멘셰비키 세력처럼
군대에 짜르시대의 지휘관 세력을 영입하기도 한다.
또한 굶주림에 대한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노동자, 농민, 사병 계급의 불만이 높아지자
강제적으로 진압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신경제체제(NEP)라는 일부 자본주의를 도입하기도 한다.
이 때 극좌파들은 그들의 수정주의를 욕한다.
그들이 욕했던 세력들처럼 그들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혁명은 쇠퇴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대로 계급의식도 없는 우리나라와 비교해보면
100년 전의 러시아의 민중들은 정말 위대했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 시도의 찬란함이 빛을 잃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혁명의 방향에 대해 자신있게 얘기하는 세력도 없고,
혁명의 모습에 대해서 마음껏 상상하는 사람도 없다.
자기가 극좌파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조차. 나도 마찬가지다.
100년 전 러시아 같은 모습은 아니겠지만,
또 다른 우리 시대에 맞는 혁명을 기다린다.
이번에는 시도만으로 끝나지 않을,
완성될 때까지 계속될 혁명을 기다린다.
P.S. 이 책이 발간된 1919년 3월.
우리나라에서도 3.1운동이 일어났다.
감기만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혁명도 전염되는 것이라
기득권들이 그리도 두려워하는 것이다.